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올해 1분기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에서 7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 올 1분기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은 직전 분기 대비 1.5%포인트 증가한 132.6%로 집계됐다.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쓴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부분을 실비로 보장해주는 보험으로, 전체 국민의 75%인 3900만명 이상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3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계약을 보유한 13개 손해보험회사의 올해 1분기 실손보험 손실액은 6866억원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이전인 작년 1분기 손실액(6891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올해 1분기 개인 실손보험 보험금 지급액(발생손해액)은 2조7290억원으로, 코로나 확산 전인 전년 동기(2조5577억원) 대비 오히려 6.7% 증가한 상황이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병원 이용 감소 등으로 낮아졌던 손해율은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 손보사들의 지난해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을 살펴보면 1분기 137.2%까지 높아졌다가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126.9%, 127.1%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어 지난해 4분기 131.1%에서 올해 1분기 132.6%로 1.5%포인트 상승했다.
위험손해율은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수치로, 100%를 넘으면 가입자가 낸 돈보다 보험금으로 타가는 돈이 많다는 의미다. 보험업계는 무분별한 의료 쇼핑,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요인으로 꼽는다. 계속된 적자에 실손보험을 취급했던 30개 보험사 중 13개사(생명보험사 10곳·손해보험사 3곳)가 판매를 중단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올해 각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보험료를 인상했는데, 그에 따른 손해율 개선세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며 "점차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고, 당장 손해율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 1분기만 해도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이 133%에 육박한다"며 "이는 보험료를 많이 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충분히 못 올렸다는 걸 방증한다"고 부연했다.
또 정 실장은 "코로나때문에 사람들이 병원에 많이 안 갔다고 흔히 생각하는데, 보험금 청구내역을 분석해보니 작년 2월에서 3월까지 청구 건수가 잠시 주춤했다"며 "그 이후 4월부터는 예전 수준으로 청구가 증가했는데, 건당 청구금액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이 줄지 않았다"며 "비급여 항목의 보험금 누수가 아직 많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계속 안 좋지만, 보험료가 연내 또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금융당국과 논의 과정을 거쳐 보통 연초에 보험료 인상을 단행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해율이 높아질 때마다 보험료를 인상하는 식으로 가면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보험료를 통제하면 실손보험을 팔지 않는 보험사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에 실손보험 손해율이 좀 나아졌다가 작년 4분기, 올해 1분기 들어 계속 나빠지고 있다"며 "심지어 올 초에 보험료가 인상됐는데도 이렇게 손해율이 악화되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회사들이 계속 생길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들게 되는 만큼 정부에서 비급여 과잉진료를 바로잡아 실손보험 손해율을 정상화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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