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텅 빈 식당…"4단계 생각만해도 머리 아파"
8일까지 적용 유예했던 새 거리두기…14일까지 연장
주말까지 확산세 통제 안 될 경우 4단계 적용 방침
시민들 "지쳤다"vs"강력조치해야"…선별검사소는 북적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코로나19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하면 가게 문을 닫으라는 소리죠. 4단계 격상 얘기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8일 오전 11시30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신모(49)씨는 4차 대유행을 걱정하며 이같이 말했다.
도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28일부터 200명대를 유지하다 이달 6일 367명, 7일 392명 등 400명에 육박했다.
당초 정부는 지난 1일부터 방역을 완화하는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국에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수도권 유행 상황을 고려해 8일까지 일주일 적용을 유예했다.
하지만 최근 확산세에 전날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적용 시점을 일주일 더 연장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은 14일까지 기존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된다.
더불어 주말까지 코로나19 유행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4단계에선 4명까지 모임을 허용하되 오후 6시 이후로는 2명까지로 제한한다. 클럽, 헌팅포차, 감성주점은 집합금지되고 식당·카페 등 그 외 시설은 오후 10시 이후 운영이 제한된다.
시청 바로 앞 신씨의 식당은 점심 식사 장소로, 저녁 회식 장소로 공무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잘 버텨왔지만, 지난해 12월 '5인이상 집합금지'가 내려진 뒤부터는 운영이 어려워졌다.
혼잡을 피하기 위해 수원시 공무원의 점심시간이 오전 11시30분부터 시작되지만, 한참이 지나도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20여개의 테이블 가운데 서너개만 찼을 뿐이다.
신씨는 "1일부터 8인까지 인원제한이 풀린다고 해서 기대했다. 밀려서 오늘부터라도 풀릴 줄 알았는데 다시 거리두기가 연장돼서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갔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델타변이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거리두기 연장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도 대출로 하루하루 버티는데 4단계로 올라서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인계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조모(64)씨 식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4시간 운영했던 식당은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영업시간을 대폭 줄였다.
조씨는 "지난주에 다시 손님들이 찾아올거란 기대로 야채며 고기며 잔뜩 주문했다가 낭패를 봤다. 야채는 취소·반품도 안 돼서 쓸건 쓰고 나머지는 버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계동은 회식 장소로 많이 찾는 곳이라 방도 여러개 만들어서 영업을 시작했는데 여럿이 못 다니니까 요즘에는 매출이 진짜 안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4단계 적용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경기대 후문 근처인 광교 대학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39)씨는 점심시간이면 긴 줄이 생겼던 2년 전을 회상했다.
이씨는 "저렴한 메뉴에 학생들이 점심 저녁을 가리지 않고 찾았지만, 방학기간인걸 고려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장사가 안 된 적은 없었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나아질 거라는 기대는 희망고문일 뿐"이라며 "이어지는 상황이 답답하긴 하지만, 차라리 이 정도 단계로만 유지됐으면 좋겠다. 4단계로 올라가면 정말 답이 없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갈렸다.
이날 오후 12시30분께 광교의 한 복합쇼핑센터, 점심시간이면 북적이던 평소와 달리 한적한 모습이었다.
직장인 유모(31)씨는 "종종 점심먹으러 오는데 이렇게까지 사람이 없는 것은 오랜만이다. 이렇게 확진자가 늘면 잠깐 사람이 줄었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북적이고 반복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까지 마스크 쓰고 이렇게 다녀야하나 지겹다. 4단계든 3단계든 신경 안 쓴다. 그냥 감기처럼 코로나19와 같이 살아야 할 것 같다"라며 지속되는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냈다.
3살 딸과 나온 신모(28·여)씨도 "이제 확진자 수가 몇명인지 확인도 안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 때문에 너무 걱정돼서 하루하루 불안에 떨며 지냈던 것도 하루이틀이지, 오랫동안 나아지지 않으니까 이제 '걸리면 걸리는거지'하는 생각이 든다"라고도 했다.
반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직장인 허모(30)씨는 "현재 조치는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을 방관하는 것밖에 안 된다. 더 확산하고나서 뒤늦게 격상하느니 빨리 4단계로 올리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늘어난 코로나19 확진자 소식에 임시선별검사소는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팔달구보건소 옆에 마련된 검사소에는 운영 30분 전인 오전 8시30분부터 수백m 줄이 생겼다.
남편과 함께 30분째 기다리고 있다는 장모(64·여)씨는 "얼마 전 AZ 백신을 맞았지만, 자꾸 목이 아파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받으러 왔다. 더운데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오늘 전국 확진자가 1200명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 답답하고 집에만 있어서 우울하지만, 휴가철에 확진자가 더 늘까봐 걱정된다. 휴가 안 가도 되니까 차라리 당장 4단계로 올려서 확산세를 잡았으면 좋겠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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