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세무사 2차 시험 12월5일 치러지는데
주관 기관 지침은 "격리자, 무조건 응시 불가"
소중한 기회 박탈 우려에 수험생들 '부글부글'
인력공단, "보완 방안 검토하겠다" 입장 내놔
기재부 "입직 기회 제공에 동의…긍정적 협의"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정부가 오는 12월5일에 열리는 제57회 세무사 제2차 시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물론 자가 격리 대상자까지 "무조건 응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해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중한 응시 기회를 코로나19로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수험생들의 분노도 거세지고 있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세무사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공단에서 치르는 모든 시험은 코로나19 확진자·자가 격리 대상자 모두 응시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지침을 확정했다. 기획재정부 소관 법령인 세무사법에 따라 열리는 세무사 시험은 산업인력공단이 위탁받아 1년에 1회씩 2개 차수(제1~2차)에 걸쳐 치르고 있다.
이번 제2차 시험은 지난 8월8일 시행된 제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서울 은평구 연신중학교 등 전국 15개 시험장에서 진행된다. 1차 시험에서 합격한 3221명(합격률 33.9%)에 지난해 시험 유예 합격자까지 7000여명이 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시험 기회는 1차 시험에 합격했을 때 2번(당해·이듬해)만 주어진다.
산업인력공단은 "격리 시험장을 설치할 예산과 담당 인력(감독관 등)이 부족하다"는 입장이지만, 수험생들은 "행정 편의주의적 조치로 인해 소중한 기회를 빼앗길 우려가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지난 8월 1차 시험에 응시했던 A씨는 "응시자 수가 60만 명에 이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가능한 격리 응시가 세무사 시험에서는 불가능하다니 말이 되느냐"고 했다.
특히 2차 시험일까지 일주일가량 남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 격리 대상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어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불합리하다는 비판이다. 수험생이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감염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7일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서울에서만 153명이 추가되며 확산세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험 기회를 빼앗긴 수험생들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법적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민규 법률사무소 안팍 변호사는 "별도의 시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없지 않느냐"면서 "수험생들이 '직업 선택의 자유 등 헌법상 중대한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자가 격리 시험장을 만드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 동작구의 한 학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지난 21일에 치러진 임용고사에 응시하지 못한 수험생 70여명이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당 수험생들은 스마트폰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의견을 모으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인력공단은 뉴시스의 취재가 시작된 뒤 "자가 격리 대상자 응시 허용에 필요한 추가 예산과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민의 입직을 위한 시험 응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방역 당국·관계 부처와 보완 방안 검토에 나섰다. 정부에 시험 주관 기관의 인력·예산 문제를 지원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기재부 관계자 역시 "입직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한다. 수험생의 세무사 시험 응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주관 기관과 긍정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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