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임시대통령, 반정부시위 압박으로 결국 사임

기사등록 2020/11/16 06:33:29

의회투표로 쫒겨난 비스카라 후임 메리노 대통령

시위대 2명 사망, 각료 절반 사퇴 후 사임발표

"젊은이들은 자제해 달라' 평화시위 당부

[리마=AP/뉴시스]14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에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시위대가 대형 페루 국기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페루는 지난 9일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이 탄핵당한 후 마누엘 메리노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2020.11.15.
[리마=AP/뉴시스]14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에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시위대가 대형 페루 국기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페루는 지난 9일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이 탄핵당한 후 마누엘 메리노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2020.11.15.
[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마누엘 메리노 페루 임시대통령이 전국적인 시위 등 사회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15일(현지시간) 취임 닷새만에 사임을 발표했다고 AP통신과 페루 방송매체들이 보도했다. 

메리노 임시 대통령은 부패 척결을 추진해서 국민에게 인기있던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이 의회투표로 축출된 이후 "의회 쿠데타"라며 일어난 격렬한 반대시위의 와중에 10일 임시대통령으로 선서를 마치고 취임했다.  그러나 시위대 2명이 경찰에 의해 죽음을 당한 뒤 거세진 메리노에 대한 사임요구와 자신의 내각 장관들 절반이 사퇴한 상황에서 이 날 사퇴를 발표했다.

5000명이 넘는 시위대가 14일 밤 마스크를 쓴 채 "메리노는 페루의 대통령이 아니다"리고 쓰인 팻말을 들고 수도 리마 거리를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당국은 시위 도중 24세와 25세의 남성 2명이 총상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국회의장이던 메리노는 잘 알려진 정치인은 아니었지만 의회가 지난 9일 마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 축출을 의결한 후 페루 임시 대통령직에 올랐다.

의원 절반이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페루 의회 의원들은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수년 전 주지사 재직 당시 거액 뇌물을 받았다는 입증되지 않은 의혹을 근거로 '영원한 도덕적으로 무능한' 대통령이라고 규정, 축출을 선포했다. 하지만 검찰수사 결과 그는 기소되지 않았으며,  본인은 격분해서 무죄를 주장하고 의회 결정에 항의했다.
 
페루 국민들은 이에 분노, 의회가 의회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비난하며 거리로 뛰쳐나와 연일 시위를 계속해 왔다.
 
메리노가 하야를 발표하자 리마의 시민들은 "우리가 이겼다!"고 환호하면서 붉은 국기를 들고 거리를  휩쓸었지만,  이제 부터 페루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구체적인 대안은 없다.

의회는 15일 오후 늦게 다시 비상 회의를 소집해서 새 대통령을 다시 선출하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해임반대 시위의 주인공인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 제소, 사법부의 개입을 요청했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 페루를 5일간이나 마비시키고 시위대의 사망자까지 나오게 한  이번 정치 위기는 의회 때문인데, 의회가 다시 입맛에 맞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하게 놓아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페루는 가뜩이나 세계에서 최악의 코로나19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헌정위기까지 겹쳐 전문가들은 페루의 민주주의 체제 자체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알론소 구르멘디 둔켈베르그 정치평론가는 1990~2000년에 페루를 통치했던 후지모리 대통령 임기의 혼란상과 비교하면서 "지금이 후지모리 이후 인권상황이나 민주주의 제도상으로 페루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 페루 국민은 비스카라가  내년 7월로 끝나는 대통령 잔여 임기를 마쳐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거리로 나오자 경찰은 몽둥이와 고무탄, 최루가스로 시위대를 폭력진압했다.

 인권단체들 보고에 따르면 14일 시위에서 112명이 다쳤고 41명이 행방불명되었다.  당국 발표에 따르면 사망한 시위대원 잭 핀타도(22)는 머리를 비롯해 11군데 총상을 입었고 호르단 소텔로(24)는 심장부근 가슴에 4차례 총을 맞았다.

이번 시위는 과거 페루에서 있었던 시위와는 달리 정치에 무관심했던 청년 층이 대거 참가했다. 

페루의 노벨상 수상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트위터에 녹화된 동영상 연설을 올려 "두 젊은이가 경찰에 의해 어리석고 부당한 폭력에 의해 희생되었다  이런 탄압은 페루 국민 전체에 대한 억압과 폭력이며, 당장 멈춰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페루국민은 의회의 비스카라 축출 투표나 메리노를 임시대통령으로 선출한 것  전체를 불법으로 여기고 있다.  메리노는 14일 시위 직전만해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우대가 자신에 반대하는 건 아니며 코로나19로 인한 실직과 학업 중단 등 불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페루 태평양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알베르토 베르가라는 국민 대다수가 메리노의 새 내각을 " 낡고 부패하고 썩은,  세계와 단절된 정부"로 여기고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 워치 미주 지국장 호세 미겔 비반코는 "우리는 리마 시내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을 계속해서 녹화중이다.  평화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폭력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페루의 정치적 소요는 시기적으로도 최악이다.  페루는 현재 세계에서 코로나19 치사율로는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남미 최악의 경제적 위축을 겪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페루의 올해 GDP가 무려 14%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메리노는 15일 하야 성명에서 자신은 임시 대통령직을 "치욕과 영광"으로 책임을 다하려 했다며 "스스로 원하지도 않은 직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루를 위기와 혼란에 몰아넣으려는 미지의 세력들"을 비난하며 의회가 비스카라 대통령을 탄핵해 쫓아낸 것도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를 제 때 치르지 못하게 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 청년층인 시위대를 향해서도 " 너무 혼란과 폭력에 치우쳐있다"고 일침을 가하면서 " 제발 모든 페루 국민을 위해 평화와 단결을 요청한다.  페루는 앞으로 발전나가야 하는 나라이다"라고 호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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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0/11/16 06:33:29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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