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캐시가 뭐죠?"…은행권 첫 전자화폐 역사 속으로

기사등록 2020/11/01 06:00:00

은행권 공동개발 한국형 전자화폐

20년 만에 '케이캐시' 서비스 종료

교통카드, 각종 페이에 밀려 부진

한은, 디지털화폐 발행 연구 속도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국내 전 은행이 참여해 공동개발한 전자화폐가 2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KB국민·NH농협·우리·SC제일·하나·신한·대구은행, 농·축협 등 은행권 공동으로 제공해왔던 전자화폐 케이캐시(K-CASH) 서비스가 오는 12월15일부로 종료된다. 발급·충전·결제·조회 모두 중단되기 때문에 이후부터는 잔액 환불만 가능하다.

케이캐시는 은행 계좌가 있으면 언제든지 즉시 발급받을 수 있는 한국형 전자화폐다. 지난 1999년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 의결을 거쳐 금융결제원에 업무를 위탁했다. 유관기관은 이듬해 7월 서비스를 시작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다.

은행이 직접 발급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고객과의 접점이 많아 충전·사용이 편리할 것이라는 구상이었다. 케이캐시는 교통부문·유통가맹점·자동판매기 등에서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년 세월 동안 급변하는 트렌드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교통부문의 경우 지역별로 달랐던 결제수단이 전국에서 통용되기 시작했고, 후불교통카드나 티머니 위주로 자리 잡았다. 통신 여건이 좋지 않은 군부대에서 활용되던 나라사랑카드 연계 기능은 신용카드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자 사용 빈도가 떨어졌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알다시피 요새 워낙 모바일 중심으로 페이 등 전자지급수단이 많이 나와서 케이캐시와 연계한 사업은 거의 종료되고 실적은 줄어들었다"며 "참가 은행들도 이제 더 이상 서비스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봐서 올해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하고 이에 따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캐시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은행권은 최근 산업간 결합 등으로 지급수단이 변화하는 과도기를 보내고 있다. KB나 신한, 농협금융그룹은 자체적으로 KB페이, 신한페이판, 올원페이를 출시한 상태다.

가장 고민되는 건 과도한 운영비용으로 이익을 창출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29일 네이버클라우드와 손잡고 정보기술(IT)인프라 자원을 별도의 구축 비용 없이 사용한 만큼 이용료를 내는 퍼블릭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디지털화폐(CBDC) 파일럿 테스트를 추진하는 등 이전과 달리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를 지켜본 신한은행은 최근 LG CNS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플랫폼 시범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은의 CBDC 발행시 예상되는 금융시장 변화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조재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금융경영브리프를 통해 "결제 서비스업은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한 은행의 주요 서비스로서 경쟁력 유지를 위해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경우에 따라 비용관리를 위한 운영모델 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원은 또 "마이페이먼트, 종합지급결제업 등 새로운 결제사업자들이 도입될 예정이며, 빅테크 등 비은행 기업의 진출로 은행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국내 은행은 결제 업체에 대한 공동투자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정보(IT)기업에 서비스형플랫폼(PaaS), 아웃소싱 등을 통한 상생 전략 등 적극적인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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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캐시가 뭐죠?"…은행권 첫 전자화폐 역사 속으로

기사등록 2020/11/01 06: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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