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 용천사 "문화재보호법 있으나마나"
[경북=뉴시스] 정창오 기자 = “신성한 고승들의 사리를 모신 부도군 문화재 바로 앞에 별장을 짓고 정화조를 묻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화재 인근에 건축허가를 내준 청도군 공무원들의 정신세계가 궁금합니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오산리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용천사와 역대 주지 및 고승들의 사리를 모신 부도군 인근에 별장이 들어서는 공사가 진행되자 사찰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5일 경북도에 따르면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가 소재하고 있는 외곽 경계부터 300m 이내에는 건축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별장 건축허가가 난 곳은 유형문화 제295호인 용천사 대웅전과 직선으로 150m 이내, 경북도 문화재 자료 제478호인 부도군과 50m 떨어져 있는 필지다. 용천사 대웅전에는 보물 제1956호인 영산회상도가 있다.
이곳은 당연히 건축이 제한되는 곳이다. 그런데도 해당 부지에는 2019년 7월26일 건축허가가 났다. 문화재보존지역 내 건축허가는 경북도의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위원회 소집 대신 문화재 위원 3인의 영향검토 만을 받고 허가를 내줬다.
도는 사전영향 검토에서 문화재 보존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이러한 결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건축허가 과정에서 사찰측은 도나 청도군으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받은 적이 없으며 문화재 심의와 관련한 현장조사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찰측은 또 최초 건축허가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실제 건축을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 11월 재허가를 받아 올해 초 착공한 것도 불교문화재 보호에 적극적인 용천사 주지 지거스님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최초 건축허가 당시 지거스님이 주지 연임 상태로 임기가 지난해 말이었다. 이 때문에 지거스님의 임기가 끝나면 착공을 하려다가 예상 밖으로 지거스님이 3연임하자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용천사 경내외에는 ‘청도군청 규탄한다’, ‘무능한 이승율 청도군수 사퇴’, ‘문화재 50미터 건축허가 돈 먹었냐’, ‘신성한 부도 앞 정화조, 군수가 X물 퍼가시오’ 등의 펼침막이 걸려 있다.
사찰 측은 건축허가가 현장실사 등 제대로 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문화재 보호의 기본정신을 망각한 불법처분이라며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용천사 주지 지거스님은 “천년고찰에 붙어 있는 땅에 별장이나 전원주택을 건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전국 어디에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런 일이 허용된다면 도대체 문화재법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청도군청의 문화재관리는 한마디로 엉망”이라며 ”탈법적 건축허가를 자행해 문화재 보존은커녕 오히려 탈·불법 행위자를 돕고 있다. 모종의 커넥션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건축주는 정당하게 허가를 취득한 건축행위라는 입장이고, 청도군 역시 도의 문화재 심의를 거쳐 내려진 행정행위로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용천사는 신라 문무왕 10년(670) 의상대사가 창건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 동화사의 말사다. 전성기에는 1000여명의 승려가 수도한 것으로 알려진 고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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