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자금 최대 2조5526억…시총 18.5조 규모
증권가선 "다른 은행보다 PBR 너무 높아" 지적
사측은 "기존 은행과는 펀더멘털과 성장세 차별화"
내달 6일 코스피 상장 후 해외시장 진출 검토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코스피 상장을 눈앞에 둔 카카오뱅크의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증권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카카오뱅크의 몸값이 온라인 금융 플랫폼이 아닌 은행업으로 맞춰져 보수적으로 책정됐다는 의견이 부딪힌다.
이에 대해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20일 온라인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는 인터넷은행으로 출발점이 다르다"며 "모바일 기반의 비대면 영업이란 특수성이 있다. 국내에서 모바일로만 영업하는 곳은 우리가 최초로 현재도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은행이 아닌 해외 핀테크 기업과 비교해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에는 "(시중 은행과) 영업이익 구조나 수익성이 다르고 높은 영업 성장 때문에 플랫폼 비즈니스 확장도 다르다"면서 "산업계에서 다른 섹터 담당이라고 생각한다. 펀더멘털과 성장세를 감안하면 기존 은행과는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사측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기업공개를 통해 6545만주의 신주를 발행한다. 1주당 희망 공모가는 3만3000~3만9000원으로 최대 약 2조5526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18조5289억원으로 단숨에 은행주 시총 1위 KB금융(23조원)과 2위 신한지주(21조원)의 뒤를 잇는 3대 금융사가 된다. 현재 4대 금융지주 중 하나금융지주(14조원)와 우리금융지주(8조원)를 넘어서는 규모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과도하게 측정돼 기존 은행의 PBR은 0.4배인 반면 카카오뱅크의 PBR은 3.4배로 동종업계 평균을 큰 폭으로 상회한다는 것이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적정 기업가치를 공모가보다 낮은 15조5000억원 규모로 제시했다.
은 연구원은 "KB금융의 PBR은 0.5배, 신한·NH금융은 0.4배, IBK·BNK금융은 0.3배 수준"이라며 "은행업종은 성장성 부재, 각종 규제의 불편함 등으로 인해 밸류에이션 할인을 적용받아 평균 PBR이 0.4배에 그치는데, 카카오뱅크의 PBR은 일반적인 은행업종의 PBR보다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고평가 논란을 의식한 듯 카카오뱅크는 전날 증권보고서를 자진 정정하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공모가 산출 당시 비교군이 된 해외사들을 선정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희망 공모가 밴드는 유지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카카오뱅크의 몸값이 플랫폼이 아닌 은행업으로 맞춰져 보수적으로 평가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30조원이 넘는 장외시장 시총이나 당초 금융투자업계에서 전망한 20조원을 큰 폭으로 하회한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활성이용자(MAU) 기준으로 평가하면 20조6000억~27조5000억원 규모란 분석도 있다. 닐슨미디어 디지털 데이터 기준 카카오뱅크 사용자는 1615만명, MAU는 1335만명에 달한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만 은행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카카오뱅크는 1615만명의 고객과 1년 반 만의 흑자 전환 등을 통해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며 "상장 후 카카오뱅크는 대규모 자본을 기반으로 더 진화한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모로 조달할 자금의 사용처도 카카오뱅크의 미래 방향성에 맞춰져 있다"며 "금융기술의 연구개발(R&D), 핀테크 기업의 인수합병(M&A),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에도 공모자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피 입성 후 해외 진출 구상에 대해서는 "과거 사례를 보면 아시아 몇 개 기업들이 우리에게 조인트벤처 식으로 모바일뱅킹 설립을 제안했었다"면서 "당시에는 자본 한계와 국내 비즈니스 몰입을 이유로 응대를 적극적으로 안 했다. 이제 기회가 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를 찾아온 곳들의 공통된 요구는 카뱅의 기술과 성공 경험"이라며 "좋은 기회가 오면 선별적으로 적극 검토할 것이다. 인수합병(M&A)은 지분 투자나 작은 핀테크기업과의 조인트벤처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의 향후 해외 진출 국가로 일본과 싱가포르 등이 우선 거론된다. 일본 시장에 진출할 경우 네이버와 국내를 넘어 해외 현지에서도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향후 성장 지향점으로 '가장 많은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No.1 리테일뱅크, No.1 금융플랫폼'을 제시했다.
윤 대표는 "은행 상품과 서비스의 지속적인 디지털 혁신과 상품 경쟁력을 확대해 고객들이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금융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신용카드·주식계좌·연계대출 등은 펀드, 보험, 자산관리 등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여행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된 금융상품과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진화한 금융 경험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연령별로는 10대에서 60대 이상까지, 신용상태별로는 고신용부터 중·저신용까지 아우르는 포용적 금융을 선보일 예정이다.
회사는 다음 달부터 중·저신용 고객들을 위한 새로운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인다. 개인사업자(SOHO) 대출 등 다양한 대출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공동체와의 데이터 협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 글로벌 시장 진출, 기업 간 거래(B2B) 솔루션 판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가능성을 모색할 방침이다. 대규모 모바일 트래픽을 기반으로 광고 사업 등과 같은 플랫폼 기반 사업도 모색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연내 모바일을 통한 100%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전월세보증금담보대출 경험을 살려 고객이 편리한 주담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이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날부터 21일까지 이틀간 공모가 산정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공모가 확정은 22일이며 청약일은 26~27일 이다.
국내 일반 청약자들은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현대차증권을 통해 청약할 수 있다. 상장 예정일은 다음달 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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