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아직 큰 영향 미치지 않지만 증가율 빨라"
정은경 "델타형 변이 PCR 검사법 평가 진행 중"
"여전히 예방접종이 상당히 중요"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방역 당국은 델타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당장 우세종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들처럼 우세종으로 자리 잡을 위험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질병청장)은 8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변이 바이러스 점유율이 계속 증가하는 양상"이라며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같은 경우 다른 나라 사례들에서도 굉장히 급속하게 확산하고 우세종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될 가능성, 위험성은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2.4배 높고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알파형 변이 대비해서도 1.64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6월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간 방대본 유전자 분석 결과를 보면 649건의 바이러스 검체를 분석했더니 325건의 주요 변이가 확인돼 검출률이 50.1%에 달했다. 알파형은 25.9%, 델타형은 23.6%, 감마(브라질 발견)형이 0.6%였다.
검출률은 해외 유입 사례에서 96.8%로 높았는데 특히 델타형이 81.5%로 12.1%인 알파형보다 높았다.
국내 지역사회 확진자들의 검체를 분석한 결과 주요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39.0%였고 알파형이 29.1%, 델타형이 9.9%였다. 이를 수도권으로 좁혀 보면 주요 변이 검출률이 39.3%였는데 알파형이 26.6%, 델타형이 12.7%로 수도권에서 델타 변이 검출률이 전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검출률로 볼 때 아직 국내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된 건 아니지만 문제는 증가 속도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오전 "전체 상황을 놓고 봤을 땐 델타 변이가 10% 내외 수준이라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진 않지만 증가율이 빨라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한 달 전만 해도 델타형 변이 점유 비중이 2~3%에 머물렀는데 9.9%까지 증가했다"라며 "변이 증폭이 상당히 빠르다"고 말했다.
정은경 청장도 "일본이나 영국, 미국 등 다른 나라들에서의 주요 변이 검출률에 비하면 아직 주요 변이 검출률이 50% 아래로 보고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검출률 자료가) 3일 기준이기 때문에 좀 더 유행 진행이 되고 변이 바이러스 최근 자료들이 분석되면 주요 변이 검출률이 증가하는 양상은 맞다"고 말했다.
이에 방역 당국은 신속한 변이 감염자 확인과 관리를 위해 델타 변이 바이러스 분석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은경 청장은 "일단 PCR(중합효소 연쇄반응) 검사로 확진되면 그 검체로 다시 변이 분석을 하기 때문에 확진과 동시에 변이를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다른 주요 변이 바이러스인 알파형, 베타형(남아프리카공화국 발견), 감마형은 상용화된 시약이 있어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이나 권역센터 등에서 PCR 검사법으로 검사가 가능하다. 이에 당국은 델타형에 대해서도 이런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
정 청장은 "델타 변이의 경우 시중에 나온 시약을 평가했더니 정확도가 80%로 좀 낮아 그것을 사용하기 어려워 권역센터나 질병청에서 변이 분석을 하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시약들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에 있어 어느 정도 정확도가 검증되면 분석 주기나 시기를 단축하려고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6월28일부터 7월4일까지 WHO 기준 전 세계 신규 환자는 약 269만명으로 그 전주(260만명)과 유사한 상황이다.
다만 최근 1주 사이 인도네시아(12만5395명→16만8780명, 34.6% 증가)와 베트남(2347명→3985명, 69.8% 증가)에서 주간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대 규모로 발생했다. 러시아에선 델타 변이 영향으로 확진자가 13만4465명에서 15만9650명으로 18.7% 증가했고 주간 신규 사망자 수도 역대 최대인 4643명에 달했다.
여기에 예방접종률이 높은 미국, 영국, 이스라엘에서도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최근 확진자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물론 예방접종 효과로 사망자는 감소하거나 유지되고 있으며 주로 미접종자 중심으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예방접종이 중요하다고 방대본은 분석했다.
정은경 청장은 "영국에서 나온 자료에 의하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의 예방효과가 2번 접종했을 때 70%, 화이자 백신은 88%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에서 발표한 데이터에 의하면 델타 변이로 화이자 백신 예방효과가 이것보다는 좀 더 낮은 것으로 보고했지만 여전히 효과적이라는 점과 위중증이나 사망을 예방하는 데도 90% 가까이 효과가 있다. 여전히 예방접종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외 예방접종 완료자에 대한 국내 입국시 격리 면제 사유에 직계가족 방문 사유를 추가했지만 주요 변이 바이러스 고위험국가를 지정하고 인도네시아와 인도 등 21개 국가에 대해선 격리 면제서 발급을 중단했다. 최근 입국자 중 확진자가 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내국인도 사전 PCR 음성확인서가 없으면 탑승을 제한하고 있다.
정 청장은 "예방접종을 완료했다는 증명을 가지고 (격리 면제를) 하되 결국은 검사(입국 전후 3회)로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 입국자 확진율, 변이율 등을 분석해 문제가 발견되고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국가나 조치들에 대해선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강화·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두통이나 인후통, 콧물 등 증상이 더 있었다는 보고들이 있지만 증상만으로 변이 감염 여부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이에 발열, 기침, 미각·후각 손실 등을 포함한 코로나19 증상이 있으면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