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 분야 등에서 이견 계속돼
5일 존슨·폰데어라이엔 회동 예정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적용할 무역협상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이어가던 영국과 EU가 4일(현지시간) 돌연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달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전환기 종료까지 채 한 달이 남지 않았으나 진통은 계속되는 중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측 협상 수석대표와 미셸 바르니에 EU 측 수석대표는 이날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지난 일주일 동안 런던에서 ▲공정경쟁환경(level playing field) ▲기업 지배구조 ▲어업 분야 등의 강도 높은 협상을 했으나 중대한 이견으로 인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협상 과정은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와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오는 5일 만나 결정할 예정이다.
미래관계 협상, 어디서 문제됐나?
가디언은 "협상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난 4년 동안 브렉시트 과정과 마찬가지로 몇 차례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과 EU가 서로의 양보 만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5일 만난 지도부들이 묘안을 내놓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이번 협상에서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인 건 '어업 분야'다. 영국은 지난 3일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프랑스의 로비를 받은 EU가 새로운 요구를 하고 있다"며 "협상에서 크게 후퇴했다"고 말했다.
어업 분야의 가장 큰 문제는 영국 수역 내에서 어획량 쿼터 배분이다. 영국은 EU를 탈퇴했으니 자국 해역에서는 자국 어선이 더 많은 어획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EU는 기존의 쿼터를 유지해야 한다며 영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해당 수역을 공유하는 프랑스는 어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영국과는 협상할 수가 없다며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업 보조금과 관련된 공정경쟁환경 분야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EU는 공정한 무역을 위해 기업 보조금과 관련, 영국의 규제 당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가 원하는 방안은 EU-영국이 공통적인 규칙을 마련한 뒤, 이에 따라 보조금을 승인하거나 차단하는 방식이다. 또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특정 상품에 대한 관세 불이익, 나아가 무역거래 중단까지 이를 수 있는 처벌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은 이같은 조처는 자국의 경제 정책에 EU가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영국과 EU, 앞으로 일정은?
5일 존슨 총리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회담은 양측의 이해당사자들, 즉 EU 회원국과 영국 관계자들을 위한 시간 벌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관계자들은 이날 협상이 긍정적으로 이뤄진다면 6일 늦은 오후, 혹은 7일 오전 미래관계 협상 성사와 관계 없이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양측이 협상을 위해 물러설 기미는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EU 순환 의장직을 맡은 독일은 브렉시트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바르니에 수석대표에 지난 2일 연설을 부탁한 뒤 27개 회원국이 자유롭게 질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날 회원국들이 "바르니에 대표가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영국에) 양보하고 있다"고 불만을 내보인 만큼 EU도 이번엔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일 전망이다.
한편 영국은 7일 '내부시장법안(Internal Market Bill)'의 의회 승인을 강행할 예정이다. EU는 영국의 이같은 법안이 국제법을 위반하는 사안이라며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에서 영국을 상대로 한 법적 절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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