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한국은행이 오는 8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에 착수한다. 한은은 이번 모의실험을 통해 가상공간인 클라우드에서 작동하는 CBDC 모의실험 환경을 조성하고 CBDC의 활용성을 점검하는 한편, 제반 IT시스템에 대한 성능 테스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화폐로, 세계 주요국을 중심으로 CBDC 도입 논의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의 CBDC 시범사업 추진과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 프로젝트 등을 계기로 디지털화폐 출시 움직임이 가시화됐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결제가 늘면서 관련 논의가 가속화됐다.
윤성관 한은 디지털화폐연구팀장은 24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CBDC 모의실험은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현금 이용 비중이 현격하게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이 언제 올지 가늠할 수 없지만, 그 상황이 오면 CBDC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라며 "지금의 준비 단계들은 지급결제 환경이 급격하게 변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모의실험은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2단계로 나눠 추진한다. 1단계는 분산원장 기반의 CBDC 모의실험 환경조성과 기본 기능(발행·유통·환수)에 대한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한다. 2단계는 중앙은행 업무 확장, 오프라인 결제 기능, 디지털자산 구매 등 CBDC 확장기능·개인정보보호 강화기술 등 신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토한다. 한은은 올해 말까지 1단계 실험을 완료하고, 내년 6월까지 2단계 실험을 마칠 예정이다.
다음은 윤성관 팀장, 유희준 한은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기술반 반장과의 일문일답.
-내년 가상환경에서의 테스트가 마무리된 이후에 한은의 CBDC 연구가 어떤 단계를 밟게 되나.
"(유희준 반장) 이번 테스트를 통해 (가상환경에서의) CBDC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를 확인하면서 추가적으로 기술적 검증이 필요한 항목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기술적으로 검증해야 할 것을 확인해나갈 계획이다."
-2단계 사업에서 국가간 송금 절차를 구현한다고 했는데, 이 부분은 어느 나라와 연계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유희준 반장) 국가간 송금 절차가 타 플랫폼과 연계되는지 기술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사업 범위에서 특정 국가와의 연계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CBDC 관련해 최근 다양한 논문과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은의 CBDC 운영 기대와 로드맵은.
"(윤성관 팀장) CBDC 운영 기대가 한국은행이 CBDC 운영시 효과를 물어본 것 같다. 기본적으로 저희가 하고 있는 것은 연구 차원이다. 당장 CBDC 발행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미래 지급결제 환경을 대비해서 연구하고 있다. 현재 CBDC 운영효과, 기대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 대략적으로 보면 현금이 줄어드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향후 로드랩은 기본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연구 단계에 있다. 사용이 분명해지고 확신이 든다면 많은 나라들이 로드맵이 나올 것이다. 지금은 많은 나라들이 연구 단계다."
-오픈소스로 한다는 것은 기존 경쟁 입찰에서 채택된 사업자의 모의실험 테스트 기술 등에 다른 업체도 접근해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윤성관 팀장) 특정 기업의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CBDC 기술을 개발할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 오픈소스로 한다. 다른 업체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의 실험이 연구 차원이라면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고 해석해도 되는지. 즉, 모의 실험 후 실제 도입은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면 되는가.
"(윤성관 팀장) CBDC 모의실험은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현금 이용 비중이 현격하게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이 언제 올지 가늠할 수 없지만, 그 상황이 오면 CBDC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준비 단계들은 지급결제 환경이 급격하게 변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보면 될 것 같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CBDC와 관련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0일(현지시간) 화상 성명을 통해 디지털 달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 여름 중에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런 미국의 입장이 한은 CBDC 연구에도 영향을 줬는지 궁금하다. 또 한은에서는 이르면 언제쯤 연준이 CBDC를 도입할 수 있다고 예상하는지.
"(윤성관 팀장) 한은은 미국의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CBDC 입장도 계속 모니터링해왔다. CBDC 연구는 계획대로 진행해오고 있다. 미국의 입장이 영향을 크게 줬다고 볼 수 없고, 원래 계획했던 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제가 이제까지 파월 의장의 스피치의 행간의 의미를 읽기 위해 노력해왔다. 파월 의장의 기본적인 생각은 CBDC 도입에 따른 여러가지 사이버 보안의 문제, 기술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한 입장이다. CBDC 도입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 도입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언제쯤 도입한다고 예상하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 무리인 것 같다."
-모의실험 연구 용역 다음에 어떤 준비가 진행될지.
"(윤성관 팀장) 모의실험을 하고 나면 평가도 해야 하고, 기술적인 문제를 좀 더 살펴야 한다. CBDC가 어떤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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