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해수위, 농어민 가구에 100만원 보편 지급 주장
"여행업, 500만원 지원"…문체위 540억 증액 요구
국회 추경 심의 과정에서 증액시 국채발행 불가피
재정준칙 논의는 외면…기재부 "정치권 설득할 것"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코로나19 피해계층 지원을 위한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규모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증액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재정 지출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데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재정준칙' 논의는 정치권의 외면을 받고 있다.
1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서삼석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추경 예산에 농어민 재난지원금 1조3042억원을 증액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113만여 농어민 전체 가구에 100만원씩 보편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농업인 100만7000가구, 어업인 5만1000가구, 임업인 8만 가구가 대상이다.
여기에 서 의원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해를 본 화훼 농가에 200만원씩 지급하자고도 제안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입학식, 졸업식 등이 취소되거나 축소되면서 매출 타격을 받은 화훼업계를 지원하자는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추경에 농업인 지원을 포함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단 간담회에서 농민을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으로 포함해달라는 민주당의 건의에 "여야 간 이견이 없다면 반영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여행업 등의 피해 보상 규모를 증액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여행업계 매출이 2019년 1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정도 급감했는데 지원 금액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여행업을 대상으로 최소 집합금지 업종에 준하는 수준인 500만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종환 문체위원장은 "여행업계 종사자가 1만8000명 정도인데 500만원씩 지원하면 예산이 900억원이 넘는다"며 "중소벤처기업부 및 재정 당국과 노력해 (추경안 원안보다) 540억원을 증액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황희 문체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추경 심사 과정에서 증액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이를 충족할 재정 확보 방안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시행한데다가 아직 연초인 만큼 추가적인 구조조정도 쉽지 않다. 결국 심사 과정에서 증액되는 규모는 국채 발행으로 충당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미 1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9조9000억원의 적자국채 발행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965조9000억원으로 불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역시 48.2%로 상승할 전망이다.
현재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내년 나랏빚(1091조2000억원)은 1000조원을 돌파하고 3년 뒤인 2024년 국가채무비율은 59.7%로 60%에 육박한다. 국회 요구대로 1차 추경안 규모가 증액되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한층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증액요구는 거세지고 있지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재정준칙' 논의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60%,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국가채무와 재정수지 적자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복지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 지속가능한 재정 운용을 위해서는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정부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렇다 할 논의 없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집중해 재정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며 "지속가능한 재정, 건전 재정 논의는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재정준칙 도입을 위해 지속해서 정치권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설득하고 노력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도 재정준칙 기준에 맞게 재정을 운용해나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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