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가 구속된 까닭은…공익제보자의 파렴치한 행각

기사등록 2020/12/17 16:41:26

최종수정 2020/12/17 18:03:56

20억 횡령 발각→살려달라 애원→법 절차 밟겠다→공익제보로 반격

고교 친구에게 계열사 맡겼으나 횡령에 협박, 공익제보자로 표변

"고소 취하 안하면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 뇌물건 신고하겠다" 협박

뇌물건 언론에 퍼뜨리고, 구속영장 기각되자 거래처에 신고해 압력

중간중간 지인 통해 '그만할테니 너도 모두 취하하라'는 식의 요구 전달

법원 "내부비리 고발 외에도 나름의 계산 보여" 벌금서 징역 1년 법정구속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서울중앙지검 정문. (사진=독자 제공). 2020.12.17.photo@newsis.com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서울중앙지검 정문. (사진=독자 제공). [email protected]
[창원=뉴시스]강경국 기자 = 지난해 대한민국을 뒤흔든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 군납비리 뇌물 사건 배경에 공익제보자가 자신의 횡령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공익제보를 가장해 사건을 신고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육군 법무병과 최고 자리인 고등군사법원장이 경남 사천시 소재 식품회사 M사 대표 정모(46)씨 등에게 군납 과정에서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년간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사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최모 전 사천경찰서장, 이모 전 통영지청 수사계장, 문모 전 육군 급양대장(중령) 등이 뇌물수수 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받았다.

문 전 중령은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도로 옆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정씨는 징역 3년을, 이 전 고등군사법원장은 징역 4년을, 최 전 서장은 징역 1년을, 이 전 계장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공익제보자 장모씨도 징역 1년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다. 검찰이 사건을 제보한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으나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공익제보자 장씨가 전방위적으로 청탁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면까지 보여 왔다는 점에서 1회성이나 임기응변의 뇌물공여자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며 "수사 협조가 자발적 동기에 기한 내부비리 고발이라는 면 외에도 나름의 계산에 터 잡은 것으로 보이는 면도 있고, 범행에 관해 진지한 반성을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판시했다.

재판부 역시 장씨가 공익제보 이면에 '나름의 계산'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 '나름의 계산'에 대해 정씨측은 "고등학교 친구이자 회사 대표인 정씨를 속여 회사 공금 20여 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터지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장씨와 정씨가 평소 친분 관계를 유지했던 지인들의 약점을 제보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군납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1.21.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군납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1.21. [email protected]
정씨측은 "장씨가 고등학교 동기동창인 정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친분을 쌓아 오던 중 정씨가 군납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장교 출신으로 군 관련 문제를 잘 해결해 주겠다'며 M사 계열사 대표로 앉았다"며 "처음 몇년간은 정직하게 근무하며 신뢰를 쌓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장씨 제안으로 진주 장례식장 사업에 장씨 이름으로 22억원을 넣은 후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정씨의 연락을 피하고, 대출 서류를 확인하겠다고 하자 화를 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이를 이상히 여긴 정씨가 7년간 확인하지 않았던 계열사 장부를 확인하자 최소 10억원 이상 횡령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씨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씨는 장씨에게 전화를 걸어 '횡령한 돈을 회사에 되돌려 줄 것'을 요구했으나 장씨는 서울로 주거지를 옮긴 후 '무릎이라도 끓고 빌고 싶다. 장례식장도 포기할테니 한 번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며 "하지만 피해가 너무 커 법적 절차(횡령 사건 고소)를 밟겠다고 하자 이 전 고등군사법원장을 내세워 뇌물건으로 협박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같이 죽자는 식으로 뇌물건을 언론에 퍼뜨리고, 어떻게든 정씨를 구속시키려고 했으며,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이마트 거래건을 언론에 터뜨려 자신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라는 압력을 가했다"며 "장씨는 이 과정에서 마치 자신이 승리한 것처럼 '그만할테니 너도 모두 취하하라'는 식의 요구를 지인을 통해 전달했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횡령해 간 피해금액이 20억원이 넘는데 단 한 푼도 변제하지 않으면서 장씨의 측근인 노모씨가 지난해 9월 진주에 가서 진술서를 쓰고 왔다는 말을 듣고 사건의 본질을 본인의 횡령 범죄에서 감금·조폭·경찰 프레임을 씌워 경찰청에 고소하도록 했다"며 "감금 사건은 허위의 사건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로 인해 1년 동안 횡령 사건은 진행조차 하지 못했다"며 분한 심정을 토로했다.

허위 감금 사건에 휘말렸던 경남경찰청 소속 A경감은 이로 인해 지난 3월 직위해제됐고, 당시 함께 있었던 5명은 공동강금 등의 혐의로 1년 가까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았다.

장씨는 노씨의 진술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횡령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경찰청을 방문했을 때 A경감을 만나 대화를 나눈 후 임플란트 치료로 인해 틀니를 껴 발음이 어눌했던 특징을 전했고, 노씨는 A경감을 사건 당사자로 진술하면서 발음이 어눌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6명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노씨의 자백으로 결국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 A경감은 다시 복직했고, 6명은 무고 혐의로 노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자신들의 의도와는 달리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장씨와 노씨 측에 불리한 정황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져 사건이 본질이 반전됐다.

장씨와 노씨 등이 회사 자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과 장씨 측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각종 녹음파일을 공유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노씨의 변호사 비용을 장씨가 대납한 것도 확인됐다. 노씨가 M사 직원에게 십여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황을 진술해주면 이마트 납품을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검찰에 제보하기 전 장씨 측 사람들이 이 전 군사법원장을 찾아가 "뇌물 사건이 크게 터질 것 같다. 횡령 사건을 해결해 주면 뇌물 사건도 해결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진주시 소재 장례식장 청산인 윤모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법인 해산 및 폐업 알림 공고문. (사진=독자 제공). 2020.12.12.photo@newsis.com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진주시 소재 장례식장 청산인 윤모씨가 직원들에게 보낸 법인 해산 및 폐업 알림 공고문. (사진=독자 제공). [email protected]

이들의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장씨는 2016년 장례식장 사업을 정씨에게 제안하면서 "너는 진주에서 이름이 있는데 니 이름으로 한다고 하면 소문도 나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올려 받을 수 있으니 내 이름으로 할께"라고 하면서 정씨가 설립한 장례식장 법인의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장례식장 임대보증금 42억원 중 계약금 및 중도금 20억원을 정씨가 내고, 나머지 잔금 22억원을 대출 받으려고 알아보기 시작하자 장씨가 "22억원을 자신의 부동산 담보로 제공해 대출을 받아오겠다"고 속인 후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내 주식 지분이 100%가 돼야 한다. 대출을 받은 후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후 명의를 돌리고 기존 20억원을 포함한 42억원의 전세권을 담보로 30억원을 대출받았다.

장씨는 잔금 22억원보다 8억원 많은 30억원을 대출받아 5억원을 처남 계좌로 입금했고, 2억원을 개인 부채 상환에 사용하고, 1억원은 은행 대출 브로커에게 지급하는 과정에서 인테리어 업체의 계약서를 위조한 혐의로 고소된 상황이다.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진주시 소재 장례식장에 경찰관들이 출동해 법인 관계자들과 신고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2020.12.12.photo@newsis.com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진주시 소재 장례식장에 경찰관들이 출동해 법인 관계자들과 신고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email protected]
장씨가 대표로 운영하던 장례식장 법인은 아내와 지인 등으로 명의를 변경하다 최근 다시 자신의 이름으로 돌렸다. 이후 뇌물공여 사건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자 적자 운영 등을 이유로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법인 청산인 측은 "코로나19 및 각종 분쟁으로 인한 적자가 6개월 이상 지속돼 11월23일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부득이 법인을 해산하고, 12월12일부터 사업장을 폐쇄하고 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며 "개인 소지품 등을 반출해 주시고, 11월분 급여를 지급하며, 12월분 급여는 일수단위로 계산해 퇴직금과 함께 추후 청산 절차에 따라 지급할 예정"이라며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청산인 측은 또 병원 측에 장례식장 임대보증금 42억원을 반환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병원 측은 "현재 장례식장 소유권에 대한 법적 다툼이 진행되고 있어 판결 종국 시까지 반환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장례식장 법인 강제 해산 소식을 접한 정씨 측은 지난 12일 오후부터 장례식장 직원들과 함께 장례식장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비상 운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장례식장 정상화 비대위 구성을 인지한 장씨 측 사람들이 정씨 측 사람들을 특수절도, 재물손괴, 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이후 장례식장 사무실에 들어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한편, 군납 입찰 비리를 고발한 제보한 장씨는 지난해 말 공익제보자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재단으로부터 2019 올해의 호루라기상을 수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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