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죽음…마지막 삶 ‘시나리오’ 써보세요

기사등록 2020/11/05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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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시한부…죽음 배우고 준비해야"

"현행 의료시스템 연명치료 벗어나기 힘들어"

"마지막 삶 어떤 모습일지 충분히 고민해야"

[리마=AP/뉴시스]지난 18일(현지시간) 페루 심리학자 아나 에스트라다(42)가 수도 리마의 자택 침대에서 산소 공급을 받고 있다. 말기질환으로 거의 온몸이 마비된 에스트라다는 자신이 "몸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라며 합법적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으나 페루 정부는 의학적 도움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에스트라다는  몸에 새, 식물, 단검 등 7개의 문신이 있는데, 문신은 그에게 인생은 아름답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존엄사'에 관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2019.12.30.
[리마=AP/뉴시스]지난 18일(현지시간) 페루 심리학자 아나 에스트라다(42)가 수도 리마의 자택 침대에서 산소 공급을 받고 있다. 말기질환으로 거의 온몸이 마비된 에스트라다는 자신이 "몸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라며 합법적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으나 페루 정부는 의학적 도움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에스트라다는  몸에 새, 식물, 단검 등 7개의 문신이 있는데, 문신은 그에게 인생은 아름답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존엄사'에 관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2019.12.30.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김모(70)씨는 위암 진단을 받은 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회복 불능의 상황에 빠지더라도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문서)를 작성했다. 집에서 눈을 감겠다는 의사도 가족에게 확실히 밝혀뒀다. 그러던 어느 날 김씨는 호흡곤란으로 병세가 악화됐고, 당황한 가족들은 김씨를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의사로부터 생명을 연장시키는 응급 처치를 받았다. 김씨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신장 투석도 받았지만 결국 사흘 뒤 병실에서 삶을 마감했다.

품위 있는 죽음 이른바 '웰다잉법'으로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이 시행된지 2년 반이 지났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 등을 통해 경험했듯 죽음은 멀리 있지 않다. 하지만 존엄한 죽음에 대한 인식이나 준비는 여전히 부족하다. 김씨와 같이 불행한 결말을 맞지 않으려면 삶을 잘 마무리하는 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현아 한림대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류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치료 가능한 질병이 많아지다보니 죽음을 덜 준비하게 됐다"며 "최근 코로나 사태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한 번 쭉 정리하면 오히려 현재의 삶이 더 의미 있어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죽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를 인생의 명제로 삼고 어떤 시나리오로 죽을 것인가, 어느 정도까지 병원 신세를 질 것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예로 '말기 암에 걸려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삶의 끝에서 무엇을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가령 남은 기간 힘든 치료를 피하고 싶다면 호스피스 병상에 입원해 영양을 공급받으면서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은 하지 않는 것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약간의 통증과 호흡 곤란은 있지만 간호사 방문 서비스를 받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행 의료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도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병원에 가면 죽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에 진단명이 붙고 치료가 시행된다"며 "이런 의료 시스템 속에서 응급 상황을 맞아 병원에 입원하면 당사자나 보호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연명치료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세종=뉴시스】사전연명의료의향서 서식. (사진=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누리집 갈무리)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사전연명의료의향서 서식. (사진=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누리집 갈무리) [email protected]
'어떤 모습으로 마지막 삶을 살 것인가' 충분히 고민하지 않으면 자칫 연명치료만 받다 삶을 마감하기 쉽다. 김 교수는 "의사와 환자 간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이상적인 임종 방법을 찾고, 삶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암 환자가 사망하기 한 달 전까지도 항암 치료를 많이 해 치료를 받다가 병원에서 눈을 감는 사례가 굉장히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하단의 '작성자의 의사는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모두 작성자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고 판단한 경우에만 이행될 수 있다'는 조항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의사가 암과 같이 진단명이 확실한 경우를 제외하고 노환인 경우엔 임종으로 판단하지 않아 의향서 자체가 효력을 상실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실제로 2018년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도입된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작성된 의향서 33만여 건 중 의향서에 따라 생을 마감한 사례는 725건에 불과하다. 따라서 의향서를 작성한 후 자신의 의사를 보호자에게 분명히 밝히고, 평소 충분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이는 연명치료를 포기했을 때 죄책감에 시달릴 가족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연명의료에 국한된 '협의의 웰다잉'을 넘어 장기이식, 생전 장례식(생전 건강한 모습으로 치르는 장례), 유산기부 등 '광의의 웰다잉'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죽음에 대한 준비는 건강할 때와 임종에 가까울 때 모두 필요하다"며 "물리적 유산을 넘어 자서전 같이 삶을 돌아보면서 정리한 정신적 유산을 남겨 남은 가족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인간은 결국 죽을 수 밖에 없다"면서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죽음을 통해 삶을 완성시키고 완성된 삶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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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0/11/05 12: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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