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영 감독 "피리 연주자로 34년...영원한 국악원 정악맨"

기사등록 2020/12/12 06:00:00

87년부터 국악원 소속 12월31일 퇴임

"'풍류 명가' 마지막 무대 감정 벅찼다"

폐병 앓았지만 고1때 피리 만나 재능

시중 계량된 피리는 그의 연구 결과

[서울=뉴시스]이영(사진=국립국악원 제공)2020.12.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사진=국립국악원 제공)2020.12.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국립국악원 정악단 이영(61) 예술감독이 12월 마지막 달력과 함께 국립국악원을 떠난다.

 34년 동안 몸 담았던 국립국악원에서 12월 종묘제례약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피리 연주자이자 국악원 단원으로 지난달 27일 열린 '풍류 명가' 공연이 마지막 무대가 됐다.

11일 국립국악원에서 만난 이영 감독은 "마지막 무대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누르느라 힘겨웠다"고 말했다.

"정악(궁중음악)이라는 건 정중동이 기본이다. 좌로 치우치면 경망스럽고 우로 치우치면 경직된다. 곡을 절제하면서도 어떻게 표현하냐가 중요하다"면서 그에게 마지막 무대가 된 '풍류명가'는 "개인적으로는 가장 만족스러웠던 공연 중의 하나였다"고 했다.

국악원 단원으로 자부심이 남다르다. "86년도에 응시 해서 87년부터 국악원에 소속돼 있었다."

12월31일 퇴임하지만 국악원과는 단절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평생 직장을 떠나는 데 섭섭함은 당연히 있지만 국악원에 적을 두지 않을 뿐 앞으로도 국악원에서 계속 연주할 것입니다. 매일 출근은 안 하겠지만 저는 영원한 국악원 정악맨입니다."

[서울=뉴시스]이영(사진=국립국악원 제공)2020.12.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사진=국립국악원 제공)2020.12.11 [email protected]
그는 국내 손꼽히는 피리 연주자다.

'작은 악기' 피리와 인연은 우연한 계기로 이어졌다. 중학교 시절 구두닦이와 이발사 보조 등을 하며 학비를 벌었다.

그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중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학비부터 악기, 필기류까지 전액 지원되는 국악고에 입학했다. "당시에는 실기보다 필기를 많이 보던 때라 악기라고는 해 본적 없지만 공부를 곧잘해 국악고 입학은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죠."

고1이 되서야 피리를 시작했지만 재능은 남달랐다. 어릴 적부터 위가 좋지 않고 고3 때는 폐결핵을 앓기도 했지만 피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더 능률적으로 소리를 낼 수 있을지 피리 계량에 힘썼어요."

 지금 시중에 나오는 피리들 대부분이 그의 연구에 따라 계랑된 피리라고 한다.

그는 피리의 매력을 사물놀이에 비유했다.

"사물놀이를 보면 긴장과 이완을 하며 음량과 속도를 조절해요. 처음에는 천천히 시작해서 점점 음량을 키워 클라이맥스를 찍고 또 강도를 줄이기도 하죠. 피리도 마찬가지예요. 소리가 크기 때문에 강약조절을 할 수 있죠. 소리의 스펙트럼이 다이나믹해요."
[서울=뉴시스]이영(사진=국립국악원 제공)2020.12.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사진=국립국악원 제공)2020.12.11 [email protected]
그는 피리의 매력을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하다는 점을 꼽았다.

"파리는 다른 악기에 비해 우리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악기라고 생각합니다. 악기를 연주한다는 건 사람의 가창을 흉내내는 건데 피리는 어떤 악기보다도 내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악기이죠."

어린시절 폐병을 앓을 정도로 허약했지만 피리를 통해 체력단련을 했다.

"제가 폐병이 있어서 원래는 군 면제였는데 군대에 가면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아서 군의관한테 3급을 달라고 해서 군대를 갔습니다."

그는 "군악대에서 트럼펫도 배우고 다른 악기도 연주를 잘해 상관한테 이쁨을 많이 받았다"며 "건강한 음식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건강도 많이 좋아지고 피리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며 어린시절 피리에 빠진 소년같은 모습을 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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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영 감독 "피리 연주자로 34년...영원한 국악원 정악맨"

기사등록 2020/12/12 06: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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