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가덕도 관심 없어" "지원금 달라"…부산 민심 '경제 살리도'

[부산=뉴시스] 최서진 기자 = 오는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6일 여야 후보들은 부동산·입시 특혜·선거 공작 의혹 등 치열한 진흙탕 싸움을 벌이며 '정책 대결' 대신 '네거티브'에 집중하고 있다. 야권은 '정권심판'을, 여권은 'MB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프레임을 갖고 각자 정당성을 부각하고 있지만, 부산 바닥 민심에선 온도차가 느껴졌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남성 김모씨는 "나한테 찍을 사람 묻지 마라"고 시큰둥하게 답했다. 보궐선거를 하는 이유를 생각하면 야당 후보를 찍어주는 것이 맞지만, 부산 발전에 도움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김씨는 "부산이 보수만 뽑는다고 하는데, 여당, 야당 다 (시장) 줘봤다. 오거돈은 어떻게 됐노. 그렇다고 세 번 해먹은 허남식은 잘했나"라며 "다 거기서 거기다. 투표장 안 간다"고 했다.

이어 "내 주변 사람들 중에 투표한다는 사람 없다. 다들 지네 밥그릇에만 관심 있지, 부산 살리는 데 관심 없다. 인천 2등 소리 들을 때까지 (부산) 뭐했노"라며 "화가 난다"고 심정을 전했다.

부산 민심은 '정권심판' 등 명분 대신 "집값 내려줄 시장", "제 2의 도시를 다시 만들어줄 시장" 등 '먹고사니즘'에 손을 들었다.

부산 남구 용호동에 거주하는 홍모씨(41)는 "서울하고 마찬가지로 부산 집값 엄청 올랐다. 웬만한 시내는 대출이 필수적이다"라며 "집값만 좀 어떻게 내려줄 수 있다면 상관없이 그쪽에 표 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산이) 수출 도시다. 수입 수출 활발하게 하고, 좀 활력있게 살아났으면 한다"며 "진짜 제대로 (경제) 좀 살려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부산시장 선거판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서도 부산시민들은 "관심 없다", "우선순위는 아니다"라고 '경제 살리기'가 우선임을 전했다.

지난 5일 부산 동구 부산진시장에서 만난 60대 상인은 "가덕도가 뭐가 중요하노. 그거 만들면 교통난 더 생기는 거 아이가"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재난)지원금 좀 줬으면 좋겠다. 주머니 좀 채워줬으면 좋겠다"며 "그게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경제 좀 살려주고 손님들 많이 오게 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 자갈치시장 유세 당시 '박형준'을 연호했던 한 상인도 "가덕도공항이 우리 아아들(아이들) 일자리를 생각했을 때 중요한데, 당장 돈을 거기 쏟아부을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되면 좋은데, (신공항) 얘기가 너무 많이 나왔다. 지금은 서민들 보살펴주고 자갈치 같은 전통시장 살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형준 후보가 부산대학교 캠퍼스 앞 유세를 진행했던 지난 3일 유세트럭 앞에는 학생들 대신 중장년층이 가득했다. 20대 학생들은 발언 중인 후보를 힐끗 보고는 지나치기 바빴다.

기자가 만난 부산대 학생들 대다수는 "찍을 후보가 없다", "총선 때 첫 표를 행사했는데 잘 안 바뀐 것 같아서 관심이 없다" 등 대체적으로 무신경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부산의 문제점을 묻자 불만이 터져나왔다.

부산대 재학 중인 채모씨(21)는 부산의 문제를 묻자 "공약은 잘 모르겠고, 부산에 괜찮은 기업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도 서울에 (대학)가려고 했다. 근데 부산대가 공립이라 (등록금이 저렴해) 왔다. 사실 부산이 일자리가 없어서 졸업하면 서울에 가야 할 것 같다"며 "좋은 기업이 부산에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대 졸업 후 캠퍼스 근처에 카페를 연 이모씨(29)는 "왜 부산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처럼 20대, 30대에게 지원금을 주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부산에도 월세지원금, 일자리지원금 같은 것이 있긴 하지만 절차가 까다롭다"며 "요즘엔 (보편적 지급) 그런 추세로 가고 있는데,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경기도처럼 모든 청년에게 재난지원금을 준다든지 하는 것을 시장이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씨는 "시장 중에 괜찮은 인물이 없어서 마땅한 정책도 안 나오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수도권 지자체장의 경우 정책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반면, 부산은 과감한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박원순 전 시장이나 이재명 지사 모두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거나 거론됐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기본소득 같은 게 도입되지 않냐"며 "부산은 기억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 서울만 따라가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