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코로나 빠르게 퍼지자…"백신 전략 바꿔야"
블레어 前총리 "화이자 1회만 맞아도 91% 예방"
전문가 "나라면 '90대 2차 접종 연기' 제안할 것"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지난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일반 접종을 시작한 영국 정부가 당분간 2회차 백신 접종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1회차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공격적 백신 배포'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지면서다.
이에 따라 보리스 존슨 영국 정부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접종을 1회만 투여하는 방안을 시민들에 권고할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현재 영국에서 배포되고 있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2회차 접종을 기본으로 한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에 따르면 1회차 접종 이후 21~28일 사이 두 번째 주사를 맞아야 코로나19로부터 95%의 예방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영국에서 전파력이 기존 코로나19보다 70%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백신 배포 전략을 변경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1회차 접종만으로도 91%의 예방 효과를 발휘해 '실질 면역' 체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최근 인디펜던트에 기고문을 보내 "우리는 1월에 배포 가능한 백신 선주문량을 모두 1회차 접종으로 활용해야 한다. 2회차 접종을 위한 보유량을 풀여야 한다는 뜻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후 더 많은 백신이 생산돼 (영국에 들여오면) 우리는 2회차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또한 영국 정부와 계약을 마친 '얀센' 백신 3000만개를 1월 내 확보해 2월 말까지 모두 배포해야 한다고 블레어 전 총리는 제언했다. 존슨앤드존슨이 소유한 제약업체인 얀센의 백신은 1회만 접종하면 된다.
블레어 전 총리는 일선 의료진을 포함한 바이러스 취약 계층에 우선 백신을 접종하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이 때문에 다른 이들의 백신 접종이 막혀서는 안 된다"고 했다.
데이비드 솔즈베리 전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 전략자문그룹 의장도 이날 BBC 라디오에 출연해 "우선 모든 이들에 1회차만 접종을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솔즈베리 전 의장은 "영국 전역의 병원과 지역 의료소 중 3분의 2는 아직 화이자 백신을 공급받지 못한 상태"라며 2회차 배포 가능한 백신을 확보한 병원이라면 이를 더 많은 이들에 접종하는 방안으로 고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화이자 백신의 경우 1회차 접종으로 91%의 예방 효과를, 2회차 접종을 완료할 경우 95% 예방 효과를 보인다"며 "두 번째 접종으로 향상되는 예방효과는 4%포인트 수준"이라고 말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1회차 접종으로도 충분히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는 가능한 많은 이들이 백신을 접종하는 게 공동체를 위해 더 현명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솔즈베리 전 의장은 다만 이는 화이자 백신에 제한된 조언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1회차 접종 이후 코로나19 예방효과가 62%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내가 만약 정부의 방역 책임자라면 90대 이상 시민들에게 '여러분이 2회차 접종을 포기한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23일 기준 영국에서는 50만명이 화이자 1회차 접종을 완료했다.
이날 영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3만9237명으로 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누적 확진자는 214만9551명이다. 신규 사망자는 744명으로 4월29일 이래 가장 많았다. 누적 사망자는 6만905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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