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700여년만에 재조명받는다

기사등록 2021/03/12 17:18:49

교황 반대로 피렌체 추방된 후 지옥·연옥·천국에 대한 상상펼친 신곡 완성

[서울=뉴시스]이탈리아의 대문호 단테가 교황에 반대했다가 피렌체에서 쫓겨난 후 이탈리아 각 도시들을 떠돌며 완성한 걸작 '신곡'이 그의 사망 700주년을 맞아 재조명받고 있다. 단테의 신곡 책 표지. <사진 출처 : 아마존닷컴> 2021.3.12
[서울=뉴시스]이탈리아의 대문호 단테가 교황에 반대했다가 피렌체에서 쫓겨난 후 이탈리아 각 도시들을 떠돌며 완성한 걸작 '신곡'이 그의 사망 700주년을 맞아 재조명받고 있다. 단테의 신곡 책 표지. <사진 출처 : 아마존닷컴> 2021.3.12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문학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단테의 '신곡'(La Divina Commedia)이 이탈리아의 법률 전문가들이 700여년 전의 오심(誤審, miscarriage of justice)을 바로잡으려 하면서 다시 조명받고 있다고 AFP 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이탈리아인들로부터 "최고 시인"으로 존경받는 단테는 1302년 1월 교황을 지지하는 흑파(Black)와 교황에 반대하는 백파 간 대립에서 백파를 지지했다가 흑파가 승리하면서 고향 피렌체에서 추방됐었다.

형사전문 변호사 알레산드로 트레버스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단테에 대한) 3건의 판결이 새로운 증거에 비추어 재심의 대상이 될 수 있게 하거나, 더 바란다면 기각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트레버스는 동료 변호사와 고위 판사, 검사들과 함께 단테의 직계 혈통인 천문학자 스페렐로 디 세레고 알리기에리 백작과 단테를 피렌체에서 추방한 판사 칸테 드 가브리엘리의 후손을 초대, 오는 5월21일 당시의 사건에 대해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판사의 후손으로 프랑스 국민인 앙투안 드 가브리엘리는 "이 사건을 재검토하는 것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단테가 유죄라는 그의 조상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래버스는 현실적·법적 문제들을 고려할 때 전면적인 재심이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단테를 법적으로 복권시키려는것은 당시 피렌체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단테에 대한 배상이라는 상징적 가치를 갖는다"고 말했다.

단테는 당시 시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1300년 두 달 동안의 임기로 선출된 피렌체의 9명의 통치자 중 한 명인 정치인이었다. 그가 곤경에 빠진 것도 바로 이 통치자라는 직책 때문이었다.

피렌체가 흑파에 재점령된 후 1302년 1월 칸테 드 가브리엘리 판사는 부패와 정치적 후원을 이유로 단테 등 백파 통치자들의 유죄를 인정하고, 거액의 벌금을 물리는 한편 이들을 공직에서 축출한 뒤 추방했다. 단테 등은 자산도 압류됐다. 드 가브리엘리 판사는 또 2달 뒤 그들이 피렌체로 돌아오려 할 경우 화형에 처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단테는 피렌체로 돌아오지 않고,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을 떠돌며 살아남았다. 그리고 1321년 숨질 때까지 지옥과 연옥, 천국에 대한 상상을 펼친 걸작 '신곡'을 집필, 완성시켰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단테가 편파적인 판결의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해 왔다.

트래버스가 계획하는 5월21일의 회의는 단테의 사망 70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제한으로 규모는 크게 축소될 예정이다. 트래버스는 대면 회의 개최가 목표지만 화상회의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대법원의 마르게리타 카사노 판사가 회의 최종 보고서를 낼 것"이며 "모든 논의 내용은 책으로 출판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단테의 후손 세레고 알리기에리는 5월 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더라도 단테가 유죄 판결을 받고 피렌체에서 추방된 후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러한 노력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단테의 신곡, 700여년만에 재조명받는다

기사등록 2021/03/12 17:18:49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