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I "재입찰 아닌 수정요구" 해명에도 논란 여전
"호반건설처럼 우협대상자 떠나면 대우건설만 상처"
중견기업 중흥, 덩치 큰 대우건설 소화 가능할지도
대우건설 내부, 브랜드 평판 저하·인력 이탈 등 우려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대우건설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건설이 선정됐지만 당분간 잡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매각 절차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여전하고, 우선협상대상자인 중흥건설과 대우건설의 시너지 효과가 적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중흥은 메이저 건설사인 대우건설의 노하우를 흡수하는 것을 기대하지만,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임직원 이탈 등을 염려하고 있다.
6일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내고 "KDB인베스트먼트는 명백한 배임죄에 해당하며, 매각원칙을 무시한 중흥건설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매끄럽지 않은 입찰 과정에 노조 반발
2017년 추진한 매각 실패와 이후 비공식적으로 인수를 타진했던 국내외 투자자들의 사례를 감안해 일차 목표를 투자자들의 진정성을 최대한 확인하고, 대우건설의 영업과 임직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게 KDBI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우건설 노조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 과정에 특혜 논란이 있다고 주장한다. 막판 호반건설의 참여 가능성에 당초 계획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중흥건설이 인수를 포기할까 염려된 나머지 재입찰을 통해 가격을 낮출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이에 매각 가격은 2조3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까지 낮아졌다는 전언이다.
노조는 "국가자산을 매각함에 있어 매각 성사 시 지급되는 매각인센티브에만 눈이 멀어 원칙을 무시하고 특혜매각을 한 것도 모자라, 거액을 자의적 판단으로 깎아준 것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입장에 이대현 KDBI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재입찰을 한 적이 없고, 재입찰 원인이 가격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며 "매각 과정에서 입찰 공고와 예비 입찰이 없었던 만큼 제안자가 양해각서(MOU) 체결 전 조건을 수정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건 매도자와 매수자가 어떻게 합의하느냐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또 가격적 측면 이외에 비가격적 요건도 수정 요구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비가격 조건에 손해배상 등 컨틴전시 플랜에 해당하는 항목이 많이 있다"며 "호반건설의 사례처럼 우선협상대상자가 떠나버리면 딜은 깨지게 되고, 상처를 입는 것은 대우건설과 우리(KDBI)"라고 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2일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을 열고 심상철 노조위원장이 삭발을 감행했다. 이날 노조는 "산업은행은 밀실매각, 특혜매각, 짬짜미 매각을 즉시 중단하고 새로운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한 매각절차를 다시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대우건설 매각과정 관련 졸속, 특혜매각 의혹을 수사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입찰가를 높게 썼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한다고 하니,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밀실·특혜매각이 아니면 무엇이냐"며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국가자산 매각을 이리도 졸속으로 진행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고래 삼키는 중흥, 구성원 달래기 과제로
중흥은 대우건설의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고 수도권 핵심지역에 진출하려는 계획이다. 주택 부문에서의 프리미엄 브랜드 파워와 해외 사업, 플랜트에 정통한 대우건설을 품어 양적·질적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능력을 보유한 중흥의 강점과 우수한 주택 브랜드, 탁월한 건축·토목·플랜트 시공 능력 및 맨 파워를 갖춘 대우건설의 강점이 결합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설 전문 그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중흥은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국내외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을 통한 지속적인 수익 창출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해외 유수의 엔지니어링 회사를 인수해 해외 토목 및 플랜트 사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확대 방안도 검토한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와 첨단 ICT 기술을 확보해 세계 최고 수준의 '부동산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갖출 방침이다.
하지만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중견건설사에 인수되면 '푸르지오'의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돼 강남을 비롯한 서울 핵심지역에서 수주를 따내지 못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인수 뒤 사업과 인력, 시스템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의 직원 이탈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미 진행 중인 재개발 사업 같은 경우 조합원이 푸르지오의 브랜드를 믿고 결정을 했는데, 중견기업이 인수하게 되면 급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우려를 중흥그룹도 잘 알고 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이 최고의 건설사인 만큼 임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고용안정과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 건설 분야 최고의 인재들이 몰려드는 기업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흥그룹은 매각 주체인 KDBI와의 양해각서(MOU) 체결, 확인실사, 주식매매계약(SPA), 기업결합 신고 등을 신속히 진행해 연내 인수를 끝낼 계획이다.
다만 중흥에 대한 대우건설 노조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노조는 "중흥은 5000억원이나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는 초보적 실수를 저지르고, 스스로 놀라 매각 원칙도 무시한 채 안 깎아주면 안사겠다며 입찰절차를 교란시켜 재입찰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어 냈다"며 "공정 입찰을 방해한 '입찰방해죄'"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실사저지 및 총파업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인수 반대 투쟁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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