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중소기업 '돈 가뭄'…금융위기 후 자금사정 계속 악화

기사등록 2020/10/29 12:00:00

금융위기 후 제조업 두차례 금융제약, 중소기업 중심으로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금융위기 이후 제조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지속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으로 자금 흐름이 위축된 가운데 기업실적 악화로 신용위험이 높아지면서 금융기관에서 돈 빌리기가 한층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9일 한국은행의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 금융제약 점검' 보고서(이현창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 이현서 통화정책국 정책협력팀 조사역 작성)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제조업은 중소기업 위주로 2009~2011년과 2017년중 두 번의 금융제약을 겪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연구팀이 2008~2018년중 우리나라 제조업 외부감사기업(9522곳)을 대상으로 금융제약 여부를 분석한 결과다.

금융제약은 경제주체가 경제활동에 필요한 자금조달이나 유동성 확보에 제한을 받는다는 뜻이다. 금융위기 후 지속된 경기부진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감소한데다 기업실적 악화, 구조조정 추진에 따른 신용위험 확대, 주택시장 호조로 인한 가계대출 쏠림 현상 등이 기업부문의 신용공급을 제약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락했던 제조기업의 신용증가율은 2011년 이후에도 지속 하락세를 나타냈고 2016년에 와서야 회사채를 중심으로 점차 상승세로 돌아섰다. 기업의 전반적인 자금조달 여건을 나타내는 자금사정지수도 2011년 이후 악화세를 지속했다. 대기업의 자금사정전망 지수의 경우 2013년 이후 크게 악화되지 않았으나, 중소기업은 2012년 82에서 2018년 73으로 지수가 크게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이 특정연도에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금융제약이 있었는지를 추정한 결과 2009~2011년, 2017년 두 기간 모두 중소규모(자산규모 하위 80%) 기업을 중심으로 금융제약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직후의 금융제약은 시장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금융기관의 건전성 저하로 보수적 대출 태도가 강화된게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2017년에는 기업실적 악화에 따른 신용위험 확대, 금융규제 강화 등으로 자금공급이 감소했으나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풀이됐다. 2016년 동양그룹 사태 이후 조선.해운.건설.철강 업황을 중심으로 기업의 신용등급이 크게 하향 조정된 바 있다. 구조조정 대상기업 수가 급증하는 등 신용위험 우려 또한 높았던 때다.

연구팀은 "금융제약이 중소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난 것은 금융기관의 위험회피 성향이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큰 중소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4년 이후 본격화된 주택시장 호조 등이 기업대출 공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도 분석됐다.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확대되면서 금융기관들이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치가 낮은 가계와 부동산대출에 집중한 대신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축소한 영향이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은 2008년말 51.5%에서 2016년말 54.7%로 상승한 반면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24.6%에서 16.1%로 하락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 금융시장 불안으로 기업의 신용여건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며 "금융제약에 취약한 중소규모 기업의 자금조달애로 등 신용여건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신용 정책이 단순히 금융제약을 완화하기보다는 금융기관의 여신심사기능 강화를 통한 효율적 자원배분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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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중소기업 '돈 가뭄'…금융위기 후 자금사정 계속 악화

기사등록 2020/10/29 12: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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