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021년 5월 국제수지(잠정)' 발표
세계경제 회복에...승용차·반도체 수출 호조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올해 5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107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부터 13개월 연속 흑자 기조다. 수출 호조에 상품수지 흑자가 늘고,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법인에서 받은 배당수입 증가로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큰 폭 확대된 영향이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5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는 107억6000만달러(12조2018억원) 흑자를 냈다. 이로써 경상수지는 지난해 5월 이후 13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1년 전 같은 달(22억4000만달러)에 비해서는 흑자 폭이 85억2000만달러 확대됐다.
경상수지는 한 나라의 총체적인 외화 수급여건을 보여주는 지표로, 5월 경상수지 흑자를 이끈 건 수출 호조다. 경상수지의 큰 축인 상품수지는 63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흑자 규모는 전년동월(26억1000만달러)대비 37억6000만달러 확대됐다. 세계 교역 확대와 코로나19 관련 기저효과 등이 작용한 결과다.
5월 수출은 1년 전보다 49.0%(165억6000만달러) 증가한 503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세계경제 회복세 강화 등에 힘입어 대부분 품목과 지역에서 수출 호조가 이어진 영향이다. 통관 기준으로 보면 석유제품 수출이 1년 전에 비해 160.2% 늘었으며, 승용차(전년동월비, 92.0%), 화공품(58.8%), 반도체(23.7%) 등이 줄줄이 증가세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동남아, 미국, 중국, EU(유럽연합) 등 주요 지역으로의 수출이 모두 증가했다.
5월 수입은 439억8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41.1%(128억1000만달러) 늘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설비투자 회복세, 승용차를 비롯한 내구재 소비 확대 등으로 원자재·자본재·소비재 수입이 일제히 증가했다. 통관기준으로 보면 수입은 석유제품(178.9%), 원유(165.8%), 비철금속(69.9%), 광물(59.7%) 등 원자재뿐만 아니라 기계류·정밀기기(20.6%) 등 자본재, 승용차(49.6%)와 가전(17.4%) 등 소비재에서 두루 증가세를 보였다.
서비스수지는 여행수지 적자가 확대했지만, 운송수지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하면서 적자폭이 전년동월보다 소폭 줄었다. 지난해 5월 6억5000만달러 적자에서 5억6000만달러 적자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수지는 7억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나, 운송수지는 11억9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운송수입은 35억7000만달러 흑자로 해상화물운송수입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5월 선박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년동월 대비 284.4%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여행수지는 코로나19 기저효과에 따른 출입국자수와 신용카드 해외사용액이 증가하면서 그 적자폭이 확대됐다"며 "운송수지는 해상 운임 강세 속에 국내해운사의 화물 운송량이 증가하면서 11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본원소득수지는 높은 수준의 흑자세를 보였다. 5월에 54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달(5억5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49억4000만달러 확대됐다. 본원소득수지는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과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차액을 의미한다.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법인에서 받은 배당 수입이 많이 늘어난 여파로,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다.
박 국장은 "지난해 상반기에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됐다"며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셧다운'(봉쇄) 조치를 취하는 나라가 속출하면서 기업활동이 급격히 위축됐는데 하반기부터 점차 개선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셧다운이 풀리면서 기업들의 글로벌 수익성이 괜찮아졌다"며 "기업들이 과거에 쌓였던 수익을 이번에 들여온 부분도 있어서 본원소득수지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고 부연했다.
박 국장은 경상수지 흑자의 의미,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계속 늘어나면서 13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것은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면서 수출 호조가 지속된 영향"이라며 "다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가 재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출 같은 경우에는 지난해에 큰 폭 감소에 따른 반사효과가 작용하는데, 현재 국내 수출은 코로나19 반사효과 이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미국 등 각국에서 대규모 부양책을 쓰고 있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 우리나라 경상수지에 분명히 마이너스(-) 효과를 미칠 것"이라며 "이런 부분을 지켜보면서 한은 조사국에서 하반기에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5월 중 83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4억4000만달러 늘었으며,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8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의 경우 내국인 해외투자는 43억8000만달러 늘었고, 외국인 국내투자는 15억달러 감소했다.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으며,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만에 감소 전환했다.
한편 국제수지통계는 일정기간동안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발생한 경제적 거래를 체계적으로 기록한 통계로, 국제수지는 크게 경상수지·자본수지·금융계정으로 구분된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 등을 사고팔아 벌어들인 외화(수출)와 지급한 외화(수입)의 차이를 의미하며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 등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