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의 무인도 부델리 섬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마우로 모란디(81) 씨가 당국의 압력에 못이겨 이주를 결정했다고 26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사진은 모란디 페이스북 캡쳐.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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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지중해의 한 무인도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이탈리아의 ‘로빈슨 크루소’가 당국의 압력에 못이겨 이주를 결정했다고 26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올해 81세의 마우로 모란디는 지난 1989년 남태평양으로 가던 중 캐터머랜(쌍동선)이 고장나 망망대해를 부유하던 중 부델리 섬을 우연히 만났다.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해안 근처에 있는 무인도 부델리는 핑크빛 모래가 덮인 해변으로 유명하다.
당시 모란디는 부델리 섬의 관리인이 곧 은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항해 여행을 포기한 뒤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이후 모란디는 오두막에 살며 부델리 섬에 있는 동식물들을 보호하고, 간혹 섬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생태계에 대해 가르치며 안내하는 역할을 해왔다. 관광객들은 배를 통해 낮에 섬을 방문할 수 있었다. 해변에서 걷거나 수영하는 것은 금지 됐지만, 해변 뒤의 오솔길은 걸을 수 있다.
그는 해변을 깨끗하게 유지했고, 길도 닦았다.
하지만 섬을 소유한 민간 기업이 파산하면서 그의 역할은 위협을 받게 되었다.
뉴질랜드 출신의 사업가 마이클 하테가 2013년 섬을 매매하려 했지만 이탈리아의 정부의 항의와 개입으로 무산됐다. 당시 하테는 모란디를 섬 관리인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결국 2016년 이 섬은 이탈리아 국립공원 소속으로 편입됐다. 이후 라 마델레나 국립공원은 수차례에 걸쳐 모란디에게 퇴거 요청을 해왔다.
지속적인 퇴거 요청 끝에 그는 결국 이달 말 섬을 떠나기로 결정했고, 부델리 섬을 환경교육의 중심지로 바꾸길 원한다고 밝혔다.
모란디는 “싸움을 포기했다”라며 “32년 만에 이 곳을 떠나게 돼 아쉽다. 국립공원 측은 나에게 집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번에는 진짜인 것 같다”고 전했다.
국립공원 당국은 모란디가 필요한 허가 없이 건물을 변경했다고 주장해 왔다.
모란디는 군도에서 가장 큰 섬인 라 마달레나 근처의 작은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이다.
그는 “나는 대도시 외곽에 살 것이다”라며 “쇼핑하러 가고 남은 시간은 혼자 지낼 생각이다. 내 삶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여전히 바다를 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국립공원 측이 퇴거를 희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최근 몇 년 동안 수 천명의 이탈리아인들은 모란디를 섬에 계속 머무르게 하자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모란디가 섬을 떠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지지자들은 실망과 분노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그는 무인도에 살면서도 세상과의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섬에 전기가 들어오고 전파도 닿아 외부와 소통하는 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무인도에서 혼자 산다는 사연이 알려져 방송에도 출연했고, 개인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으로 자주 일상 사진을 공유했다.
모란디의 한 지지자는 페이스북에 “낙원의 파괴가 시작될 것이다”라며 “모란디의 보호 없는 부델리는 상상할 수 없다. 이 부당함에 반역하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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