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비 연 6억원 지원…수입 고등어·해산물·세제·즉석식품 즐비
[제천=뉴시스] 이병찬 기자 = 충북 제천시가 설립한 로컬푸드 직매장이 개점 1개월여 만에 일반 마트로 변질하고 있다. 연 6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투입하는 시 스스로 '골목 상권 죽이기'에 나선 꼴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1일 제천시에 따르면 제천로컬푸드협동조합과 시는 지난 1월22일 제천시 장락동에 로컬푸드 직매장 1호점과 온라인 쇼핑몰의 문을 열었다.
조합 등은 지상 2층 연면적 379㎡ 규모의 매장에서 300여 조합원들이 생산한 과일, 신선 채소, 약초류 등을 판매한다고 홍보했다.
시는 건물 임대료와 함께 매장 시설비 7000만원을 조합에 지원했다. 이 직매장 개점을 계기로 조합에 지원하는 로컬푸드 매장 위탁 운영비를 지난해 2억원에서 올해 6억원으로 증액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매장을 방문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역에서 생산한 신선 농산물은 일부에 그치고, 수입산 냉동 고등어와 건어물 등 해산물과 외지 대형업체가 대량 생산하는 가공식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매장 2층은 일반 마트에서나 파는 공산품으로 가득 차 있다. 장락동에 사는 박모(53)씨는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이마트 제천 장락점이 새로 생긴 줄 알았다"며 혀를 찼다.
'특정지역에서 재배되고 가공된 농산물'이라는 로컬푸드의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조합은 농산물에 공산품을 끼워 판매하면서 배달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동네 마트 등 동종 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유일상 시의원(제천 다)은 "제천시 예산으로 운영하는 사업장은 유사 업종과의 이해충돌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판매할 로컬푸드 물량 확보도 없이 성급히 무리하게 문을 연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시 관계자는 "계절적 요인으로 다양한 채소류, 과일류 등을 구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로컬푸드와 공산품을 한꺼번에 구입하기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 원스톱 쇼핑 체계를 구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중하우스, 수막시설 등 연중 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농가에 적극 지원하면 겨울과 초봄에도 농산물을 출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합이 위탁 운영 중인 로컬푸드 판매장은 지난달 개점한 장락동 직매장과 이마트점, 초록길점 등 세 곳이다. 이마트점과 장락동 직매장의 1~2월 매출액은 각각 7400만원과 7500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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