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조 푸는 기재부, 금리 올린다는 한은…'엇박자' 왜?

기사등록 2021/07/01 16:42:00

기재부 33조 추경 발표, 역대 최대 세출

"완전한 경기 회복 위해 재정 역할 강화"

"연내 금리 인상" 공식화한 한은과 달라

국회서 "기재부-한은 엇박자" 질타 쇄도

기재부 "엇박 아닌 서로 다른 정책 역할"

민간 전문가 "나랏돈 풀 때 금리 올려야"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기획재정부가 33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에 나선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내수 진작에 16조원가량을, 지방 재정 보강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13조원가량을 쓴다.

반면 발권력을 가진 통화 당국 한국은행은 연내 기준 금리 인상을 공식화하며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 회복세가 강한 데 비해 금리 수준이 너무 낮아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임시 국무 회의를 열고, 모두 발언을 통해 "최근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방역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 피해 지원과 경제 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추경 편성이라는) 적시 대책이 매우 긴요하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번 추경안을 ▲코로나19 피해 지원 13조4000억원(지방비 2조3000억원 추가) ▲방역 지원 4조4000억원 ▲고용·민생 안정 지원 2조6000억원 ▲지역 경제 활성화 1조6000억원으로 구성했다. 여기에 취약 계층 주거·생계 부담을 더는 데 3조원, 나랏빚을 일부 갚는 데 2조원을 더 쓴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부겸 국무총리가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7.01.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부겸 국무총리가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7.01. [email protected]

이번 추경 규모 33조원은 세금 지출을 늘리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김부겸 총리는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촘촘히 지원되도록 노력했다"면서 "철저한 방역과 완전한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 역할을 최대한 강화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돈을 더 풀 필요가 있다는 이런 기재부의 태도는 최근 한은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4일 물가 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기자 간담회에서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현재의 완화적 통화 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준 금리 수준과 통화 정책이 실물 경제 대비 상당히 완화적이라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최근 시장에서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기는 했지만, 이주열 총재가 직접 '연내'를 언급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지난달 10일 개최됐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당분간'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는 것으로 위원 간 의견이 모였다. 통화 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쓰는 '당분간'은 통상적으로 6개월 이내를 의미한다. 사실상 "연내 기준 금리를 올리겠다"고 못 박은 셈이다.

[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물가 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은 제공) 2021.06.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물가 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은 제공) 2021.06.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지난달 25일 추경 발표를 앞두고 국회에서 열렸던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장에서도 "기재부와 한은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뭐냐"는 질의가 쏟아졌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기재부는 돈을 풀어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고, 한은은 금리를 올려 브레이크를 밟는다. 거시 경제 정책 내 엇박자가 나고 있다"고,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재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정책과 한은의 기준 금리 인상이 상충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양경숙 의원은 "가계 부채가 역대 규모다. 한은은 기재부와 의논 하에 금리를 올리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급기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내달 열릴 국회에서 추경안을 상정할 때 이주열 총재를 불러 달라"는 요구까지 했다. 재정-통화 당국 간 엇박자 문제를 함께 짚어보자는 이유에서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6.25. (공동취재사진)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6.25. (공동취재사진) [email protected]

이런 질의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의 역할은 서로 다르다"면서 "재정 정책은 (소상공인 등) 그 나름대로 정말 힘들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곳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기준 금리 등 통화 정책으로 할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억원 기재부 제1 차관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이억원 차관은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 브리핑을 열고 "이는 엇박자가 아닌 '폴리시 믹스'(Policy Mix·정책 조합)"라면서 "재정 정책(기재부)은 취약층 지원에 초점을, 통화 정책(한은)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 불균형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경제 전문가의 분석도 이와 비슷하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기준 금리가 인상되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느냐. 통화 정책은 모든 경제 주체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서 "재정 정책은 '특정 계층에만 지원하겠다'고 대상을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 금리를 올리는 것과 취약층에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양준석 교수는 "기준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효과를 확장 재정의 팽창 효과로 중재할 수 있다"면서 "지금처럼 나랏돈을 뿌릴 때가 기준 금리를 올리기에 오히려 적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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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1/07/01 16:42: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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