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차별' 노인뿐만 아니라 청년도 느낀다

기사등록 2021/05/08 06:00:00

청년 54.6% "성과에 비해 낮은 대우받아"

나이에 따른 고정관념 '연령 차별' 심해

"너무 어려도, 나이 들어도 안 되는 사회"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청년 10명 중 9명은 구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2일 서울의 한 대학교 내 취업광장에서 학생들이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2021.02.02.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청년 10명 중 9명은 구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2일 서울의 한 대학교 내 취업광장에서 학생들이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2021.02.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어리니까, 연차가 낮으니까 팀에서 중요한 업무에서 배제 당하거나 일을 더 많이 하고도 처우는 낮은 경험, 다들 있을걸요?"

지난해 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해 경기도에서 근무하고 있는 20대 청년 A씨는 '나이가 어려서' 업무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인식이 청년 세대 전반에 퍼져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청년세대는 청년세대대로, 노인세대는 노인세대대로 나이로 인해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를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가 청년과 노인 모두를 차별의 피해자로 만들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청년들 "어리단 이유로 능력 발휘 못해"

나이에 근거한 차별과 고정관념을 '연령 차별'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연령 차별 문제를 논할 때는 나이가 많아서 차별 받는다는 인식을 가리키는 경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청년들도 나이에 따른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끼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만19세 이상 성인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년 78.5%가 능력을 발휘할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는 데 동의했다. 54.6%는 성과에 비해 직장에서 낮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답변했다.

A씨는 "실무를 하는 저연차일수록 야근이 잦고 업무량은 과중하다. 연공서열에 따라 연봉을 받으니 월급은 제일 낮다. 공무원이니 나중에 일을 적게 하고도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이런 식의 구조가 과연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은 든다"고 전했다.

한 중소기업의 홍보팀에서 근무하는 B씨(26세)는 "어리니까 SNS 같은 걸 잘 다루지 않겠냐면서 홍보팀에 보냈는데 정작 괜찮은 아이디어를 내면 '팀에서 프로젝트성으로 해보자'면서 선배가 가로챈 적이 몇 번 있다. 결국 내 성과로 남는 건 없었다"면서 "취직을 일찍 해서 벌써 3년차인데, 팀 막내 취급은 여전하다. 내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은 특히 2030세대에서 특히 강했다. 40대 미만은 청년층이 구직, 직장에서의 대우와 사회적 인정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답한 반면 연령이 높을수록 불이익을 받는다는 데 동의하는 수준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노인차별 OECD 15개국 중 2위

노인이 보편적인 차별의 피해자란 인식도 여전히 높았다.

노인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데 대한 동의 정도는 87.6%, 직장에서의 성과 대비 낮은 대우는 71.1%, 사회적 기여에 대한 낮은 인정은 66.4%, 가족 내 돌봄 활동에 대한 저평가는 70.4%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연령이 높을수록 노인이 구직, 직장, 사회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노인세대에 가까워질수록 차별을 더 심하게 인지하는 셈이다.

실제로 경제적 기준으로 한국의 노인 차별은 매우 심한 수준이다.

김주현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달 연령통합·세대연대 정책포럼에서 "노인집단에 대한 사회구조적 차별을 측정한 결과, 한국은 OECD 15개 국가 중 2위로 차별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집단은 나이 들어서도 일할 가능성이 높은 동시에 경제수준은 가장 어려운 특징을 보였다.

"너무 어려도, 너무 나이 들어도 안 되는 사회"

나이를 기준으로 역할을 나누는 사회 분위기가 연령 차별의 근본적 이유란 진단이 나온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리다는 이유로 자기 생각을 제대로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은퇴한 뒤에는 노인이기 때문에 생산성으로 평가했을 때 사회에 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란 식으로 차별을 하는 것"이라며 "너무 어려도 안 되고 너무 나이 들어도 안 되는 아이러니한 사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다. 나이와 상관없이 한 인간으로서 대우해줘야 한다"며 "나이라는 잣대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연령통합·세대연대 정책포럼에서 차해영 1인생활밀착연구소 여음 소장은 "청년들은 소통 과정에서 제일 크게 권위주의를 느낀다"며 "탈권위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주민자치단체의 경우 거주기간이 기준이 되지 않도록 하고, 각종 위원회는 경력이 기준이 되지 않도록 해 청년을 포함하자"고 제안했다.

청년의 참여를 통해 세대 간 균형을 높이고, 소통할 접점을 넓히자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저출산, 부양 부담 등 사회 문제를 특정 세대의 과업이 아닌 사회가 같이 책임질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단 의견도 제기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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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차별' 노인뿐만 아니라 청년도 느낀다

기사등록 2021/05/08 06: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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