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한 시에라리온 한인 사업가

기사등록 2021/07/09 18:03:04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투자말라" 충고 담은 유서 남겨

30년 투자했는데…돌아온 건 부당대우와 벌금 65억원

"그들은 돈 생각만 해…부당함 세계에 알리고 싶다"

[서울=뉴시스]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사진 = 구글지도 캡처) 2021.07.09.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사진 = 구글지도 캡처)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30년 가까이 어업 등 사업을 벌인 한국인 남성이 수십억원대 벌금을 부과받은 뒤 억울함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8일(현지시간) 시에라리온 매체 '디 오거나이저'는 한국인 투자자 A씨가 이달 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A씨는 시에라리온에서 배 세 척을 운용하며 400여명의 직원을 뒀던 사업가다. 그러나 시에라리온 수산해양자원부(Ministry of fishery marine resources·MFMR)로부터 불법조업 혐의로 두 차례에 걸쳐 벌금 총 570만 달러(65억4360만원)를 부과받았다.

A씨는 유서를 통해 시에라리온의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충고도 남겼다. 시에라리온 정부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다시는 시에라리온에 투자하지 말라고 했다.

A씨는 유서에 "저는 수산해양자원부(Ministry of fishery marine resources·MFMR)가 제게 어떤 짓을 했는지 세상이 알았으면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고는 "MFMR 사람들은 옳고 그름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조업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불법조업 혐의를 이유로  9개월 동안 배 세 척을 압류했다. 하지만 9개월 뒤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사과도 없이 배를 돌려줬다"고 전했다.

A씨는 또 "압류됐던 선박 2척은 도난당했다. 도난 선박에 대한 책임도 회피했고 사과도 없었다. 그리고 MFMR은 선박이 20만 달러임에도 불구하고 증거도 없이 42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며 "(도난당한) 선박이 해안에서 12마일 떨어진 해안 배타수역 IEZ 노선에 닿기만 하면 150만 달러의 벌금을 추가로 부과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A씨는 MFMR 관계자들에게 선박에 있는 선박모니터링시스템(VMS)과 위치정보시스템(GPS)을 동기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관계자들은 자신을 비웃기만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시에라리온 지역 어선. (사진 = 현지매체 디오거나이저 캡처) 2021.07.09.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시에라리온 지역 어선. (사진 = 현지매체 디오거나이저 캡처) [email protected]


A씨는 "나는 30년 동안 이 나라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데 많은 시간과 돈을 썼지만, 이 나라 정부는 그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더 죽이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모든 걸 잃었다. MFMR이 1년 반 동안 나를 죽이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알아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결론은 MFMR 직원들 사이의 불화가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들은 잘못된 일들도 돈 앞에서는 바로 옳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또 돈 앞에서 옳은 것을 잘못됐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다. 돈 생각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MFMR이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개인에게 이익이 될 수 있지만 국가의 발전은 지연될 것이다. 나의 죽음과 함께, 나는 나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적었다.

이후 시에라리온 정보통신부는 이달 7일 보도자료를 내어 "MFMR 관리들의 불공정과 정의롭지 못한 모습으로 슬펐을 유족과 한국 정부, 한국인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이번 일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시에라리온은 서아프리카와 맞닿은 나라다. 다이아몬드 산지로 광산 및 지하자원으로 유명하다. 2014년 7월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의료진 파견을 보낸 바 있다.

1974년 시에라리온 주재 대사관을 설치했으나 1992년 폐쇄했고 현재는 주 나이지리아 대사관에서 시에라리온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주 나이지리아 한국대사관은 같은 날 시에라리온에 담당자를 파견해 사실관계 파악 및 유족들과의 장례 절차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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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한 시에라리온 한인 사업가

기사등록 2021/07/09 18:03:04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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