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년 본예산에 담자" 요구…靑 "가타부타 언급 부적절"
"비대면 소비 등 '코로나 적응력'"…대규모 재정 지원 신중론
전문가 "재난지원금과 별개…영업제한 대면업종 지원책 필요"
[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규모 확산세를 진화하기 위해 수도권 등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면서 그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는 물론 청와대도 일단 선을 긋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확진자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어떤 형태로든 추가 재정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1·2차 재난지원금 모두 정치권에서 시작된 요구가 정부를 압박하며 실제 편성으로 이어진 만큼, 세 번째 재난지원금이 현실화될 경우 지급 범위나 재정건전성을 두고 또다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24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정치권에서는 3차 재난지원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파다하다. 지난 23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도) 본예산 통과 전에 여러 가지 예산상 준비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정의당은 물론 기본소득당 등 진보성향의 군소정당까지 한 목소리로 내년 예산에 재난지원금을 담자고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당장 다음 달 2일까지인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내에 새 재난지원금을 다루기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시각이다. 결국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현실화 될 경우 한 달여 남은 올해 안에 5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든 내년 1차 추경이든 '재난지원금용' 추경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직접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지급) 방향에 대해 가타부타 이야기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당장 현재 상황만 놓고 추가적인 '현금 직접 지원'을 공론화하기엔 이르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추가 국채 발행 등 대규모 재원 조달 방안이 수반되는 만큼, 3차 대유행의 추이나 경제적 피해 수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올해 네 번이나 편성된 추경으로 적자 국채 발행액이 44조2000억원이나 늘어난 데다 내년 본예산(555조8000억원)도 '슈퍼 예산' 수준으로 짜 놓은 상태라 재정건전성에 대한 부담이 적잖다.
그간 재난지원금 지급 때마다 소극적이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역시 최근까지도 "재난지원금을 다시 지급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방역이 곧 백신"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만약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지금처럼 유지되거나 더 악화될 경우 최소한 직접적 피해를 입은 계층을 대상으로 한 추가 재정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오는 24일 0시부터 수도권 카페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부터 포장과 배달만 허용되고 일부 유흥시설은 아예 영업이 중단된다. 대면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민간소비가 다시 침체하고 취약계층의 고용 상황 악화, 소득감소로 이어져 향후 경기 회복의 동력도 약화될 수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는 23일 논평을 내고 "K-방역의 성공 이면에는 생계 위협에도 문을 닫아걸고 있는 힘을 다해 버텨낸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의 희생 또한 있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며 3차 재난지원금 편성을 촉구했다.
한상총련은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2.5단계가 발효됐던 지난 9월 매출이 전년 대비 전국적으로 25% 감소했고, 특히 상황이 심각했던 서울의 경우 37%가 떨어지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매출 하락을 감내한 만큼 직접적으로 매출에 도움이 되며 다음 위기에서도 버텨낼 기초 체력을 다질 수 있도록 체감이 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만일 3차 재난지원금이 현실화된다면 지급 방식을 두고 또 한 차례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차 재난지원금도 지급 범위와 기준을 두고 극심한 혼란을 낳은 바 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전 국민 보편지급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만만찮다.
여당 내 대표적인 '3차 재난지원금론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3차 지원은 반드시 소멸성 지역 화폐로 전 국민에게 공평하게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 방식이어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이 1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비대면 소비 구조 전환 등 산업 적응력도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1차 때와 같은 대규모 지원금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도 보고서를 통해 재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 강화에도 경제 충격은 초기보다 덜 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대면 전환 등을 중심으로 상당수 경제활동이 정상화가 이뤄져가는 과정인데 4차, 5차 유행이 올 때마다 대규모 재난지원금을 편성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며 "만약 편성해야 한다면 이번에 영업제한 등 직접적 타격을 받는 대면업종 종사자들에게 위로금을 주는 방식은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오는 26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마지막으로 내놓는데, 이번 3차 대유행의 파급력에 대한 한은의 진단이 주목된다. 한은은 지난 3분기 재확산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4~0.5%포인트(p) 깎아내린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