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초과 세수 재원으로 20조~30조원 추경 편성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 유지…600조원 예산 전망도
한은, 금리인상 시사…10월 0.25%p 인상 유력 거론
독일·프랑스·캐나다·미국 등도 단계적 재정 정상화
전문가 "취약계층 지원과 함께 금리인상 고려해야"
[세종=뉴시스] 박영주 이승재 기자 = 정부가 하반기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경기 부양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재정 당국과 통화 당국이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반등 신호가 뚜렷한 만큼 확장적 재정 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보다는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이고 단계적으로 재정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20조~30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을 편성할 예정이다. 추가 재정을 투입해 코로나19 피해계층을 지원하고 경기 회복 발판을 마련해 4%대 성장률을 이루겠다는 목적이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예고했다. 올해 558조원의 예산을 뛰어넘어 내년에는 사상 최초 600조원이 넘는 '초슈퍼 예산'이 편성될 가능성도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경기의 확실한 반등과 코로나 격차 해소를 위해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확장 재정 운용에 의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올해 들어 큰 폭의 세수 회복으로 이어져 재정건전성 관리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내년까지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하며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 경제 회복을 빠르게 앞당기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한은은 '돈 줄 조이기'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시중에 푼 유동성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자 연내 금리를 인상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한은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서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한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10월 기준금리 조정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전해진다. 10월 0.25%포인트(p)를 인상하고 내년 1~2월 추가로 0.25%p를 높일 거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올해 7·8·10·11월 네 차례인데 7·8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등장한 뒤 10월 첫 금리 인상이 이뤄질 거라는 관측이다.
지난달 금통위원 7명은 만장일치로 현재 연 0.5%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탓에 경기가 침체되자 지난해부터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며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 총재의 발언 등으로 연내 금리 인상 신호를 두고 3~5개월 정도 시차를 둬서 시장이 금리 인상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다.
주요 선진국도 재정 정상화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재정동향 및 이슈' 6월호에 실린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지출분석센터의 '주요국 예산안 및 중기 재정운용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2021년 안정화 프로그램'을 통해 중기 목표로 일반정부의 구조적 적자 상한선을 국내총생산(GDP)의 0.5% 수준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9%까지 확대된 GDP 대비 일반정부 재정적자 비율을 내년 3%로 감축할 계획이다.
프랑스 정부도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올해 9%에서 내년 5.3%, 2023년 4.4%, 2024년 3.9%로 단계적으로 낮춰 2027년에는 2.8%를 달성할 예정이다. 캐나다는 올해 9월까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제지원 대부분을 종료할 방침이다. 미국은 재정적자 비율을 올해 16.7%에서 내년 7.8%로 축소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전문가들도 금리 인상을 통한 재정 정상화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좋고 하반기에는 경제가 회복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경기적인 요인으로 봤을 때 천천히 금리를 올려도 될 것으로 본다"며 "저금리로 인해 암호화폐 등에 대한 투기가 만연해지고 있다는 점도 금리를 올려야 하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신에 취약계층과 업종 등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금리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이중 대처를 해서 경제 불안정성을 줄이는 운용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인해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확장적 재정 정책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보다는 일단은 경기 흐름을 지켜보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뒤처져서는 안 되지만 글로벌 중앙은행들보다 지나치게 앞서 나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적당한 보폭을 유지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고, 이를 위한 사전 준비와 시장에 충분한 시그널을 주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금리 인상과 함께 확장적 재정 정책도 유지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빠르게 올라오면서 지난해보다 실질금리는 더 낮아졌다"며 "완화 정도가 너무 심해졌기 때문에 지금 한은이 금리를 2번 올려도 긴축이라도 볼 수는 없다"고 짚었다.
이어 "정부가 재정으로 돈을 순환시켜주면 소상공인 등도 금리 충격에 대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금리가 어차피 오를 수밖에 없다면 재정을 줄이면서 긴축으로 가기보다는 재정으로 수요를 창출하면서 자연스럽게 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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