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수사팀, 추적 위해 10만원 입장료 지급
조주빈, 성착취물 유포 요구…경찰, 추적 포기
피해자 늘고, 단서는 없고…2차 잡입수사 결정
70만원 보냈지만…계속된 인증 요구로 부담↑
9월부터 위장수사 도입…"이제는 접근 가능"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메신저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이 지난해 3월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0.03.25.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03/25/NISI20200325_0016206898_web.jpg?rnd=20200325090854)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메신저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이 지난해 3월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0.03.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2019년 11월26일. 당시 '박사방'을 들여다보고 있던 서울경찰청 수사팀은 큰 결심을 했다. 당시 막 불거지기 시작한 'n번방' 사태 수사를 위해 돈을 주고 수사관을 직접 대화방에 잠입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시 조주빈은 박사방을 재편하면서 '노아의 방주'라는 텔레그램 방을 운영 중이었다. 수사팀은 가상화폐 대행업체를 통해 입장료 명목으로 10만원을 지급했고, 당시 대화방에 17명이 참여하고 있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조주빈은 형사나 기자를 색출한다는 명목 하에 대화방 참석자들에게 아동·성착취물을 다른 대화방에 유포하고 그것을 자신에게 인증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 조주빈은 행동을 망설이던 한 참가자에게 '기자님 50만원 감사합니다'라고 조롱까지 한 뒤 강제퇴장 조치했다.
수사팀은 불법행위에 동참하면서까지 박사방을 추적해야할지, 이쯤에서 추적을 포기해야할지 고민했다. 급히 서울중앙지검 담당 검사에게 문의했는데,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수사기관이 어떻게 수사실익만 앞세워 불법 행위를 하려 하느냐"는 답을 받았다. 결국 수사팀은 발을 뺐고, 그렇게 조주빈의 범행은 계속됐다.
1일 경찰에 따르면 당시 수사를 이끌었던 유나겸 서울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장은 전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회의실에서 열린 '청소년성보호법 개정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은 잠입수사 실패 사례를 소개했다.
이번 세미나는 아동·청소년 디지털성범죄 관련 경찰의 위장수사 도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잠입수사의 필요성은 컸지만, 법률적 한계로 전력을 다하지 못했던 박사방 수사가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유 팀장은 박사방 첫 잠입수사 경과를 소개한 뒤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가 맞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상황이었다"며 "이후로는 다시는 유료방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마음도 먹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고, 더이상 단서는 없는 절박한 상황이 됐다"며 "저희는 다시 또 (잠입수사를 위해) 돈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당시 조주빈은 이른바 고액방인 '위커방'을 홍보하고 있었다. 일정한 후원금을 지불한 사람들만 초대해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구조였다.
조주빈은 고액방 참여자들에게 별도의 불법행위나 신분인증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홍보한 터라, 이전보다 수사가 진척될 것이라고 수사팀은 판단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이번에는 꼭 검거하겠다"며 내부 보고를 마친 뒤, 지난해 1월9일 7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조주빈에게 보냈다. 절박한 마음에서 시도한 두 번째 잠입수사였다.
당시 조주빈은 박사방을 재편하면서 '노아의 방주'라는 텔레그램 방을 운영 중이었다. 수사팀은 가상화폐 대행업체를 통해 입장료 명목으로 10만원을 지급했고, 당시 대화방에 17명이 참여하고 있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조주빈은 형사나 기자를 색출한다는 명목 하에 대화방 참석자들에게 아동·성착취물을 다른 대화방에 유포하고 그것을 자신에게 인증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 조주빈은 행동을 망설이던 한 참가자에게 '기자님 50만원 감사합니다'라고 조롱까지 한 뒤 강제퇴장 조치했다.
수사팀은 불법행위에 동참하면서까지 박사방을 추적해야할지, 이쯤에서 추적을 포기해야할지 고민했다. 급히 서울중앙지검 담당 검사에게 문의했는데,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수사기관이 어떻게 수사실익만 앞세워 불법 행위를 하려 하느냐"는 답을 받았다. 결국 수사팀은 발을 뺐고, 그렇게 조주빈의 범행은 계속됐다.
1일 경찰에 따르면 당시 수사를 이끌었던 유나겸 서울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장은 전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회의실에서 열린 '청소년성보호법 개정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은 잠입수사 실패 사례를 소개했다.
이번 세미나는 아동·청소년 디지털성범죄 관련 경찰의 위장수사 도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잠입수사의 필요성은 컸지만, 법률적 한계로 전력을 다하지 못했던 박사방 수사가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유 팀장은 박사방 첫 잠입수사 경과를 소개한 뒤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가 맞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상황이었다"며 "이후로는 다시는 유료방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마음도 먹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고, 더이상 단서는 없는 절박한 상황이 됐다"며 "저희는 다시 또 (잠입수사를 위해) 돈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당시 조주빈은 이른바 고액방인 '위커방'을 홍보하고 있었다. 일정한 후원금을 지불한 사람들만 초대해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구조였다.
조주빈은 고액방 참여자들에게 별도의 불법행위나 신분인증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홍보한 터라, 이전보다 수사가 진척될 것이라고 수사팀은 판단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이번에는 꼭 검거하겠다"며 내부 보고를 마친 뒤, 지난해 1월9일 7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조주빈에게 보냈다. 절박한 마음에서 시도한 두 번째 잠입수사였다.
![[서울=뉴시스]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경찰청 제공) 2021.03.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1/03/31/NISI20210331_0017303140_web.jpg?rnd=20210331153000)
[서울=뉴시스]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경찰청 제공) 2021.03.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데 조주빈은 돈을 받고 태세를 전환했다. 또 신분인증을 요구한 것이다. 잠입한 경찰관은 "사기인 것 같습니다"라고 보고했고, 유 팀장은 당시 상황을 "혈압오르게 하더라"고 돌아봤다.
이번에는 수사팀도 바로 물러서지 않았다. 경찰이 아닌 지인에게 부탁해 신분증을 제시했고, 조주빈이 '얼굴 셀카'를 요구하자 이 역시 지인 도움으로 응했다. 하지만 조주빈은 끝내 '위커방'에 입장시켜주지 않았고, 오히려 추가 보증금 70만원을 요구했다.
경찰의 두 번째 박사방 잠입수사 시도도 그렇게 무산됐다.
유 팀장은 이번 세미나에서 "박사방 수사처럼 디지털 성착취 적발과 탐지를 용이하게 하는 위장수사 법제화 법률이 9월부터 시행된다"며 "수사 시기를 9월 이후로 바꾼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느냐"고 했다.
그는 "저라면 긴급 신분위장 수사 코스를 밟겠다"며 "박사에게 가상인물 신분증을 제시하겠다. 셀카를 요구해도 얼마든지 합성해서 만들 수 있고, 이를 전송한 뒤 유료방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사 당시 정말 이래야하나, 저래야하나 고민이 깊었는데, 걱정을 덜어주는 고마운 입법이 아닐 수 없다"며 "추가로 성인 상대 디지털성범죄도 관련 규정이 꼭 마련되도록 검토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정부는 그루밍 성범죄 처벌 규정과 위장수사 근거를 포함한 개정 아청법을 지난 23일 공포했다. 법률은 오는 9월24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법률은 경찰이 가능한 위장수사를 ▲신분 위장 ▲위장 신분을 사용한 계약·거래 ▲성착취물 등의 소지·판매·광고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한 채 온라인상에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이뤄지는 성범죄를 적극 단속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이번에는 수사팀도 바로 물러서지 않았다. 경찰이 아닌 지인에게 부탁해 신분증을 제시했고, 조주빈이 '얼굴 셀카'를 요구하자 이 역시 지인 도움으로 응했다. 하지만 조주빈은 끝내 '위커방'에 입장시켜주지 않았고, 오히려 추가 보증금 70만원을 요구했다.
경찰의 두 번째 박사방 잠입수사 시도도 그렇게 무산됐다.
유 팀장은 이번 세미나에서 "박사방 수사처럼 디지털 성착취 적발과 탐지를 용이하게 하는 위장수사 법제화 법률이 9월부터 시행된다"며 "수사 시기를 9월 이후로 바꾼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느냐"고 했다.
그는 "저라면 긴급 신분위장 수사 코스를 밟겠다"며 "박사에게 가상인물 신분증을 제시하겠다. 셀카를 요구해도 얼마든지 합성해서 만들 수 있고, 이를 전송한 뒤 유료방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사 당시 정말 이래야하나, 저래야하나 고민이 깊었는데, 걱정을 덜어주는 고마운 입법이 아닐 수 없다"며 "추가로 성인 상대 디지털성범죄도 관련 규정이 꼭 마련되도록 검토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정부는 그루밍 성범죄 처벌 규정과 위장수사 근거를 포함한 개정 아청법을 지난 23일 공포했다. 법률은 오는 9월24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법률은 경찰이 가능한 위장수사를 ▲신분 위장 ▲위장 신분을 사용한 계약·거래 ▲성착취물 등의 소지·판매·광고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한 채 온라인상에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이뤄지는 성범죄를 적극 단속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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