수원지역, 아침 10시 기해 폭염경보로 격상…더위와 전쟁 시작
공사장, 배달 등 야외 근무자들 "마스크 때문에 숨이 더 막혀"
보신탕, 삼계탕집 장사진이지만 "그래도 예년만 못 해" 푸념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서울 최고기온이 33도를 기록하고 열대야가 시작되는 등 연일 폭염이 지속되는 14일 서울의 한 공사현장에서 현장관계자가 더위를 식히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1.07.14. mangust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1/07/14/NISI20210714_0017669535_web.jpg?rnd=20210714145240)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서울 최고기온이 33도를 기록하고 열대야가 시작되는 등 연일 폭염이 지속되는 14일 서울의 한 공사현장에서 현장관계자가 더위를 식히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1.07.14.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삼복(三伏) 가운데 두 번째 복날인 중복. '삼복더위'를 증명하듯 21일 전국에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오전인데도 찌는 듯한 더위에 '땀이 비 오듯 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 10일 수원지역에 발효된 폭염주의보는 열흘 뒤 대서를 하루 앞둔 21일 오전 10시를 기해 폭염경보로 격상됐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는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오전 11시가 되자 기온은 32도로 올랐고, 체감온도는 34도에 달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뜨거운 햇볕은 쏟아졌고, 야외 근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찌는 듯한 더위를 맞아야 했다.
수원의 한 빌라 신축 공사장에서는 12명의 노동자가 철근조립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안전모에 두꺼운 작업용 조끼를 입고, 팔 토시와 장갑까지 낀 채 일하고 있었다.
현장 노동자 김모(49)씨는 더위에 지쳐 잠시 물을 마시러 나와 공사장 앞 그늘에 잠시 자리를 잡았다. 김씨는 2ℓ 생수통을 들고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그는 "평소에는 오전은 일할만한데 오늘은 오전인데도 무척 덥다. 물 마시면서 잠깐 쉬려고 한다. 철근작업 중인데 철근도 햇볕에 익어서 뜨끈뜨끈하다"며 눈가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냈다.
말하는 중에도 그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땀이 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두건 안에 손수건을 덧대 놨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땀은 계속 흘렀다.
김씨는 "더울 때가 가장 힘들긴 하다. 이렇게 덥고 습한 날에는 너무 힘들어서 손이 벌벌 떨리기도 한다. 덥고 힘들어도 먹고 살려면 일은 해야 하지 않겠나. 생계가 달린 일이라 참으면서 하지만, 마스크 때문에 숨이 더 막힌다"고 했다.
해당 공사 관리자 A(35)씨는 "오늘처럼 더운 날에는 일하는 분들이 많이 힘들어하신다. 시원한 생수도 제공하고, 혹시 몰라 포도당도 준비해놨다. 쉬면서 해야지 안 그러면 열사병으로 쓰러질 수 있다. 폭염이 이어진다는 소식에 지난 주에 파라솔도 주문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인근 대규모 아파트단지 공사현장 차량 출입구에서 신호수로 일하는 정모(26)씨도 2시간째 더위와 싸우고 있다. 내리쬐는 태양 아래 그는 틈틈이 조끼 주머니에 넣어 놓은 생수를 꺼내 마셨다.
정씨는 "너무 더울 때는 맞은 편에 컨테이너에서 쉬다가 나온다. 그늘도 있어서 그나마 할 만하다. 먹고살려면 해야지 어쩌겠나"라고 말했다.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폭염경보가 발효된 21일 낮 12시께 경기 수원시 거리. 점심시간이지만,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고 배달 오토바이만 달리고 있다. 2021.07.21. iamb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1/07/21/NISI20210721_0000792467_web.jpg?rnd=20210721153510)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폭염경보가 발효된 21일 낮 12시께 경기 수원시 거리. 점심시간이지만,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고 배달 오토바이만 달리고 있다. 2021.07.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정오가 다가오자 길거리에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양산을 쓴 사람들 사이로 배달 오토바이가 쌩쌩 달려가는 모습이 드문드문 보였다. 사람들은 그늘을 찾아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던 배달노동자 B(30)씨는 오후 배달을 걱정하면서 "지금은 오후 2시쯤 되면 견딜 수 없는 더위가 찾아온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니까 신호대기 할 때 2~3분이 진짜 힘들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가마솥처럼 그대로 전해진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코로나19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배달은 늘고, 날씨는 점점 더워지는데 쉴 데는 마땅치 않지만 배달은 해야 하지 않겠냐"라며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고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렸다.
점심시간 식당가에도 인적은 드물었다. 다만 복날인 만큼 보신탕과 삼계탕집은 인산인해였다.
권선구의 한 보신탕집 인근에는 차들이 줄을 섰다. 가게 앞에도 하나둘 대기줄이 생겼다. 근처 거리는 모두 한산한데 보신탕집에만 사람들이 몰렸다. 주차요원 3명이 무더위 속에서 주차 안내를 하고 있었다.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폭염경보가 발효된 21일 낮 12시께 경기 수원의 한 보신탕집. 2021.07.21. iamb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1/07/21/NISI20210721_0000792470_web.jpg?rnd=20210721153639)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폭염경보가 발효된 21일 낮 12시께 경기 수원의 한 보신탕집. 2021.07.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보신탕을 먹고 나왔다는 임모(77)씨는 "복날이니까 당연히 보신탕을 한 그릇 먹어야지"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이렇게 더운 날에는 보양식을 먹어줘야 무탈하게 보낼 수 있다. 이건 우리 조상들이 만든 하나의 문화다. 20년째 복날에 이 식당을 찾고 있다. 사람이 몰릴 것 같아 11시 이전부터 와서 먹고 나왔다"라고 말했다.
주차 안내를 돕던 식당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요즘 장사가 잘 안됐는데 그나마 복날이라고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셨다. 다들 보양식 드시고 힘내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거리두기 4단계가 내려지면서 저녁 손님은 많지 않고 그나마 점심장사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이 정도는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도 했다.
용인시 처인구의 한 삼계탕집에도 12시가 되기 전에 50여대의 주차공간은 이미 꽉 차버렸고, 종업원들은 길게 늘어선 손님들에게 대기번호를 부르면 안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각 지자체에서도 폭염 종합대책을 마련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적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도에서도 그늘막·그늘나무 등 생활밀착형 폭염저감시설을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막혀 있는 곳이 많았다.
수원시 권선구 올림픽공원 정자와 그늘나무에는 위험경고 테이프가 둘러져 있어 접근할 수 없었다. 몇몇 시민들은 막아놓지 않은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산책 뒤 나무 아래 벤치에서 쉬고 있다는 지모(66)씨는 연신 부채질을 했다. 그는 함께 온 친구와 멀찍이 앉아 '거리두기'를 하고 있었다.
지씨는 "날은 더운데 집에서 하루종일 에어컨을 켜고 있을 수도 없어서 공원에 나왔다. 기온이 높다 보니 바람도 뜨겁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앞 정자에는 사람들이 몰려나와 있어서 일부러 이쪽으로 나왔다. 더운데 무더위쉼터도 다 닫아 갈 데가 마땅치 않아 공원에 나왔다"라고도 했다.
한편, 경기도 전역에는 폭염경보가 발효된 상태다. 수도권기상청은 이번 주 맑은 날씨에 동풍의 영향을 받으면서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 일부 지역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38도 안팎으로 올라 매우 더울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오후 2~5시에 35도 이상 높은 기온이 예상된다. 열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으니 수분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야외활동이나 외출은 자제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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