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타스 포수' 무리수가 된 파격 기용

기사등록 2021/04/23 21:59:23

수비에선 공 흘리고 악송구…타석서도 무안타 침묵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2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 경기, 3회초 2사 1루 키움 안우진이 SSG 최정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지고 코치진과 대화하고 있다. 2021.04.23.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2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 경기, 3회초 2사 1루 키움 안우진이 SSG 최정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지고 코치진과 대화하고 있다. 2021.04.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최하위로 밀린 키움 히어로즈가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프레이타스(32)의 포수 기용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프레이타스는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쏠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서 5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공수에서 모두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프레이타스의 포수 기용은 홍원기 키움 감독이 야심차게 꺼내든 카드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홍원기 키움 감독은 "프레이타스 영입 당시 포수로 기용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22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을 봤을 때 프레이타스가 수비와 타격을 함께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고 그의 포수 기용 사실을 알렸다.

프레이타스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포수로 뛴 경험이 있지만, 지난 2월 홍 감독은 프레이타스에 포수 마스크를 쓰도록 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포수로 뛴 경험이 있더라도 KBO리그에서는 외국인 타자에게 포수를 잘 맡기지 않는다. 투수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또 국내 포수들과 비교해 상대 팀 타자에 대한 분석이 부족할 수 있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타자가 포수로 선발 출전한 것은 이번이 24번째다.

비슷한 이유로 프레이타스의 포수 기용을 꺼렸던 홍 감독은 7연패의 늪을 헤매는 동안 생각을 바꿨다. 선수의 포지션이나 타순에 유연함을 주기로 했다.

홍 감독은 개막 이후 지명타자로만 내보내던 프레이타스를 22일 한화전에 1루수로 내보냈고, 프레이타스는 맹타를 휘둘렀다. 프레이타스가 수비를 소화할 경우 타격감이 좋은 국내 타자를 지명타자로 기용해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홍 감독은 이날 선발 투수가 안우진이라 프레이타스의 포수 기용을 실험할 적기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범경기 도중 프레이타스가 안우진의 불펜 투구 때 공을 받아줬고, 이때 둘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 "2019년 마이너리그에서 포수로 뛴 동영상을 봤는데 수비에서 크게 뒤떨어지는 모습은 없었다. 시범경기에서도 포수로 뛰었는데 도루 저지도 있었고, 블로킹도 나쁘지 않았다"고 기대를 걸었다.

홍 감독의 기대와는 달리 프레이타스는 4회초 잇달아 실책을 저질렀다.

키움이 2-3으로 뒤진 4회 2사 만루의 위기에서 최정 타석 때 프레이타스는 투수 김선기의 평범한 변화구를 가랑이 사이로 흘렸다.

미트로 공을 잡은 뒤 살짝 움직여서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하려는 프레이밍을 하려다가 마음이 앞선 탓인지 제대로 포구를 하지 못했다.

공이 포수 뒤로 빠지면서 3루 주자 오준혁이 가볍게 홈을 밟았다.

계속된 2사 2, 3루에서 프레이타스는 김선기의 3구째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원바운드 변화구를 옆으로 흘렸다. 공이 옆으로 흐르자 3루 주자 이재원이 홈으로 뛰어들었고, 투수 김선기가 홈 커버에 나섰다.

프레이타스는 김선기에게 급하게 공을 던지다가 악송구를 저질렀다. 이 때문에 발이 느린 이재원이 어렵지 않게 득점할 수 있었다.

김선기의 폭투로 기록됐으나 프레이타스의 포구와 실책에 큰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프레이타스는 4-8로 뒤진 9회 2사 1루에서도 대주자로 투입된 김창평의 도루를 저지하려다 송구 실책을 저질러 3루까지 진루를 허용했다. 김창평은 이재원의 우익수 방면 안타 때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키움 투수들의 불펜 투구 때 공을 받아봤다고는 하나 투수 리드도 안정적이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키움 선발 안우진은 볼넷 2개, 몸에 맞는 공 2개를 내줬고, 김선기도 1⅔이닝 동안 4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주며 3실점했다.

선발 포수로 나섰다는 부담감 탓인지 프레이타스는 타격에서도 그다지 힘을 쓰지 못했다.

1루수로 선발 출전했던 22일 한화전에서 홈런, 2루타 한 방씩을 때려내며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던 프레이타스는 이날 3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키움에는 경험이 풍부한 포수 박동원, 이지영이 버티고 있다. 홍 감독도 이들 둘이 '주전 포수'라고 못박으면서도 "오늘 경기 모습에 따라서 향후 다른 옵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실험에서는 일단 기대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못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홍 감독의 선택에 눈길이 쏠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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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타스 포수' 무리수가 된 파격 기용

기사등록 2021/04/23 21:59:2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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