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토스칸, 혁신과 창조의 산물…등급 규정 따르지 않은 특별한 와인
안티노리 후작, 본인의 이름은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제품에 부여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이탈리아 와인의 자존심을 되살려준 제품이 있다. 사시카이아(Sassicaia), 오르넬라이아(Ornellaia), 솔라이아(Solaia), 티냐넬로(Tignanello) 등 수퍼 토스칸 와인이다.
수퍼토스칸은 이탈리아 정부의 토착 품종으로만 생산해야 한다는 와인 등급(DOC) 규정을 따르지 않고 만든 토스카나지방의 와인을 뜻한다.
품질과는 별도로 최하위 등급인 VDT(Vin de Table)로 표기·판매되지만 와인 애호가들에게 혁신과 창조의 산물로 불린다.

◇수퍼 토스칸 와인 창조자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
수퍼 토스칸 와인의 탄생 비결을 위해서는 먼저 이탈리아 와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안티노리 가문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안티노리를 거론하지 않고서는 이탈리아 와인을 말하기 힘들다.
안티노리는 가족기업으로 가문의 와인 생산 역사는 11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렌체 와인 길드에 공식적으로 가입한 1385년을 와인 생산 원년으로 삼는다.
이후 몇 백 년간 가업을 이어오다 17세기 후반부터는 와인 품질을 인정받으며 이름을 알리게 됐다. 1729년 교황 클레멘스 12세에게 안티노리의 와인이 선물로 사용되며 바티칸 교황청이 안티노리의 중요한 고객이 되기도 했다.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의 아버지인 니콜로 안티노리 후작은 항상 '품질 제일주의 경영철학'을 내세웠다. 그는 와인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3가지 철학으로 열정(Passion), 인내(Patience), 끈기(Perseverance)를 강조했다.
가장 놀라운 발전은 현 회장인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에 의해 이뤄졌다. 안티노리 후작은 혁신과 창조의 산물이자 이탈리아 고급와인의 대명사가 된 수퍼 투스칸 와인의 창조자다. 이탈리아 와인 산업의 근대화와 고급화에 앞장선 인물이다.
세계 유명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탈리아 와인을 내놓겠다는 의지로 1970년 수퍼 투스칸 와인의 효시로 불리는 티냐넬로 1978년 솔라이아를 세상에 선보였다.

◇2000년 美 와인스펙테이터 솔라이아 올해의 와인 선정
2000년 이탈리아 와인의 역사를 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의 저명한 와인 전문잡지인 와인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발표에서 솔라이아 1997 빈티지가 1등으로 선정되고 '올해의 와인'으로 선포됐다. 이탈리아 와인 역사상 처음이었다.
이탈리아는 다른 모든 유럽 국가에 와인을 전파한 나라였지만 와인 종주국의 자리는 일찍이 프랑스에 내줬다. 오랜 기간 통일 국가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세기에도 와인 생산량은 프랑스를 능가했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와인이 없었다.
이탈리아 와인의 자존심을 되살려준 제품은 역설적으로 이탈리아 정부의 와인등급 규정을 따르지 않고 만든 와인이었다. 솔라이아는 국제적인 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을 재배해 토종 품종인 산지오베제와 블랜딩해서 탄생됐다.
와인 스펙테이터지는 "솔라이아는 오늘날 이탈리아 와인의 모든 장점을 집약한 와인", "1997년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포도 생산은 역사상 최고로 훌륭했다", "솔라이아는 그 중 최고의 레드 와인" 등 극찬했다.

◇안티노리 후작의 도전정신의 산물 '티냐넬로·솔라이아'
이탈리아 와인의 명성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이끌어 올린 티냐넬로와 솔라이아는 안티노리 후작의 끝없는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의 결실이라는 평가다.
이 와인들이 생산되는 고장은 토스카나에서도 키안티 클라시코라고 불리우는 지역이다. 이 곳에서는 그 지역 고유의 포도 품종인 산지오베제를 주로 사용하고 전통적인 양조방식을 따라 생산된 와인에 높은 등급을 부여한다.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은 이런 관례를 과감하게 탈피해 1970년 초 국제적으로 인기있는 포도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도입, 새로운 양조방법으로 티냐넬로를 만들었다.
1978년에는 티냐넬로 포도원에서 가장 좋은 곳을 골라 솔라이아를 생산했다. 이 와인들은 전통적인 방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현지에서 무시됐다.
세계 최고의 품질임에도 불구하고 본국에서는 가장 하위 등급인 비노 다 타볼라라는 등급을 받고 출시됐다. '슈퍼 투스칸'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은 미국의 와인 애호가들이었다.

◇혁신과 전통을 중시하는 안티노리…명가의 와인으로 등극
안티노리 후작은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용기와 실행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통을 중시 여기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가 자신의 이름인 '마르케제 안티노리'를 수퍼 투스칸 와인이 아니라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에 부여한 것도 가문의 전통을 중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혁신을 추진 할 수 있었기에 슈퍼 투스칸을 만들 수 있었고 가문의 근간이 된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과 산지오베제에 무한한 사랑을 지니고 있어 자신의 이름을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제품에 붙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와인의 자존심을 되살려준 솔라이아, 티냐넬로 등 수퍼 토스칸 와인과 인자해보이는 얼굴의 피에로 안티노리 후작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이탈리아 명가 와인의 깊이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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