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경선, '미스트롯'이 아니라 '가요무대'…지도부 역할도 실종

기사등록 2021/01/31 06:30:00

최종수정 2021/01/31 07:40:18

김종인·주호영, 경선방식·야권연대·후보단일화 등 이견

10년 전 후보들이 여전히 경선 유력 주자로 조명 받아

막말 리스크에 서울·부산시장 예비후보들 간 비방전도

與 가덕신공항, 재난지원, 손실보상제 등에 수세적 대응

중요 현안 국민 이목 끌지 못해 경선에도 부정적 영향

"지도부가 전략적 역할 분담해 혼선 없이 끌어가야"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위해 군불때기에 한창 나서야 할 국민의힘 '투톱' 지도부가 당 내 경선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후보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재난지원금, 손실보상제 등 정책을 투트랙으로 끌고가며 민심을 파고들기 위한 전략메 골몰하는 것과 달리,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존재감은 선거 정국에서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재·보궐선거 경선 시작부터 지도부 간 엇박자를 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두 광역단체의 보궐선거 경선을 '미스터트롯' 방식으로 깜짝 스타를 발굴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반면,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심사위원의 공정성 문제를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형태를 빌리는 것이지 꼭 미스터트롯 방식으로 할 수는 없다"며 "그 방식으로 하면 심판이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을 뽑으면 되지만 (당 경선에선) 그런 심판자를 구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본경선에서 일반 시민 여론조사 100% 방식의 국민참여 경선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범야권 후보 단일화에만 관심이 더 집중돼 상대적으로 경선이 지닌 무게감은 예전보다 떨어졌다. 더군다나 10년 전 후보가 여전히 당의 유력주자로 평가받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미스터트롯'이 아니라 흘러간 인물들이 조명받는 '가요무대'라는 말도 나온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중앙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왼쪽)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이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중앙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왼쪽)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이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20. [email protected]
야권연대를 놓고도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는 온도차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야권이 우리 국민의힘 말고 뭐가 더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의석수 3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반면, 주 원내대표는 "단일후보로 힘을 모아야 승리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의당을 치켜세웠다.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안철수 대표에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지만, 주 원내대표는 당 경선 시작 전까지 '끌어안기'에 공을 들였다.

나경원·오세훈 두 후보의 양강 구도 속 기성 정치인의 대세론이 굳어짐에 따라 큰 변수가 없는 경선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잊을만 하면 터지는 '막말 리스크'도 선거를 앞두고 또 불거진 형국이다.

여성 의원인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다른 여성 의원을 '후궁'에 빗댄 표현은 당사자인 고민정 민주당 의원 뿐만 아니라 여권 전체의 반발을 사며 대야(對野) 공세의 빌미를 줬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김근식 예비후보는 "청와대 출신 고민정의 특별 대접을 비판하더라도, '왕자 낳은 후궁' 표현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조수진 의원의 발언은 과했다"고 비판했다.

"양꼬치 거리에 사는 조선족 90% 이상 친(親)민주당 성향"이라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발언도 유권자를 반대 세력으로 규정하는 듯한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우상호 의원은 오 전 시장을 향해 "깨끗한 정치를 위해 만들었다는 '오세훈법'의 주인공이 어쩌다 '일베' 정치인으로 변질됐는지 개탄스럽다"고 저격했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기소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조 의원은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 받았다. 2021.01.27.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기소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조 의원은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 받았다. 2021.01.27. [email protected]
당 안팎에선 민감한 선거정국에 막말 논란을 자초하는 것만으로도 당의 지지율은 물론 경선에도 찬물을 끼얹는 악재가 될 수 있는 만큼,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기 전 지도부가 당의 기강을 다잡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선 막이 오르자 후보자 간 비방전도 점차 과열 양상이다.

부산에선 이언주 전 의원이 경선 상대 후보의 도덕성 문제와 관련된 'X파일' 의혹을 제기해 내분이 깊어지고 있다. 이 전 의원은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예고해 사퇴설과 X파일 폭로설이 나왔지만 "광역단체장선거를 치르려면 불가피하게 불법자금을 받아서 써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이언주 전 의원이 폭로한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의 불법 돈 선거 의혹,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며 공세를 가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나경원 전 의원을 '인턴시장'으로 비유해 서울시장을 두 번 역임한 시정 경험과 경륜을 강조했다. 그러자 나 전 의원은 짜장면을 우파, 짬뽕을 좌파로 비유하고 "좌와 우를 섞어버리면 이도 저도 아니다"라며 보수 선명성을 강화하고 나서 상대적으로 중도 색채가 짙은 오 전 시장을 견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오 전 시장은 "나 후보로 단일화되면 아마 중도층이 투표장에 잘 안 나갈 것"이라고 맞받았다.

경선 초반부터 비방전이 가열되자 원외 중진이자 킹메이커를 자임하는 김무성 전 의원은 얼마 전 마포포럼에서 "우리 후보끼리 디스(경멸)하고 비방하면 국민이 짜증 낸다"며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공개 비판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2021.01.29.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2021.01.29. [email protected]
여당이 정부와 박자를 맞추며 가덕 신공항, 재난지원금, 손실보상제, 이익공유제 등 보궐선거를 겨냥한 정책을 쏟아내는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내부적으로 조율을 하지 못해 수세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눈길을 끄는 정책 대안을 내놓는 대신 원론적 의견이나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정부여당 비판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세적 대응은 결과적으로 중요 현안에서 야당의 목소리가 묻히고 국민적 이목을 끌지 못해 경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부산에 이어 서울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다시 추월한 것도 이러한 지도부의 리더십이 자초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가덕 신공항만 해도 영남권 의원들 간 입장이 갈려 불협화음을 빚은 지 오래됐으나 교통 정리가 안 되고 있다.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가 1일 부산을 직접 찾아 민심 달래기에 나설 계획이지만, 그 전에 이낙연 대표는 이미 두 번이나 부산을 찾아 가덕 신공항 특별법 처리를 약속하며 여론전에서 선수를 쳤다.

국민의힘 한 3선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우리 모두의 책임이지만 지도부는 당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책임이 더 크다"면서 "지도부가 의견이 다를 수 있으나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역할 분담을 해서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양해가 된 게 아니라면 빨리 정리를 해서 한 방향으로 힘을 실어야 한다. 그래서 대외적으로 혼선이 없고, 힘의 분산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안 하고 방치해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당 사정에 밝은 한 야권 인사는 "김종인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보궐선거에 출마할 인물을 외부에서 영입하기 위해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경제계 인사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전혀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라며 "주 원내대표는 임시국회나 정국 현안도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경선보다는 원내 업무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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