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열두살 꼼지락 사투'의 따듯함…'발가락 육상천재'

기사등록 2020/11/20 17:45:22

국립극단 청소년극, 백성희장민호극장 22일까지

[서울=뉴시스] 연극 '발가락 육상천재'. 2020.11.20.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발가락 육상천재'. 2020.11.20.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국립극단 청소년극 '발가락 육상천재'에는 열두살을 대상으로 한 작품에서 흔히 보게 되는, 교훈주의가 없다. 한국은 청소년극이 가뭄에 콩 나듯 하지만,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계에 있는 열두살 조명은 특히 불모지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열두(12)살 프로젝트'의 하나인 '발가락 육상천재'는 양가적인 존재인 열두살의 숙명을 들여다본다.

왁자지껄, 장난스러움, 그리고 약간의 찌질함으로 무장한 바닷가마을 자갈초등학교 5학년 소년 4명의 주인공. 이들의 삶을 톺아보게 되는 돋보기는 '인어'다.

상반신은 사람의 몸, 하반신은 물고기의 모습을 한 전설의 그 인어가 아닌 상반신은 물고기의 모습, 하반신은 사람의 몸인 조금은 '엉뚱한 인어'다.

전학생 정민의 등장으로 육상부의 1등 자리를 빼앗긴 호준은 발가락을 인어에게 먹혔다며, 더 이상 달리려 하지 않는다.

거짓말이라며 몰아붙이는 친구들에게 인어를 보여주겠다며 허언하는데, 실제 그의 앞에 인어가 등장한다. 인어공주는 사랑을 위해 물거품이 됐지만, '발가락 육상천재'의 인어는 살기 위해 호준과 동맹을 맺는다.

'발가락 육상천재'가 좋은 작품인 이유는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네 아이들의 엄지발가락이 모두 인어에게 먹히는데, 가장 잘 달릴 수 있는 조건인 '가장 긴 엄지발가락'이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은 엉뚱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욕망을 정치적 올바름으로 판단하는 대신, 원하는 것을 구김살 없이 보여주는 작법은 유쾌하다.

[서울=뉴시스] 연극 '발가락 육상천재'. 2020.11.20.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발가락 육상천재'. 2020.11.20.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등수는 상관없다'고 내내 말해온 만년 꼴지 '은수' 역시 사실 1등을 욕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에선, 한정된 현실에서 탈출을 꿈꿀 수 있는 용기도 준다. 김연주 작가는 뭐라도 잡기 위해 꼼지락거리는 아이들의 사투에서 따듯한 온도를 뽑아낸다.

힙합을 기반으로 한 신나는 음악, 지난 2016년 국립극단 '실수연발‘에서 호흡을 맞춘 서충식 연출, 남긍호 움직임 감독의 리듬감도 돋보인다.
 
연극이 끝나고 나면 인어의 '끼리끼리 까라까라 꼬로꼬로'라는 주문이 귓가에 감돈다. 인어의 배가 갈린 뒤 나오는 내장물은 크리스마스 장식 또는 만국기 같은 화려한 장식이 된다. 김기헌, 류석호, 박창욱, 임모윤, 홍사빈 등이 출연한다. 22일까지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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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열두살 꼼지락 사투'의 따듯함…'발가락 육상천재'

기사등록 2020/11/20 17:45:2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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