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與, '정권 수호론' 읍소 전략…'깨시민' 결집령도

기사등록 2021/03/24 12:12:07

오세훈 보수집회 '文 파면' 발언 집중 재조명

"MB 아바타 넘어 극우…촛불정신 정면 도전"

당정 지지율 동반↓…민심 이반에 '핵심층' 절실

"서울시장 결국 1% 싸움"…조직 총동원령 내려

'읍소' 전략 사례…"보선은 핵심층 모은 쪽 이겨"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회의에 김태년,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회의에 김태년,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한주홍 윤해리 권지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돌입 하루 전인 24일 선거 전략으로 '정권 수호론'을 꺼내드는 양상이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동반추락한 데다가 야권 후보가 초강세를 보이자 위기감 자극을 통한 핵심 지지층 결집으로 재보선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세훈 '文 파면' 발언 집중 조명 "촛불정신 도전"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명박·박근혜 국정농단 세력의 준동을 막기 위한 '깨어있는 시민(깨시민)'의 행동이 절실한 때"라며 "대통령에 대한 인신모독을 선동하는 사람이 서울시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야권 서울시장 단일 후보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2019년 개천절 광화문 보수집회에 참석한 것을 거론했다. 당시 집회 성격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논란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했다.

김 대행은 "오 후보가 중도이미지를 갖고 있는 분처럼 알려져 있는데 2019년도 10월에 태극기 부대에서 연설한 장면을 보니 극우 정치인이다. MB 아바타를 넘어서 극우정치인"이라며 "문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 중증 치매환자, 정신나간 대통령'이라는 입에 담기 어려운 광기어린 막말 선동을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오 후보의 시장 출마는 그 자체로 서울시민을 모독하는 행동이고 촛불정신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극우정치인 오세훈의 등장과 함께 광기어린 태극기부대의 광화문 도시활극이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도 "광화문 태극기집회에서 그가 행한 연설이 그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시민 여러분도 한번 볼 것을 권유한다"고 거들었다.

박정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언급된 동영상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면서 집회 당시 오 후보의 발언을 열거한 뒤 "이게 서울시장 후보의 품격인지 묻고 싶다. 저질스러운 언어로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수장으로서 일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가세했다.

민주당은 당 회의를 마친 후 유튜브를 통해 오 후보의 광화문 집회 당시 발언 영상 편집본을 상영하기도 했다.

영상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습관성 거짓말 증후군 중증환자 같다는 생각을 국민이 하기 시작했는데 문 대통령도 거기 버금가는 환자가 아닌가", "정신나간 문재인 대통령, 최악의 대통령, 독재자",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한다" 등 오 후보의 당시 발언이 담겼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24. [email protected]

민심 이반에 '핵심층' 절실 "서울시장 결국 1% 싸움"

민주당 지도부는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등 야권 후보들에 대해서도 융단폭격을 이어갔다. 김 대행은 박 후보를 겨냥해 "MB 아바타 답게 엽기적인 수준의 비리 의혹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며 "이제 부산시민 앞에서 선거운동을 할게 아니라 사법기관 수사부터 받아야하는 것이 아닌지 그런 의문까지 든다"고 비판했다.

김종민 최고위원도 "박 후보는 선거운동을 시작할 게 아니고 본격적으로 수사를 받아야 하며 국민의힘은 부산시장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힐난했고, 신동근 최고위원은 나아가 "박 후보가 부산시장 출마선언을 하자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MB 면회나 다니라고 조언했는데 정말 이러다가 MB 면회가 아니라 '옆방'에 갈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오 후보의 2년 전 보수 집회 발언까지 끄집어내 맹공을 퍼부은 것은 전(前) 정권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지지층을 자극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발표된 YTN 의뢰 리얼미터 3월 3주차(15~19일 조사) 주간집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주대비 3.6%포인트 하락한 34.1%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선이 열리는 서울은 30.9%, 부산·울산·경남(PK)은 29%까지 떨어졌다.

민주당 지지도도 동반하락해 28.1%로 집계됐다. 마찬가지로 정부 출범 후 최저치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전주 대비 3.1%포인트 오른 35.5%로 오차범위 밖으로 민주당을 따돌렸다. 국민의힘은 특히 서울에선 38.9%까지 치솟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이 재조명되는 등 악재가 잇따르며 민심 이반 현상이 확연히 나타난 것이다. 지난 대선, 총선과 달리 중도층의 이탈이 예상되는 만큼 핵심 지지층을 투표장에 끌어내야하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이미 이낙연 위원장이 "보병전에 치중하자"고 하는 등 조직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서울과 부산에 사는 지인 전화번호를 모으는 '연고자 찾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해찬 전 대표가 최근 유튜브에서 "선거에 거의 이긴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지지층을 고무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니라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 선거는 결국 1%의 피말리는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이 1일 오전 부산 영도구 본인의 지역구에서 6·4 지방선거 지지를 호소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2014.06.01. (사진=김무성의원실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이 1일 오전 부산 영도구 본인의 지역구에서 6·4 지방선거 지지를 호소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2014.06.01. (사진=김무성의원실 제공)  [email protected]

'읍소' 전략 통한 예도…"보선, 핵심층 모은 쪽 이겨"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처한 상황을 놓고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를 떠올리는 시각도 있다.

당시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극한 위기에 내몰렸다. 특히 광역단체장 중 부산시장마저 당시 야권에 밀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자 정부·여당은 패닉에 빠졌다.

이에 선거 직전 새누리당은 일제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위기를 부각시키며 읍소 전략에 나섰다. 당시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지역구인 부산 영도에서 초췌한 모습으로 "도와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 선거운동을 했고 '박근혜 키즈' 손수조 전 인수위원이 사상역 앞에서 500배 절을 하기도 했다.

이런 레임덕 위기론에 당시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며 세월호 정국에서도 야권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맞서 새누리당이 선전하는 결과를 낳았다. 막판 '읍소'가 통한 셈이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도 유사한 '읍소'를 담은 영상메시지를 공유했다. 문재인 청와대 출신 고민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면서 1분29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카드뉴스 형식의 이 영상은 "이번만은 파란색에 표를 주지 않겠다는 당신에게"라며 "압니다 당신의 실망. 압니다 당신의 허탈. 압니다 당신의 분노"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파란색이 싫어졌다, 빨간색이 좋아졌다가 같은 말인가요"라며 "당신은 빨간색이 어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은 단 한번도 탐욕에 투표한 적이 없습니다. 사람에 투표해 달라"고 했다.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읍소하는 영상인 셈이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도 영상을 캡처한 페이스북 게시글을 공유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자기 세가 굉장히 강한 지역만을 공략하는 갈라치기 전략을 시도했다"며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켜 투표장에 내보내기만 하면 이긴다는 전략"이라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다급한 與, '정권 수호론' 읍소 전략…'깨시민' 결집령도

기사등록 2021/03/24 12:12:07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