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총서 또 패배…종이 호랑이?

기사등록 2021/01/06 13:18:24

국민연금 반대한 대한항공 정관변경안 '가결'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강화했지만 1.7%만 부결

"최대주주 지분율 높을 때에 부담 없이 반대"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국민연금이 반대한 대한항공 정관변경안이 6일 통과됐다.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등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행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주주총회에서 위력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주식에 140조원을 투자 중인 국민연금이 지난해 LG화학에 이어 다른 주주들의 설득을 이끌어내지 못한 예시를 다시 한번 만들며 체면을 구겼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날 대한항공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발행주식 총수를 기존 2억5000만주에서 7억주로 늘리는 정관 일부개정 안건을 의결했다. 임시주주총회에서는 대한항공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총수 1억7532만466주 중 55.73%인 9772만2790주가 출석했으며 이중 찬성 69.98%로 가결됐다. 정관 변경은 특별 결의 사항으로 주총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대한항공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지난 5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기존 주주인 국민연금의 권리를 훼손하는 것으로 보고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미비한 실사 등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봤다.

수탁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체결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 없이 인수를 결정한 점, 아시아나항공의 귀책 사유를 계약해제 사유로 규정하지 않아 계약 내용이 대한항공에 불리할 수 있는 점 등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는 부정적 의견이 주를 이뤘다.

국민연금은 지난 LG화학 물적분할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주요 주주총회마다 반대 목소리를 냈으나 실제 의사를 관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LG화학 배터리부문 분사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연금은 '모회사 디스카운트'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이 발생했다고 보고 이러한 판단을 내렸으나 실제 주총에서 82.3%가 분할에 동의하며 가결됐다.

이어 국민연금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경영진이 올린 삼광글라스 분할합병안, 비즈니스온커뮤니케이션 주식매수선택권부여안, 한국전력 이사·감사위원 선임안, 한국가스공사 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으나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019년 주주총회에서 3949개 안건에 대해 찬성 3301건(83.6%), 반대 648건(16.4%) 의결권을 행사했다. 반대 의결권 비중이 적지 않으나 이중 실제 주주총회에서 부결된 안건은 11건에 불과했다. 반대 의사를 표명한 안건 중 1.7%에서만 관철된 것이다.  지난해 주주총회의 경우 국민연금 반대율이 10% 이하로 전년 대비 6%포인트 낮아져 부결 이행률 또한 낮아졌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을 때 부담 없이 반대표를 행사하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의 경우 반대 공감대를 이루며 같이 의결권을 행사하지만 국내의 경우 동참하는 게 흔치 않아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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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1/01/06 13:18:24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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