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관계비에 사고책임 반영할 수 있는 방안 필요"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대인배상과 대물배상의 보험금 지급기준의 차이가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피해자들의 과잉치료를 유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물배상 보험금은 과실상계 금액인데 반해, 대인배상 치료관계비는 과실상계 금액이 실체 치료관계비보다 적더라도 전액 지급되기 때문에 쌍방과실 사고의 피해자들은 과실상계로 줄어든 대물배상 보험금을 치료관계비로 보상받을 수 있어서다. 치료관계비에 사고책임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20일 보험연구원 전용식 연구위원은 KIRI 리포트에 실린 '자동차보험 과실비율과 경상환자 과잉치료 유인'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보험에서 과잉치료의 원인으로 보험수가의 차이와 합의금 등 보상금이 선행연구에서 지적되었는데, 이 외에도 대인배상과 대물배상의 보험금 지급기준 차이도 원인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치료관계비 규정은 과실상계한 치료관계비 금액이 실제 치료관계비보다 적더라도 실제 치료관계비를 지급하지만, 대물배상은 원칙적으로 과실상계 보험금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과실비율 70%인 상해등급이 12~14급인 경상환자는 70%의 대물배상금(차량 수리비)을 보상받지 못하는 반면, 대인배상에서는 실제 치료관계비가 과실상계 금액을 초과하더라도 치료관계비를 전액 받을 수 있어 상계된 대물배상금을 치료관계비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특히 대물배상은 객관적으로 관측할 수 있으나, 대인배상은 피해자의 상해 정도를 객관적으로 관측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자는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활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 환자에 대한 치료비는 1999년 1조원 수준에서 2019년 3조5000억원으로 연평균 6.2%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개인용자동차 평균 보험료는 연평균 2% 증가에 그쳤다.
대인배상과 대물배상의 보험금 지급기준 차이가 피해자의 과잉치료를 유인하는지를 분석한 결과, 피해자의 과실비율이 높아질수록 대인배상 청구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16년 하반기 국내 대형손해보험회사가 대물배상 보험금을 지급한 차량과 차량의 사고 1만5418건 가운데 대인배상 건수와 피해자의 치료 현황을 상해등급 12~14급, 그리고 과실비율에 따라 분석했다. 피해자의 과실비율을 0%(무과실), 1~30%, 31~70%, 71~99%의 네 그룹으로 구분했다.
무과실 피해자의 29%가 대인사고 접수를 한 반면, 쌍방과실 사고에서 피해자들의 대인사고 접수 비중은 무과실 피해자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자의 과실비율이 1~30%인 그룹에서 대인사고 접수 비중은 50.4%, 과실비율이 31~70%인 그룹은 32.0%, 과실비율이 71~99%인 그룹의 대인사고 접수 비중은 36.6%를 기록했다. 과실비율이 1~70%인 쌍방과실 피해자들은 무과실 피해자들에 비해 입원을 오래하거나 종합병원 이상의 의료기관 치료 비중이 높기 때문에, 평균 치료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연구위원은 "법원 판결에서는 치료비 과실상계를 판시하고 있지만,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서는 과실상계 금액이 치료관계비보다 적더라도 치료관계비를 전액 지급하도록 하고 있어 사고책임에 대한 부담 없이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인배상과 대물배상에서의 보험금 지급기준의 차이가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의 과잉치료 등 도덕적 해이를 유인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의무보험인 대인배상I의 피해자 보호 취지는 유지하고, 임의보험인 대인배상II에서는 원칙적인 과실상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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