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韓-中-日 소부장 GVC 연계성 분석
中 소부장 수입 2001→2019년 11배 폭증
日은 '반도체 소자' 등 특정품 의존도 커
"반도체 장비, 중요도 대비 자립도 낮아"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한-중-일 간 세계 가치 사슬(GVC) 연계성이 점차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미-중 무역 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이 GVC 구조 변화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한국 수출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의 경우 산업 경쟁력을 지키고,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장비와 관련한 연구·개발(R&D)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다. 기술 자립도를 근본적으로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선임 연구위원은 20일 '한-중-일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GVC 연계성과 우리 기업의 대응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한-중-일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20여년간 상호 간 GVC 연계성이 더 강해졌고, 수직적 분업에서 수평적 분업 및 경쟁 체제로 변화했다"고 했다.
소재·부품·장비 GVC는 특히 중국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 정형곤 위원에 따르면 지난 2001년 50억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의 중국 소재·부품·장비 수입액은 2019년 535억3000만달러로 10.5배 폭증했다. 그중에서도 메모리 반도체의 중국 수입액이 전체의 13.3%를 차지했다. 반도체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의 경우 소재·부품·장비 수입액이 2001년 181억3000만달러에서 2019년 318억달러로 1.8배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특정 품목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및 유사 반도체 소자, 열간 압연 및 압출 제품, 플라스틱 필름 시트, 판 및 합성 피혁, 기타 분류되지 않은 화학 제품 상위 5개가 일본에서 들여오는 품목이다.
중국과 일본을 대체할 새 GVC를 형성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형곤 위원은 "수출입액에서 상위 1% 이상을 차지하는 품목 상위 20여개가 양자 간 무역에서 60% 이상을 차지해 상호 GVC 연계성이 매우 강하고, 배척도 어렵다"면서 "중국·일본과 비경제적 사안으로 제약이 많지만, 기업에는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라고 했다.
특히 중국과는 경제 협력을 이어나갈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진단이다. 정형곤 위원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핵심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전략 무기화 추세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특히 반도체를 포함해 디지털 기술의 중국 차단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응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기술 자립도가 낮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관해서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정형곤 위원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자립도는 2001년 3.6%에서 2018년 39.5%로 개선됐지만, 중요도 대비 여전히 낮다"면서 "공급처 안정성 확보 및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고, 기술 개발을 통해 자립도를 근본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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