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만 난무했던 현대차-애플카 협업…중단 배경은?(종합)

기사등록 2021/02/09 00:52:00

최종수정 2021/02/09 01:09:26

애플 과도한 비밀주의…현대차는 주도권 우려

현대차그룹주 일제 하락…기아차 전일比 14.98%↓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8일 애플과 '애플카' 관련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날 오전 9시께 일제히 공시를 내고, 올 초부터 제기돼온 '애플카' 관련 논의가 중단됐음을 확인했다. 현대차는 이날  "당사는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당사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기아 역시 "당사는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 관련 다수의 해외 기업들과 협업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협업설은 올해 초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애플이 2014년부터 추진해온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 '프로젝트 타이탄'를 재가동 '애플카' 생산을 추진하며 현대차그룹에 협력을 제안하고, 협상이 제안 중이라는 지난달 8일 국내 언론보도가 시작이었다.

보도와 함께 현대차그룹 주가가 치솟자 현대차는 곧바로 공시를 내고 "당사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당시 비밀 준수를 중시하는 애플이 현대차그룹에 애플카에 대한 언급 자체를 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9일에는 현대차그룹이 내부적으로 기아가 애플카 사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정리했다는 설이 흘러나왔다.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자사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에 집중하고, 기아가 미국 조지아공장을 거점으로 애플카 생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당시에도 현대차그룹은 "초기단계로 결정된 것이 없다"는 공식 입장만 내놨다.

이달 들어서는 애플과 기아의 '애플카' 협업이 합의에 근접했다는 외신보도가 잇달았다.

CNBC는 4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애플이 기아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애플카를 생산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애플은 2024년까지 전기차인 '애플카'를 선보일 계획이지만,  최종 출시는 미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CNBC는 "현대·기아차가 애플의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다"라며 "다른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보도했다.

궈밍치 대만 톈평국제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 2일 보고서를 내고 "첫 애플카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며 현대모비스가 부품 설계와 생산을 주도하고 기아가 미국에서 생산을 담당할 것으로 분석했다. 궈밍치 연구원은 애플카 출시 시기가 2025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 관련 다수의 해외 기업들과 협업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기존 공시 내용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장은 애플의 유명한 '비밀주의',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이미 수조원을 투자한 현대차그룹의 주도권 상실 우려가 양사간 논의 중단을 불러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뉴욕=AP/뉴시스] 뉴욕 5번가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의 외관. 2020.9.4.
[뉴욕=AP/뉴시스] 뉴욕 5번가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의 외관. 2020.9.4.
애플은 자사 직원들은 물론 협력사에도 엄격한 비밀유지계약(NDA·Non Disclosure Agreement)을 강요해온 것으로 악명이 높다. 과거 애플의 디스플레이 협력사였던 'GT어드반스드테크놀로지스'는 비밀유지 계약 1건이 깨질 때마다 5000만 달러(약 559억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담았고, 이 업체는 파산의 길을 걸어야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한 소식통을 인용, 애플과 현대차·기아의 논의가 최근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애플이 최근 현대차와 기아 외에도 다른 완성차업체들과도 비슷한 계획에 대해 논의해 왔다고도 밝혔다. 통신은 개발 프로젝트를 수년간 비밀로 유지하는 애플이 현대차의 1월 발표와 언론 보도 등에 화가 났을 것이라며, 논의가 재개 될 지, 된다면 그 시기가 언제일지 불분명하다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애플카'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가 자칫 애플의 하청업체로 전락해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였다.

현대차그룹은 수년 전부터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수조원대 투자를 이어왔다.

현대차와 기아는 2019년 5월 고성능 전기차 기업 리막에 8000만 유로(약 1100억원)를 투자, 전략적 협업에 나섰고, 지난해 2월에는 모터와 배터리 등 전기차 핵심부품을 표준화된 모듈 형태로 끼우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력을 가진 카누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애플은 현대차그룹과의 협업 논의에 앞서 카누 인수를 시도했지만, 카누가 인수가 아닌 투자를 원하며 협상이 결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2조4000억원을 들여 미국의 자율주행기업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세계 1위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약 1조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리막(800V전기차)과 카누(스케이트보드)의 장점에 현대·기아의 기술력을 더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 올해부터 본격적인 전동화에 나설 방침이었다. 여기에 모셔널이 2023년부터 시범운영에 나서는 로보택시 기술력과 로봇기술력을 더해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력을 갖추고 미래차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수년째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기술력을 확보했고, 올해를 전동화의 원년으로 선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애플카'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사간 논의가 완전히 종료된 것인지, 잠정 중단된 후 다시 재개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는 애플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초기단계로, 애플 입장에서 전동화·자율주행 기술·글로벌 생산기지를 갖춘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매력적인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양사간 논의가 잠정 중단인지, 전면 중단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며 "다만 애플카 출시까지 여유가 충분하고,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협업에 적합한 파트너인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애플카 논의 중단에 대한 실망감으로 현대차 그룹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기아차는 전일보다 14.98% 하락해 장을 마쳤고, 현대차는 6.21%, 현대모비스는 8.65%,  현대위아는 11.90%, 현대글로비스는 9.50% 각각 하락세를 나타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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