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에 기름값까지…코로나 여전한데 심상찮은 물가

기사등록 2021/04/03 05:00:00

최종수정 2021/04/03 05:52:59

소비자물가지수 1년 만에 2개월 연속 1%대

지난달 물가 상승에 농축수산물 기여도 높아

휘발유·경유 등 석유 가격도 1년 만에 상승

정부 "공공요금 조정 등 선제 대응 체제 가동"

전문가들 "상반기 이후 안정세…인플레는 아직"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통계청이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한 2일 오후 서울 한 대형마트에 파가 진열돼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5% 상승하며 코로나19 국내 확산세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2021.04.02.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통계청이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한 2일 오후 서울 한 대형마트에 파가 진열돼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5% 상승하며 코로나19 국내 확산세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2021.04.0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0%대를 유지하던 물가 상승률이 지난 2월부터 두 달 연속 1%를 웃돌자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연초 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이 서민들의 장바구니에 영향을 주는 농산물인 탓이다. 여기에 계속 오르는 기름값도 부담스럽다.

3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소비자물가지수가 2개월 연속 1%대를 이어간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만이다. 2020년 1월 전년 대비 1.5% 올랐던 소비자물가지수는 2월과 3월에 각각 1.1%, 1.0%의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어진 4월에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며 이 수치가 0.1%까지 하락했고 5월에는 -0.3%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이후 9월(1.0%)을 제외하면 올해 1월까지 10개월 연속 0%대 증감률을 이어왔다.

정부는 물가 상승의 주된 이유로 국제유가 회복을 꼽았다. 실제로 석유류 가격은 1년 만에 상승 전환하며 물가 오름세 확대를 견인했다.

하지만 이를 경기 회복 신호로 보기는 아직 조심스럽다. 이런 해석을 위해서는 다른 경기 지표도 따라와 줘야 하는데 아직 충분치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수출과 생산은 늘어났지만 소비는 감소했다"며 "이는 이후 경기 회복을 제약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출은 개선되겠지만 내부적인 소비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정부 "공공요금 인상 시기 분산으로 서민 부담 덜 것"

더딘 소비심리 회복세에 비해 농산물·석유 등의 가격 상승이 가파른 점은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실제로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1.54% 가운데 농축수산물의 기여도는 1.08%포인트(p)에 달한다. 지난해 유례없이 길었던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고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세도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달 파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305.8% 치솟으며 26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기간 휘발유(1.8%), 경유(0.7%), 자동차용 LPG(2.8%) 등 석유류 가격도 1.3% 올랐다.

이에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 시기를 분산해 서민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자체와 협력해 요금 조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물가 여건 등을 고려해 단계적 인상을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전일 '제8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정부는 2분기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 관리 대응 체제를 가동해 일시적 물가 상승이 과도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18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전국 평균 1530원대를 보이고 있는 2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2021.03.2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18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전국 평균 1530원대를 보이고 있는 2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2021.03.28. [email protected]


앞서 한국전력이 국제유가 상승에도 2분기 연료비 조정 요금을 1분기(㎾h당 -3원)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서는 유가 등 연료비가 뛰면 요금도 함께 올라야 한다.

한전의 계산에 따르면 2분기에는 ㎾h당 0.2원만 깎아줘야 했다. 이러면 1분기와 비교해 2.8원의 인상 요인이 발생하지만 한전은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정부는 한전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1분기 조정 단가 결정 시 발생한 미조정액을 활용해 2분기 조정단가를 1분기와 동일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통보했다.

"상반기까지 물가 상승...인플레 우려 단계 아냐"

기재부는 당분간 소비자물가에 농축산물 수급 여건, 국제 원자재 흐름, 코로나19 전개 양상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오름폭이 확대되는 것일 뿐 과도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한 기저 영향으로 상반기와 3분기까지는 높은 수치가 나올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에는 안정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라고 전했다.

또한 "다만 많은 돈을 풀면 물가 상승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화폐 금융의 고전적인 이론인데 이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세계 경제가 좋은 상태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물가 반등으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저물가 지속) 우려가 줄어든 점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는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간 소비자물가가 낮아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적당히 물가가 올라주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16(2015=100)으로 전년 대비 1.5% 상승했다. 지난해 1월(1.5%)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16(2015=100)으로 전년 대비 1.5% 상승했다. 지난해 1월(1.5%)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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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에 기름값까지…코로나 여전한데 심상찮은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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