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철거 업체→지역 업체' 재하청 구조 추정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가능성…"재하도급은 없었다" 해명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사상자 17명을 낸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현장에서 재하도급을 통한 철거 공사가 이뤄졌던 정황을 포착,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광주경찰청은 동구 학동 재개발 정비 4구역 내 건축물 철거 공사와 관련된 업체 3곳 관계자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혐의를 받는 입건자 4명은 철거 관련 업체 2곳(한솔·백솔) 또는 감리업체 소속이다.
재개발 사업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9월28일 서울 업체 한솔과 철거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광주 지역 중장비 업체인 백솔이 참사가 발생한 철거구역(학동 650-2번지 외 3필지) 내 10개 건축물을 해체하는 작업을 도맡은 정황이 경찰에 포착됐다.
참사 직전 현장에 있었던 굴삭기 기사 등 인부 4명은 모두 백솔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산업개발과 철거 용역 계약을 맺은 한솔이 백솔에게 다시 하청을 준 정황으로 볼 수 있다.
경찰은 두 철거 업체간 계약 시점·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한편,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 등을 검토 중이다.
참사 직후 현대산업개발 측은 "'한솔'과의 계약 외에는 하청을 준 적이 없다. 법에 위배가 되기도 하고 재하도급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건설산업기본법 29조 4항에 따라 건설 현장에서 공정 재하도급 계약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건설업자는 도급받은 공사의 전부 또는 주요 공사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업자에게 도급을 다시 줄 수 없다. 다만 전문건설업자에게 재하도급하는 등의 일부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시공 품질 향상을 위한 전문업체 재하도급을 할 때에는 발주자인 현대산업개발의 서면 승낙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철거 공정에 참여키로 한 업체는 계약서상 한솔이 맞다. 그러나 현장에서 공정을 실제 수행한 업체는 백솔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관련자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확인이 필요하지만 재하도급 의혹에 대해서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모든 공정을 총괄하는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입건자 4명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일부 확인됐다. 우선 입건하고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선 죄명이 추가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