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지나 임금 못받는 지적 장애인…헌재 "합헌"

기사등록 2021/01/07 12:00:00

민법 162조·166조 1항 관련 헌법소원

청구인 "지적장애인들 기본권 도외시"

헌재 "위법행위손해와 별개 성립·행사"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지난해 10월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2020.10.2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지난해 10월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2020.10.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채권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한 민법 조항은 '장애인 학대' 사건의 특수성에 비춰봐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헌재는 A씨 등이 민법 162조 1항과 166조 1항에 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심판대상조항은 각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한다.

모자지간인 A·B씨는 지적장애 2급 장애인으로, 각 2001년 9월과 2002년 6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제조공장에서 주 6일씩 일을 하면서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

검찰은 회사 대표를 근로기준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A씨 등은 회사 대표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내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발생했다면서도 소 제기 시점부터 10년이 지난 부분은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시효가 완성됐다며 이들의 청구를 일부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A씨 등은 해당 사건은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학대'에 관한 것으로, 근로관계 형성 및 근로 제공 과정에서 특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채권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기간을 다른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적용하도록 규정해, 지적장애인들의 기본권 보호를 도외시해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재는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민법상 소멸시효제도는 권리 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 법적 안정성을 위해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라며 "존재 이유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경우에도 법적 안정성 보호 등을 위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위법한 가해 행위로 인한 손해 보전이나 응보와 별개의 취지에서 성립·행사되는 것"이라며 "일정한 사건에 의해 재산적 가치가 이동한 경우 수익을 환수해 공평 원칙을 실현하는 데 취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령 이 사건의 기초가 된 사회적 생활관계가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학대'에 관한 것일지라도,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의 기산점과 시효기간을 그대로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언급했다.

헌재는 "소멸시효 기산점과 기간을 얼마로 정할 것인지 문제는 채권의 성질과 발생원인 등을 고려해 입법 재량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은 합리적이며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합헌 결정했다.

다만 이선애 재판관은 "'장애인 학대' 관한 사건의 경우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현행보다 장기화하는 입법적 개선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충 의견을 냈다.

헌재는 이와 함께 A씨 등이 함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근로기준법 49조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는 조항에 대해 "이 사건은 임금채권을 행사하는 사건이 아니어서 이 사건 재판에 적용될 여지가 없다"며 각하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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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 지나 임금 못받는 지적 장애인…헌재 "합헌"

기사등록 2021/01/07 12: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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