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칠곡 종갓집 설…음복 도시락·테이크 아웃 식혜 등장

기사등록 2021/02/12 15:23:36

최종수정 2021/02/12 15:35:05

조선시대 공조참의 지낸 이윤우 종손 차례 4명이 지내

마스크 쓰고 차례 지내는 종갓집 설 (사진=칠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스크 쓰고 차례 지내는 종갓집 설 (사진=칠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칠곡=뉴시스] 박홍식 기자 =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 지침에 따라 설날 차례는 4명만 모여서 단출하게 지냈습니다."

설날인 12일 오전 경북 칠곡군 한 종갓집 사당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성인 남성 4명이 거리를 띄우고 차례를 올렸다.

조선시대 공조참의를 지낸 석담 이윤우(1569~1634)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병구(68·칠곡군 지천면)씨의 설날 차례 풍경이다.

이씨 종갓집은 지난해 설날에는 사당 입구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으나 이날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방문하는 친척이 줄어들자 혼자 제삿상에 올릴 음식을 사당으로 나르는 아들의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종갓집 입구에는 손소독제가 마련돼 방문객들은 손 소독을 하며 방역 지침을 준수했다.

이씨는 "보통 설날이면 50여 명이 모였으나 올해는 인근 지역의 아들과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친척 등 4명 만이 모여서 차례를 올렸다"며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전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협조와 양해를 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차례를 올리는 제관 숫자만 준 것이 아니다.

차례를 지낸 후 종친들과 사랑방에서 술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덕담을 주고받는 음복마저도 도시락으로 대체했다.

음식을 차려내지 않고, 각자 집에 돌아가서 먹을 수 있도록 '음복 도시락'을 별도로 준비한 것이다.

종갓집에 등장한 음복 도시락 (사진=칠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종갓집에 등장한 음복 도시락 (사진=칠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름도 생소한 음복 도시락에는 전, 강정, 과일, 유과, 약과, 생수 등이 담겨있다.

이씨는 "제사 음복의 예가 마지막 순서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부득이하게 도시락으로 각자 집에서 음복하는 방법을 택했다. 조상님들도 이런 사정을 충분히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씨는 음복 도시락과 함께 테이크 아웃 식혜와 수정과도 선보였다.

각자 집에서 차례를 지낸 후 종갓집 사당으로 참배를 오는 마을 종친들을 위해서다.

참배를 마친 종친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후 수정과와 식혜가 담긴 컵을 건넸다. 

아무리 코로나 예방도 중요하지만 참배를 마친 종친들을 매정하게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부모의 생명과 자신의 건강을 위한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코로나19 시대의 효도"라며 "모든 국민들이 설 명절 연휴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 동참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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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꾼 칠곡 종갓집 설…음복 도시락·테이크 아웃 식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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