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이 지난 24일 특별 정상회의에서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폭력 중단' 등에 합의한 가운데 미얀마 반(反)군부 진영은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석방 등 요구 조건이 관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상회의가 목표치에 미달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26일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미얀마 반군부진영이 세운 임시정부 '국민통합정부(NUG)' 대외협력장관 겸 대변인인 사사는 전날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가행정위원회(SAC)라고 불리는 군사정부가 (NUG의) 대화 조건에 동의하지 않는 한 협상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4가지 조건을 제시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살인을 합법화할 수 없다"며 "당신이 군사정부를 합법화하면 이는 군부를 합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NUG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등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와 연방의회 의원 복권 ▲시민에 대한 폭력 중단 ▲시내 주둔 보안군 철수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했다.
반면 쿠데타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 사령관의 동의를 얻어 발표된 아세안 의장 성명에는 NUG의 요구가 일부 관철되는데 그쳤다.
이 성명에는 ▲폭력의 즉각적인 중단 ▲평화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한 건설적인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모든 당사자의 자제 ▲당사자간 대화를 중재할 아세안 의장 특사 임명 ▲아세안 재난구호센터(AHA)를 통한 인도주의적 지원 ▲아세안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과 모든 당사자 면담 보장 등이 포함됐다.
닛케이 아시아는 아세안 의장 성명에는 정치범 석방이 포함돼 있었으나 회원국간 이견으로 NUG의 요구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초안을 본 복수의 외교관을 인용해 설명했다. 최종 성명에는 지난해 11월 정치 체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NUG의 요구에 대해서도 별도 언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사사는 아세안 의장 성명에 대해서는 "성명을 환영한다"면서도 "이는 행동 여부에 따라 가늠될 것이다. 발언은 쉽지만 그에 따른 조치가 없다면 무의미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군이 철수하는지 지켜봐한다"고도 했다.
아세안 의장국은 현재 브루나이다. 사무총장도 브루나이가 맡고 있다. 닛케이 아시아는 누가 아세안 의장 특사에 임명될지, 군부가 NUG와 연방의회 대표자회의(CRPH)를 불법 단체로 규정한 상황에서 누가 향후 대화의 대표를 맡을지 불투명하다고 했다.
사사는 "아세안의 제안이 NUG와 CRPH의 요구에 충족되지 않는 한 대화의 장으로 끌고 가지 못할 것"이라며 "민주주의 회복과 모든 정치범 석방 등은 협상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했다. 요구에 진전이 없으면 한국과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인도, 일본 등 민주주의 '동맹'과 협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밖에 그는 미얀마 군부와 합작 기업을 운영하는 외국 기업에도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군사) 정권에 세금을 계속 내는 기업들은 알려진 바와 같이 군경이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도록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더 많은 무기를 살 수 있도록 군부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사는 아세안 정상회의 당일인 24일 "우리는 아세안 정상들이 미얀마의 군부 폭력을 중단하고 정치범 석방 합의에 도달했다는 고무적인 소식에 대해 환영한다"는 환영 성명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AFP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관영 글로벌 뉴라이트는 25일 민 아웅 흘라잉이 미얀마 정치적 변화에 대해 논의하고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폭력 중단 등을 골자로 한 아세안 합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세안이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폭력 중단에 합의했지만 25일에도 군경의 실탄 발포와 구금은 지속됐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조사관은 토머스 앤드루스는 같은날 트위터에 "아세안 정상회의 결과는 문서가 아닌 미얀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살인이, 주민에 대한 테러가 멈추겠느냐. 수천명의 구금자들이 석방되겠느냐"고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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