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강하늘과 호흡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영화 '써니', '한공주', '곡성' 등으로 존재감을 입증해온 천우희가 강렬함을 벗어 던지고 친근하고 평범한 캐릭터로 돌아왔다.
2019년 드라마 '멜로가 체질'과 영화 '버티고'로 서른의 상반된 두 얼굴을 드러낸 그는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20대의 시작과 끝에서 청춘의 성장 기록을 써 내려간다.
23일 화상으로 만난 천우희는 "나의 20대가 참 많이 떠올랐다"며 "내가 겪어온 시대와 감성들을 제대로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의 첫 만남을 기억했다.
영화는 2003년을 배경으로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영호(강하늘 분)와 소희(천우희)의 이야기를 그린다.
천우희는 팍팍한 현실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씩씩한 모습과 아픈 언니 대신 우연히 주고받은 편지지만 영호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점점 커져가는 소희의 내면을 단단한 감성 연기로 그려냈다.
조진모 감독은 "목소리 톤 하나하나에 복합적인 감정이 담겨 있어야 했는데 천우희 배우가 너무 잘 표현해줬다"며 "'천우희에게 저런 얼굴이 있었구나'라고 감탄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감을 더했다.
천우희도 밝은 캐릭터에 갈증이 있었다며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고 만족해했다.
"지인이나 가족들이 작품에서 너의 모습을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나또한 내 모습이 반영된 캐릭터를 못 보여줬다고 느끼기는 했죠. 감정선과 표현이 일상적이어서 내 것을 많이 꺼냈어요. 나도 몰랐던 모습과 표정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죠."
캐릭터와의 싱크로율도 가장 높은 작품이라고 꼽았다. 그는 "소희는 배려가 많고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 큰 인물이다. 주변인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소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반면 "소희는 나보다 소극적이고 얌전한 스타일이다. 영호한테 편지가 오면 나는 직접 찾아가는 등 행동으로 옮겼을 것 같다"고 웃었다.
20대 지극히 평범…연기하며 꿈과 목표 뚜렷해져
본인의 20대도 보통의 청춘들과 다르지 않았다는 천우희는 연기를 하며 꿈과 목표가 뚜렷해졌다고 돌아봤다.
"20대 때는 커다란 꿈과 목표가 없었어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죠. 연기를 하면서 목표가 생겼고 작품을 선택하고 파고들면서 점차 더 뚜렷해지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의 목표는 이야기의 밸런스였다. 천우희는 주안점을 둔 부분에 대해 묻자 "소희와 영호, 두 인물이 각각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영호의 이야기를 다 같이 호흡하면서 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밸런스를 잘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내 결이 너무 튀면 안 되니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상적인 모습을 최대한 담으면 어떨까 생각하며 작업했다"고 떠올렸다.
이번 작품 촬영이 색다른 경험이었다고도 밝혔다. 손편지를 주고받는 설정상 대부분의 장면을 편지를 읽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녹음된 내레이션을 듣고 연기했다.
천우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강하늘씨를) 상상하면서 연기하는 맛이 있었다"며 "직접적으로 대면하고 교감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더라. 내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를 상상하며 즐겁게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호흡을 맞춘 강하늘에 대해서는 "리액션이 좋은 친구다. 서로 배려하는 부분이 잘 맞았다"며 "내레이션을 같이 녹음한 적이 있는데 한 번의 호흡만으로도 잘 맞았다. 다른 이를 받아들일 마음이 열려 있는 친구다"고 추어올렸다.
에필로그에서 몽글몽글함 느껴…코로나 속 개봉만으로 감사
"관객의 마음으로 대본을 처음에 봤는데 두 사람이 만날까 하면서 기대하고 설레면서 봤어요. 에필로그에서 두 사람의 인연이 그려지는 그것을 보니 몽글몽글해지더라고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데 우리 영화를 통해서도 잔잔하게 스미는 따뜻함을 느꼈으면 해요."
영화는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28일 개봉한다. 천우희는 영화 촬영이 이어지고 더욱이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내비쳤다.
"10대 때는 나의 20대를 기다려보고 20대는 나의 30대를 기다리고 기대했던 것 같아요. 지금 기다리는 것은 역시 개봉일이죠. 오랜만에 영화 개봉이라 빨리 관객분들 만나보고 싶어요. 힘든 시국이지만 차기작도 촬영하고 영화도 개봉하게 돼서 기쁜 마음으로 하루하루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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