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기업 집중투표제 도입, 9곳뿐…실효성 의문"

기사등록 2021/06/20 11:00:00

[서울=뉴시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채택 현황.(표=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2021.6.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채택 현황.(표=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2021.6.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기업 175개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집중투표제 등 핵심지표에 문제를 제기했다.

집중투표제 도입 기업이 극히 적은 상황인 만큼 오히려 주주총회일 분산 등이 소액주주 보호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제도의 간소화·단일화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전경련는 20일 내놓은 '2020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공시가 시행된 2018년 이후 비금융기업 175개사(자율공시기업 12개사 제외)의 3년간 현황을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15개 지표에 대한 평균 채택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해인 2018년 평균 채택률은 52.9%였으며 2019년 58.6%, 지난해 64.6%였다. 특히 높은 상승률을 보인 지표는 '정관에 전자투표 도입' 지표였으며 이는 2018년 25.5%에서 지난해 72.0%로 높아졌다.

지난해 높은 채택·도입률을 보인 지표는 ▲경영 관련 중요정보에 내부감사기구가 접근할 수 있는 절차 마련 여부(100%) ▲내부감사기구에 대한 연 1회 이상 교육 제공(97.1%) ▲내부감사기구에 회계·재무전문가 존재 여부(94.9%) ▲6년 초과 장기 재직 사외이사 부존재(92.6%) ▲내부 통제 정책 마련 및 운영 88.0% 등이었다.

이런 가운데 '집중투표제 채택'의 경우 3년 연속 채택률 최하위를 차지했다. 3년 모두 채택률 5% 내외로 평균 채택률 64.6%에 한참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과 달리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도 있지만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는지 여부를 공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 기업은 3개년 모두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강원랜드, 대우조선해양, 포스코, KT, KT&G, SK텔레콤 등 9곳으로 상당수가 공기업 등이었다. 순수 민간기업으로는 SK텔레콤이 눈에 띄었다.

기업들이 이 제도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를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각사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로 ▲경영 안정성 저하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 방어의 어려움 등을 제시했다. 경영권 보호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집중투표제 채택은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학계나 글로벌 기관투자자 등 전문가들도 소수주주권 보호에는 집중투표제보다 주총 집중일 분산 등의 방안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전경련은 전했다.

전경련은 또 핵심지표에 대해 '준수·미준수' 등으로 표현하는 관행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해당 지표들이 법규정도 아닌데 준수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며 "법에서 요구하는 의무사항은 지켜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고 기업들이 최적의 제도를 선택해야 하는 만큼 '채택'이나 '도입' 같은 객관적인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공시 외에 내년부터 ESG 공시 의무화, 2025년부터 환경정보공시 도입 등이 예정돼있는 점과 관련해서도 지적을 내놨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만 해도 두껍게는 100페이지 가량 되는 상황에서 추가로 공시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기업들에게 행정적·비용적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경련은 체계적인 ESG 경영전략 수립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공시제도의 간소화·단일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미국 사례 등을 볼 때 공시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자율적인 틀을 정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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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기업 집중투표제 도입, 9곳뿐…실효성 의문"

기사등록 2021/06/20 11: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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