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전단금지법' 팔 걷었지만 국제사회 우려 계속

기사등록 2020/12/24 14:31:23

美하원 외교위원장 "北인권 희생시켜선 안 돼"

유럽, 캐나다에서도 대북전단금지법 재고 요청

외교·통일부 대북전단 관련 인터뷰 오역 논란도

[서울=뉴시스]23일 강원도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에서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이 발견됐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전날 밤 11시 경기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서 대형 풍선 20개를 동원해 대북전단을 기습 살포했다고 밝혔다. (사진=강원도민일보 제공) 2020.06.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23일 강원도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에서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이 발견됐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전날 밤 11시 경기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서 대형 풍선 20개를 동원해 대북전단을 기습 살포했다고 밝혔다. (사진=강원도민일보 제공) 2020.06.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정부가 민간인 통제선 이북 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 불식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지만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미 의회가 내년 1월 청문회를 예고한 가운데 미 의회와 유럽, 캐나다 일각에서도 계속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가운데 외교부에 이어 통일부가 대북전단에 대한 인터뷰를 오역과 편집 논란까지 불붙으며 파장이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정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을 심의·의결했다. 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된 후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미국 정치권과 인권단체 등은 대북전단 금지법이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부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제한하고, 표현의 자유 침해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4일 엘리엇 엥겔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미국의 소리(VOA)에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북한 인권 증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희생시켜가며 이뤄져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수 년 동안 북한과 같이 폐쇄된 나라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편견 없는 뉴스와 정보 배포를 지원해 왔다"며 미 의회가 지난 115대 회기에서 통과시킨 북한인권재승인법을 거론했다. 이어 "이 법은 USB 드라이브와 SD 카드와 같은 수단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승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맥카울 하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도 앞서 VOA에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며 "한반도의 밝은 미래는 북한이 한국과 같이 되는 데 달려있지 그 반대가 아니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을 비판했다. 미 의회 내 코리아코커스 공동의장인 민주당 제럴드 코넬리 하원의원도 우려를 표명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수정을 촉구했다.

유럽과 캐나다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벨기에에 기반을 둔 국제인권단체 '국경 없는 인권'의 윌리 포트레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항의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성명을 유럽연합 지도부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데이비드 앨튼 상원의원, 영국 의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영국 보수당 인권위원회의 벤 로저스 부위원장 등도 한국이 법안 공포를 재고하도록 촉구할 것을 요청하는 공동서한을 영국 외무부에 전달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가 산회 후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가 산회 후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4. [email protected]
정부는 187개 재외공관과 114개 주한 외교공관 등 가용한 채널을 총동원해 행정부, 의회 및 관련 시민단체 등을 접촉하며 대북전단법의 입법 취지와 내용을 적극 설명하고 있다. 법안은 표현의 자유의 핵심을 이루는 내용 등에 대한 제한이 아니라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를 위해 특정한 표현 방식만을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정부는 제3국에서의 전단 등 살포 행위에 대해서는 개정안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강조했다. 미국 인권단체들이 북한 접경의 제3국이나 중국 등에서 활동할 경우 대북전단금지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통일부는 법 시행 전까지 '전단 등 살포 규정 해석지침'을 제정해 관련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 외교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외교부와 통일부가 대북전단과 관련한 외국 인사의 발언을 잇달아 잘못 전달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통일부는 최근 기자단에 '남북관계발전법 개정 설명자료'를 배포하면서 미국 비영리단체인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의 칼 거시만 회장이 미국의 소리(VOA)와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효과적인 정보 유입 방법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는 내용을 실었다.

하지만 거쉬먼 회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활동과 관련한 인터뷰를 통일부가 잘못 사용한 데 대해 실망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거시먼 회장은 대북전단 규제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발언의 특정 부분만 인용해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처럼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6월12일 미국의소리가 보도한 거쉬만 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인용한 것"이라며 밝혔다. 거시만 회장의 발언을 그대로 실은 것으로 사실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앞서 외교부는 강경화 장관의 CNN 인터뷰를 소개하면서 CNN 앵커가 대북전단에 대한 북한의 과잉 대응을 비판한 발언을 대북전단 금지법에 동조한 것처럼 오역해 소개해 논란이 됐다.

당시 CNN의 수석 앵커인 크리스티안 아만푸어는 "풍선에 고사포를 발사한 것은 형평이 크게 어긋나 보인다"고 말했지만 외교부는 "대북 전단 살포나 북측 발포 등의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고 번역했다. 번역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수"라며 곧바로 내용을 바로잡았다.

[서울=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 CNN 채널의 국제문제 인터뷰 프로그램 '아만포'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2.17. (사진=CNN 방송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 CNN 채널의 국제문제 인터뷰 프로그램 '아만포'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2.17. (사진=CNN 방송 캡처) [email protected]
한편 미국 의회 내에서 전세계 인권 문제를 다루는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내년 1월 회기가 시작되면 대북전단 금지법 등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한미 간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주요 논쟁거리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준비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한국과 의견 불일치가 될 수 있는 사안이 대북정책 논의를 압도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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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북전단금지법' 팔 걷었지만 국제사회 우려 계속

기사등록 2020/12/24 14:31:2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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