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이후 닷새간 10%대 초반 예비율 이어져
다음 주 전력예비율 한 자릿수 대 진입 가능성
산업부, '비상단계' 수준 예비율 4.2% 하락 가정
전력거래소·한전 등 추가 전력 자원 8776㎿ 확보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 수급 불안 지적엔 선 그어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다음 주인 7월 넷째 주부터 '열돔 현상'으로 인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난 2011년 대규모 정전 사태(블랙아웃)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전력업계는 산업 생산 증가와 기상 영향 등으로 전력 수요 전망치가 증가했지만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17일 전력거래소 자료를 보면 지난 16일 오후 4시45께 이날 최대 부하인 8만8341㎿를 기록했고 이 시각 전력 공급 예비율은 일시적으로 약 9%대를 찍기도 했다.
이는 잠정 수치이며 최대전력수요는 한 시간 단위로 평균을 내 계산한 값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앞서 전력거래소는 전날(16일) 전력예비율 10%로 공급예비력이 882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전력 발생 시간은 오후 4~5시 사이로 최대 전력은 8만8600㎿에 달할 것을 예상했다.
실제 전력 사용량이 전력거래소 전망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래도 10%대의 전력예비율이 지난 닷새간 이어졌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이전인 11일과 10일에는 최대전력수요 기준 각각 36.1%(예비력 2만4729㎿), 38.2%(2만5851㎿)의 예비율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12일에는 예비율이 11.8%(9995㎿)로 급감했고 13일(10.1%·8794㎿), 14일(10.7%·9388㎿), 15일(10.9%·9629㎿)까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다.
다음 주부터는 이 예비율이 한 자릿수 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역대 여름철 최대전력수요 최고치는 111년 만의 폭염이 닥쳤던 2018년 7월 24일로 9만2478㎿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예비율은 7.7%였다.
앞서 기상청은 오는 20일부터 장마전선에 의한 호우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기온과 습도가 함께 높아지는 '찜통더위'를 예고한 바 있다. 이러면 냉방기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
아울러 뜨거운 공기를 품은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만나 지표면 열이 방출되지 못해 기온이 오르는 열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얼마 전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을 발표하면서 7월 넷째 주가 최저예비력 주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최대전력수요시 예비력은 3958~7858㎿ 수준으로 예비율은 상한 전망을 가정할 경우 4.2%까지 떨어지게 된다. 예비력이 5500㎿ 밑으로 내려가면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발령되는데 이런 경우는 2013년 8월 이후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와 전력거래소, 한국전력 등이 전력예비율 하락에 대비해 확보해 둔 추가 자원은 8776㎿다.
여기에는 전력거래소 수요자원시장 활용, 석탄발전소 출력 상향, 에너지저장장치(ESS) 충·방전 시간 변경, 시운전 발전기 가동, 공공기관 비상 발전기 가동 등의 대책이 포함된다.
한전은 전력 수급 대책 기간(7월5일~9월17일) 동안 32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상황실을 매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실시간 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비상 상황 발생 시 초기 대응에 나서게 된다.
구체적으로 변압기 전압 조정, 냉방기기 원격 제어, 긴급 절전 시행 등을 통해 추가 예비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한전 관계자는 "다음 주에는 발전기가 정지하는 등 극악의 상황을 가정한 모의훈련을 진행한다"며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만약을 대비해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겠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폭염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위급한 상황에 처해도 석탄화력 등 멈춰 있는 발전소를 활용하면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코로나19로 일반용 전력 사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건설과 가동이 중단되면서 원활한 전력 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산업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현 정부 출범 이후 원전 설비 용량은 줄지 않았고 이미 계획된 원전 건설은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 2017년 기준 원전 설비용량은 2만2529㎿로 2021년 현재(2만3250㎿)에 미치지 못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고장·정지 중인 발전소의 정비가 예정대로 완료되면 전력 공급 능력은 상승할 것"이라며 "전력 예비율 하락에 대비한 추가 예비 자원을 확보해 안정적 전력 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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