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샘씨엔에스 공모가 높였지만
진시스템·씨앤씨인터내셔널, 공모가 하회
"대어인 줄 알았는데"…SKIET 따상 실패
'중복청약'막히고 '학습효과' 등 열기 주춤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지난해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 열풍을 몰고 온 공모주 투자가 올들어 주춤하는 모양새다. 중복청약 방지 시스템이 완성되면 이 같은 분위기는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맥주(276730)는 지난 26일 코스닥에 상장한 첫날 4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3200원)에서 53.13% 오른 수준이자 시초가(4780원)과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샘씨엔에스(252990)는 장중 공모가를 밑돌았다. 지난 20일 상장 첫날 한때 6230원까지 떨어지는 등 공모가(6300원)을 하회했다. 이후 공모가 대비 28% 오른 8320원에 마감했다.
이들은 청약 당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제주맥주는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특례) 상장기업으로는 공모 청약에서 1748.25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샘씨엔에스는 15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상단보다도 높여 책정했지만 막상 상장 후 주가는 그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오히려 상장 첫날 손해를 본 종목도 있다. 진시스템은 공모가(2만원)보다 13% 하락한 1만7400원, 씨앤씨인터내셔널은 13.37% 하락한 4만1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7월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투자자 사이에 공모주를 두고 '묻지마 투자' 열풍이 불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에 이어지며 '따상' 행렬이 계속되자, 투자자 사이에 무조건 1주만 배정받아도 최소 160%의 수익률은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높은 경쟁률에 공모주를 배정받기조차 힘들어지자 우선 청약부터 받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투자에 '빚투', '영끌'까지 성행했다.
이같은 청약 열풍에 올들어 '균등방식'까지 적용됐지만 정작 상장 후 수익률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들어 상장 첫날 '따상'에 성공한 종목은 선진뷰티사이언스, 모비릭스, 레인보우로보틱스, 오로스테크놀로지, 자이언트스탭, 해성티피씨에 불과하다.
지난 3월 코스피에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도 첫날 따상을 기록했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청약 증거금이 걷힌 점과 높은 장외가 등을 고려하면 이튿날부터 주가 흐름은 기대에 못미친 셈이다. 또 다른 대어로 여겨졌던 SKIET도 따상에 실패했다. 상장 첫날 공모가의 47.14% 오르는 데 그쳤다.
지금처럼 청약 경쟁률은 높아도 상장 후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 반복되면 투자 열풍은 점차 식을 가능성이 높다. 상장 첫날 주가가 반짝 올랐다 떨어지는 패턴이 공모주 투자자 사이에 '학습효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중복청약'이 시스템으로 막히게 되면 이전보다 청약 경쟁률이 하락하면서 공모주 투자 열기는 이전보다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등 지난해 대어급 공모주 이후 '따상상'이나 '따상상상'과 같은 주가 강세를 보이기 쉽지 않은 시장이 된데다, 투자자 사이에도 그런 주가 흐름이 나오기 힘든 시장이 됐다는 '학습효과'가 생긴 것 같다"며 "상장 후 단기 상승세만 노린 '묻지마 투자'에는 신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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