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아닌 넷플릭스 공개 아직도 얼떨떨
코로나 바꾼 영화산업 고민 커"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드라마 '미생' 속 오과장 등 사실적인 연기로 사랑받아온 배우 이성민이 오컬트 영화로 들고 돌아왔다. 보편적인 중년 남성의 얼굴을 뒤로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제8일의 밤'에서 죽은 자의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전직 승려로 등장해 극의 긴장감을 이끌었다.
6일 화상으로 만난 이성민은 "'제8일의 밤'을 찍으면서 장르 영화, 캐릭터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리얼하고 현실적인 연기와는 다른 묘한 쾌감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이어 "사실 호러, 공포 영화도 잘 못 보고, 오컬트 영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면서 "처음 접해본 장르여서 궁금했다. 감독님이 여러 이미지를 보여줬는데 어떻게 구현될까 상상하면서 임했다"고 떠올렸다.
영화는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 세상에 고통으로 가득한 지옥을 불러들일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한 8일간의 사투를 그린다. 오컬트 장르가 주는 공포감과 함께 번뇌와 번민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영화다.
이성민은 죽은 자의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으로, 저승으로 가지 못한 불쌍한 영혼들을 안내해주는 일을 하던 전직 승려 박진수를 연기했다. 귀신을 천도해야 하는 운명을 거부하고 은둔해 살고 있었지만, 하정 스님이 보낸 동자승 청석(남다름)으로부터 '그것'이 깨어나려고 한다는 것을 듣게 되고, 결국 봉인해제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영혼을 천도해야 하는 운명과 베일에 가려진 슬픈 과거로 독특한 정서를 가진 박진수를 표현하기 위해 카르마(업)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인물에 살을 붙여나갔다고 한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양자역학에 빠져 참여하게 됐다"는 예상치 못한 답변이 이어졌다. 분자, 원자, 소립자 등 미시적인 계의 현상을 다루는 기본 이론인 양자역학이 이 작품의 바탕이 되는 불교 세계관과 맞닿아 있어 호기심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우리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과연 진짜일까?',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일까?' 등을 묻던 시기 운명적으로 '제8일의 밤' 시나리오를 받게 된 것이다.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금강경 32장 구절이 쓰여 있었어요. 평소 양자역학에 관심이 있었는데 영화 속 내용 중 불교의 세계관과 비슷한 지점이 있다고 느꼈죠. 사람의 눈으로 보고 인지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 있고 또 그런 걸 볼 수 있는 초인, 초능력자가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싶었는데 마침 그런 캐릭터가 '제8일의 밤'에 나와 매력적이었고 반가운 기분이 들었어요."
양자역학을 접하고 인생관도 달라졌다는 이성민. 그는 "내가 원자의 하나일 뿐이라고 느끼게 되니 겸손해지게 되더라"며 "번뇌와 번민이 많지만 덧없음을 인정하고 있는 단계다"고 말했다.
오컬트 장르 도전에 대해서는 "지금은 여러 플랫폼을 통해 오컬트 장르가 많이 나와 익숙하지만 내가 촬영할 때만 해도 오컬트 장르가 대중적이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 오는 기대감은 있었다"며 "신인 감독들과 작업을 많이 해왔고 김태형 감독이 준비를 워낙 많이 해서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성민은 이번 작품에서 동자승 청석 역을 맡은 남다름과 긴 시간 호흡을 함께했다. 그는 남다름을 향해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났던 배우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났던 배우 중 하나가 남다름이란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 아이가 빛나야 이 영화가 빛날 거라고 생각했고 영화에 그렇게 보인 거 같아서 만족해요. 다름이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호흡은 좋았어요. 하하."
이전 작품에서도 만났다는 이성민은 "남다름 군이 이 작품을 통해서 기존의 아역 이미지와 다른 남다름이란 배우가 기존에 보여줬던 것과 다른 변화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영화 후반에 건장한 청년의 이미지를 살짝 보이는 거 같다. 성인이 됐을 때 좀 더 매력적인 배우가 될 것이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한 영화 공개는 아직 낯선 모습이었다. 그는 "새로운 변화에 아직 얼떨떨하다. 전 세계에 공개됐다는 것도 실감이 잘 안 난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기존에는 매일 관객수가 나오니까 반응을 계속 확인할 수 있는데 관객의 반응을 어떻게 살펴야할지도 모르겠다. 내심 마음이 편하기도 한데 궁금하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영화 '기적' 등의 개봉이 밀린 것에 대해서는 "제작보고회도 한 후에 영화가 밀려 어이가 없었다"며 "'이게 현실이구나' 느낀다. 기약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정말 아쉽고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제작이 다된 영화가 아직도 몇 편 남아있어요. 농사 진다고 표현하는데 창고에 쌓인 농산물이 많은 상황이죠. 아무도 안사가고 있으니 계속 농사를 지어야하나 그런 고민도 해요. 작업을 안 쉬고 하는 편인데 영화 작업은 잠시 미루고 있는 상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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