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회사 이기심+에너지 정책 실패"…텍사스 '블랙아웃' 불렀다

기사등록 2021/02/18 16:25:07

텍사스 자체 전력망, 다른 州서 전기 못받아

풍력 발전기 날개 얼며 전기 공급량 급락

시간당 1MW 가격, 20달러→9000달러로

"천연가스 사는 대신 발전소 가동 멈췄나?"

[글렌우드=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글렌우드 지역의 한 가족이 촛불을 켠 채 식사를 하고 있다. 미국 남부를 강타한 한파가 텍사스주(州)에서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블랙아웃 사태가 불거졌다. 2021.02.18.
[글렌우드=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글렌우드 지역의 한 가족이 촛불을 켠 채 식사를 하고 있다. 미국 남부를 강타한 한파가 텍사스주(州)에서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블랙아웃 사태가 불거졌다. 2021.02.18.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미국 남부를 강타한 한파로 텍사스주(州)에서는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졌다. 갑작스럽게 전력 사용이 증가하자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발전소들이 가동을 멈추면서다.

추운 날씨에 전기가 끊기자 주민들은 자동차의 온풍기를 활용하거나 프로판 가스, 벽난로 등을 이용해 몸을 녹였다. 불을 잘못 피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주민만 10여명, 병원으로 이송된 이들은 300여명에 달한다.

대체 왜 이같은 재난이 발생한 걸까.

전문가들은 텍사스 전력회사의 이기심과 풍력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이 정전 사태를 촉발했다고 꼬집었다.

AP통신은 17일(현지시간) 텍사스는 주변 남부 도시들보다 더 심각한 전력 위기를 겪고 있다며, 이는 전력회사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재난이라고 설명했다.

텍사스의 전력망은 전력회사 '오스틴 에너지'가 독자적으로 구축했다. 여러 주가 광역 전력망을 구성해 필요에 따라 전기를 주고 받는 동부 및 서부와는 대조적이다. 덕분에 텍사스는 연방정부의 규제를 피해 자체적인 요금 체계를 구축하고, 에너지 사용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 한파 동안 텍사스의 자체 전력망은 전력 재난의 원인이 됐다.

비용 절감을 위한 그들의 경영방식은 위기의 한 축이 됐다. 추위로 인한 텍사스의 전력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에도 텍사스는 발전소 운영을 정지하고 이에 따른 정전 사태를 겪었다. 이후 미 전기산업단체는 전력회사가 지켜야할 겨울철 지침을 만들고, 규제당국은 전력회사에 투자를 통한 '발전소 개선' '전력 공급원 다양화'를 촉구했으나 텍사스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용 때문이었다.

전력회사가 최소한의 발전소만을 가동하는 동안 텍사스 전력 시장에서 1MW 가격은 시간당 20달러에서 9000달러로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전력회사가 이윤을 챙기기 위해 다른 주에서 천연가스를 더 구입하는 대신 발전소 가동을 멈췄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댈러스=AP/뉴시스]17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레오넬 솔리스라는 남성이 자신의 자동차를 덕트로 연결해 집안 난방하고 있다. 이 남성은 지난 14일부터 전기가 끊기자 틱톡에서 관련 영상을 본 뒤 이웃집 발전기와 자동차 히터를 이용해 난방을 하고 있다. 2021.02.18.
[댈러스=AP/뉴시스]17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레오넬 솔리스라는 남성이 자신의 자동차를 덕트로 연결해 집안 난방하고 있다. 이 남성은 지난 14일부터 전기가 끊기자 틱톡에서 관련 영상을 본 뒤 이웃집 발전기와 자동차 히터를 이용해 난방을 하고 있다. 2021.02.18.


이같은 사태가 발발했는 데도 텍사스의 전력신뢰성위원회(ERCOT)는 "예측할 수 없는 한파로 인해 발생한 어쩔 수 없는 사태"라는 입장이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풍력'을 중심으로 한 텍사스의 에너지 정책이 꼽힌다.

텍사스의 주된 에너지원은 천연가스와 풍력 및 태양광이다. 평지가 많고 기온 변동이 작은 덕분에 천연 에너지를 통한 전력 공급이 가능했다. 에어컨 가동이 많은 여름철 텍사스의 최대 전력 공급량은 8만6000MW, 겨울에는 6만7000MW 수준이 평균적이다.

ERCOT에 따르면 전력난이 발생한 지난 17일 주 전역에 공급된 전기는 총 4만6000MW였다. 이 중 천연가스·원자력 공급량이 2만8000MW, 풍력·태양열 공급량이 1만8000MW 안팎이었다. 한파로 천연가스 공급 파이프와 풍력 발전기의 날개가 얼며 전력 공급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16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풍력 발전기 주변에서 헬기가 제빙 작업을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퍼졌다. 한 누리꾼은 "화석 연료로 움직이는 헬기가 '깨끗'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풍력 발전기 날개를 녹이고 있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매체인 폭스뉴스는 "바람 날개는 우스꽝스러운 패션 액세서리처럼 실패했고, 텍사스 주민들은 죽어갔다"고 꼬집었다.

텍사스 시의회는 이번 전력난과 관련해 청문회를 요청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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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1/02/18 16:25:07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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